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호 판사, '인터넷 사기꾼' 청년에 5만원 건넨 이유..

발행일자 | 2018.10.14 09:40

 

사진='대화의 희열' 방송캡처
<사진='대화의 희열' 방송캡처>

천종호 판사가 '대화의 희열'에 출연했다.

천종호 판사는 일명 '호통 판사'로 유명한 인물. 법정에서 선처를 바라는 가해 학생들에게 그가 엄격하게 호통을 치는 모습이 온라인 상에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천종호 판사는 13일 방송된 KBS '대화의 희열'에서 '호통 판사'로 이름을 알린 것에 대해 야단을 쳐서라도 아이들을 바른길로 안내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청소년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달랐다. 그는 지난 7월에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인터넷 물품 판매 사기를 저지른 가해자에 5만원을 건넨 사연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음이 참으로 아픈 오늘, 25세의 청년이 법정에 섰다”며 “이 청년은 부산의 한 보육원에서 자라다가 20세가 되어 보육원에서 나왔다. 많지 않은 자립정착금을 손에 쥐고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지만 원했던 꿈은 이루지 못하고 빈털터리가 되어 부산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생계를 이어나가기가 어렵게 되자 이 청년은 인터넷 물품 판매 사기를 저질러 재판을 받게 됐고, 사기 피해액수는 적은 편이었다고 천 부장판사는 전했다.

초범인 이 청년은 현재 월 19만 원짜리 고시텔에 머무르고 있었다. 청년은 또 “서울에서 생활하는 동안 건강을 많이 해쳤는데 돈이 없어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고 후 마음이 아파 그냥 돌려보낼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전혀 없는 청년이 다시 법정에 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지갑에서 5만원을 꺼내 청년에게 주면서 ‘일단 이 돈으로 식사라도 해’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천 부장판사는 “제 휴대폰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돈이 떨어지면 꼭 연락하라’고 했다. 돈을 더 많이 주지 않은 이유는 그래야만 제게 연락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그것을 계기로 청년과의 소통을 계속해 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정을 떠나는 청년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는 이 법정에서 만나지 않기를 기원했다. 13년 전 형사 단독 사건을 처리할 때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이 많은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된다”며 “이 땅의 모든 청년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지예 기자 (rpm9e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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