[ET-ENT 영화] ‘너의 말’(감독 우경희)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12)

발행일자 | 2018.02.01 11:03

우경희 감독의 ‘너의 말(Your words)’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연기가 처음인 아역배우 나연(김나연 분)은 학생 단편영화에 캐스팅되지만 긴장된 나머지 자꾸 대사를 실수하게 된다.

영화는 연기가 서투른 아역배우의 성장기를 다루면서, 동시에 배우가 자기경험에 의한 자기감정을 가지고 연기에 임했을 때 감정이입에 도움이 되는지를 두 가지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연기를 해 본 적도 해 볼 생각도 없는 관객도, 자신이 영화를 보면서 감정이입할 때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벤치마크를 제공하고 있다.

‘너의 말’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너의 말’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못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연기를 소화한 김나연

‘너의 말’에서 김나연은 못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연기를 소화했다. 비슷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는 장면을 영화에서 연기할 때 편할 것이라고 흔히 생각할 수 있는데, 상황에 따라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김나연은 보여준다.

역할에 감정이입해서 연기가 실제처럼 생각돼 오히려 연기가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은 관객의 입장에서도 영화를 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과거의 경험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아예 모르는 것보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연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너의 말’에서 감독 역은 박수연이 소화했는데, 우경희 감독이 직접 출연한 감독판이 별도로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감독 역할을 하는 배우와 실제 감독의 모습을 함께 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1인 2역, 실제로는 1인 3역을 소화한 김가은

‘너의 말’에서 아역배우 김가은은 단편영화 속 지수의 친구, 아역배우 가은, 나연의 실제 친구 등 실질적으로 1인 3역을 소화했다. ‘너의 말’이 나연 역과 감독 역에 의해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도록 전체적인 정서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오히려 가은이라고 볼 수 있다.

김가은은 연기 잘하는 역할을 실제로 잘 소화했는데, 아역배우로 보여준 연기력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매진해 나간다면 더 좋은 연기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너의 말’ 우경희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너의 말’ 우경희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영화에서의 감정이입에 대해서

‘너의 말’은 배우의 감정이입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속 인물이 돼 그 감정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막연히 생각할 수 있는데, 그때 배우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이 감정이입과 연기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선입견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흥미로우면서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된다.

이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는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감정이입했을 때 진정한 감정이입, 깊은 감정이입을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불편하게 생각돼 감정이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것은 나를 버리고 영화를 볼 것인가, 나를 데리고 영화를 볼 것인가로 깊고 복잡하게 들어갈 수도 있는데, 영화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어떤 관객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를 정할 때 이런 측면이 고려된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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