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의 봄날, 크로스컨트리 V60

발행일자 | 2019.03.17 00:08
[시승기] 볼보의 봄날, 크로스컨트리 V60

볼보는 예전부터 SUV 같은 왜건 만들기에 일가견이 있었다. 1, 2세대 모델은 V70 XC(크로스컨트리), 3세대 모델은 XC70으로 이름이 달라졌지만 기본 개념은 한결 같은 차였다.

이어 등장한 4세대 모델은 ‘크로스컨트리’로 다시 이름이 달라졌다. 해외에서는 V90 크로스컨트리로 불리지만, 국내에서는 ‘크로스컨트리’라는 개념을 강조하기 위해 크로스컨트리 V90으로 불린다.


14일 충북 제천 리솜 포레스트에서 만난 차는 아래급 모델인 크로스컨트리 V60이다. 명칭을 부를 때 해외에서처럼 ‘V60 크로스컨트리’로 부르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앞서 언급한 이유로 바꿔 부르고 있다.

[시승기] 볼보의 봄날, 크로스컨트리 V60

신형 크로스컨트리 V60은 구형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퀄리티가 좋아졌다. 외관은 얼핏 봐서 크로스컨트리 V90과 구분하기 힘들다. 실제로 이날 시승회에서도 신차인줄 알고 진행차였던 크로스컨트리 V90을 찍는 기자들이 있었다.

구형과 비교하면 휠베이스(2875㎜)는 100㎜ 늘었지만 프런트 오버행은 71㎜ 줄이고 리어 오버행은 118㎜ 늘어났다. 실내공간을 늘이면서도 줄어든 오버행으로 주행감각을 높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대시보드는 크로스컨트리 V90과 거의 같다. 시승회에 준비된 차는 ‘T5 AWD’와 ‘T5 AWD 프로’ 두 가지. 두 모델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실내에서는 우드 데코, 가죽 시트 재질, 오디오 등이 눈에 띈다.

[시승기] 볼보의 봄날, 크로스컨트리 V60

그 가운데 내가 특히 눈여겨 살펴본 건 오디오의 음질이었다. 앞서 볼보의 모델들을 시승할 때마다 오디오가 인상적이었던 까닭이다. 테스트에 사용한 음악은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비트가 강하고 저음부터 중음, 고음이 고루 풍부하게 들려 비교하기에 제격이다.

T5에 장착된 하이퍼포먼스 사운드 시스템만 보면 괜찮은 수준이지만, T5 프로의 바워스&윌킨스(B&W)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만나니 음질의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서브 우퍼 덕에 음량을 크게 키워도 저음이 찌그러지지 않고, 마이클 잭슨의 신들린 고음도 귀에 쏙쏙 꽂힌다. 오로지 오디오만을 생각해도 610만원 더 주고 T5 프로를 사는 게 훨씬 만족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파워트레인은 2.0 가솔린 터보 254마력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짝지었다. V90 크로스컨트리가 디젤과 가솔린 두 종류로 나오는 데 비해 V60 크로스컨트리는 가솔린 한 종류만 국내에 출시된다. 이 가솔린 엔진은 2018년에 V90 크로스컨트리에 추가된 엔진과 같다.

[시승기] 볼보의 봄날, 크로스컨트리 V60

두 엔진은 최고출력과 최대토크에 똑같지만, 주행감각은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가르는 건 서스펜션 세팅과 앞뒤 오버행 길이, 공차중량이다.

V90 크로스컨트리는 부드러운 감각이 좀 더 강했다면, V60 크로스컨트리는 약간 더 탄탄한 느낌이다. 게다가 오버행이 상대적으로 짧아 회두성이 좋고 훨씬 더 민첩하게 느껴진다. 이 민첩성은 235/45R19 타이어를 장착한 T5 프로가 215/55R18 타이어를 단 T5보다 더 좋다.

과거 크로스컨트리 모델들에 비해 차고를 낮춘 것도 주행안전성에 영향을 미쳤다. 신형은 직전 세대 모델에 비해서 차고가 55㎜ 낮고, 두 세대 전 모델에 비하면 100㎜나 낮다.

[시승기] 볼보의 봄날, 크로스컨트리 V60

이렇게 차고가 낮아지면 험로 주파에 불리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볼보자동차 이현기 매니저는 “과거에는 비포장도로가 많았으나 지금은 그런 도로를 찾기 힘들다”면서 “고객들이 대부분 온로드를 주행한다는 점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1세대 크로스컨트리가 중시했던 산길, 들길보다는 일상생활에서의 주행을 좀 더 고려한 설계라는 것이다.

볼보가 이렇게 전략을 바꾼 건 과거에 비해 XC 라인업이 튼실하기 때문이다. 크로스컨트리가 맡았던 시장을 이제는 XC90과 XC60, XC40이 골고루 나눠 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린 전략이다.

이 차의 인증 연비는 도심 8.8㎞/ℓ, 고속도로 12.4㎞/ℓ, 복합 10.1㎞/ℓ다. 이날 시승회는 고속 정속주행 위주로 이뤄져 연비 체크는 의미가 없었다.

[시승기] 볼보의 봄날, 크로스컨트리 V60

가격은 T5 AWD가 5280만원, T5 AWD 프로가 5890만원이다. 5000만원대 수입차 중에서 이 정도의 성능과 만족감을 주는 차를 찾기가 힘들다. V90 크로스컨트리보다 1500만원 정도 저렴한 것도 매력적이다.

볼보는 올해 판매증가율에서 아우디, 토요타와 함께 톱3를 이루며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앞으로 이 인기의 한 축을 이룰 것이다. 볼보의 봄날은 이제 시작이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성능과 실용성의 완벽한 조화. SUV보다 민첩하고 세단보다 활용도가 좋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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