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비트 소리와 함께 등장한 두 대의 차. 본격적으로 음악이 시작되자 서로를 향해 맹렬히 달려가다 스칠 듯 지나치며 댄스를 추듯 질주하기 시작한다. 혹독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타이어를 태울 듯이 원 선회 드리프트의 멋진 쇼를 선보이는 이 차. 최근 스피드웨이에서 데뷔식을 치른 ‘더 뉴 쉐보레 카마로SS’가 그 주인공이다.
뉴 카마로SS는 기존 V8 6.2ℓ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에 신형 10단 자동변속기를 짝지었다. 이 시대 만나기 힘든 V8 가솔린 엔진과 다단화의 극치를 보여주는 10단 자동변속기가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를 끈다.
바뀐 파워트레인에 맞춰 스타일도 바꿨다. 기존 스타일도 흠잡을 데 없었지만 신형은 더욱 공격적으로 탈바꿈했다. 차체 컬러에 상관없이 블랙 그릴이 적용되며, LED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이 더해졌다.
클래식과 모더니즘의 경계선을 오가는 대시보드는 카마로SS나 머스탱이나 비슷한데, 개인적으로는 카마로SS의 깔끔한 느낌이 더 좋다. 특히 카마로SS는 24가지 컬러의 앰비언트 라이팅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10단 자동변속기의 적용은 스포츠카도 변속기 다단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연비 면에서 월등하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어비 세팅이 완벽하지 않을 경우 다단화 이전보다 변속이 답답하고 더디게 느껴질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카마로SS에서는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가속 페달의 깊이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재빠르게 기어를 바꾸는 게 믿음직스럽다.
카마로SS의 10단 자동변속기 적용은 라이벌인 포드 머스탱에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머스탱은 10단 자동변속기를 달고 지난해 중반에 한국에 선보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수시로 전율이 솟아오르게 하는 엔진은 자연흡기 방식만의 맛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작은 배기량의 엔진에 과급기를 달아 쥐어짜듯 힘을 내는 다운사이징 엔진들과는 결이 다르다.
카마로SS의 최고출력은 453마력으로, 머스탱 5.0 GT의 446마력을 앞선다. 최대토크 역시 카마로SS(62.9㎏·m)가 머스탱 GT(54.1㎏·m)를 압도한다.
파워트레인만큼이나 만족스러웠던 건 달라진 서스펜션 세팅이다. 구형의 경우 접지력에서 아쉬움을 줬는데, 신형은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난코스를 능숙하게 돌아나간다. 초당 1000번 이상 노면의 상태를 파악해 댐핑을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고성능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 후륜 브레이크의 독립적 컨트롤을 통해 코너링 제어력을 최적화하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 시너지를 일으키는 덕분이다.
드라이빙 모드는 투어, 스포츠, 트랙, 스노우/아이스 등 네 가지. 일반도로에서는 투어 모드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서킷에서는 트랙 모드가 즐거움을 극대화해준다.
라이벌은 역시 포드 머스탱이다. 머스탱이 2.3 터보, 5.0 GT 등 두 가지 라인업으로 수입되는 데 반해 카마로는 V8 6.2 한 가지만 선보인다. 재밌는 건 머스탱 5.0의 복합연비가 7.5㎞/ℓ인데, 카마로SS는 7.4㎞/ℓ여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쉐보레 더 뉴 카마로 SS의 가격은 5428만원이며, 스콜피온 레드 인테리어가 적용된 볼케이노 레드 에디션(Volcano Red Edition)은 5507만원이다.
카마로SS의 경쟁차종 머스탱 5.0 GT의 가격은 6400만~6890만원으로 대략 1000만원 정도 비싸다. 그런 면에서 보면 카마로SS의 가성비는 매우 뛰어난 편이다.
다만 10가지 컬러로 수입되는 머스탱과 달리, 카마로SS는 네 가지 컬러만 한국에 들어온다. 개성 있는 차 꾸미기를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좁게 느껴질 수 있다.
쉐보레 카마로SS는 이 시대 몇 남지 않은 V8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얹고 있다. 대(大) 배기량 자연흡기 엔진만의 맹수 같은 음색과 풍부한 토크감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매력이 있다. 다운사이징 엔진이 판칠수록 카마로SS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 우직함. 자연흡기 엔진이여 영원하라.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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