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새로운 역사의 시작, 제네시스 GV80

발행일자 | 2020.01.21 00:49
[시승기] 새로운 역사의 시작, 제네시스 GV80

현대차가 ‘제네시스’라는 차명을 등장시킨 건 2008년이다. 당초 현대차의 럭셔리 브랜드 론칭을 감안해 개발했으나,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따라 현대차 산하의 후륜구동 세단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차는 데뷔 전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0년대 중반에 개발을 거의 끝냈던 초기 모델은 당시 현대차 그룹 고위층에서 퇴짜를 놓으면서 백지부터 다시 출발했다. 그렇게 해서 2008년에 나온 차가 1세대 제네시스(BH)다.

2014년에는 2세대 제네시스(DH)가 나왔다. 1세대 모델보다 한층 진보한 성능과 디자인으로 무장한 DH는 좋은 반응을 얻으며 시장에 안착했다. 그러나 현대차 브랜드로 진출한 미국에서는 한계도 보였다.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탓에 동급 유럽차보다 한참 낮은 3만 달러대의 가격으로 선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 2015년에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공식 론칭되면서 이 차는 ‘제네시스 G80’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이후 플래그십 모델 EQ900은 G90으로 바뀌었고, 엔트리급 G70이 가세하면서 승용 라인업이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GV80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선보이는 첫 SUV다. 소비자들이 거는 기대는 기사에도 반영돼 공식 데뷔 전까지 숱한 추측 기사가 쏟아졌다. 국산 신차 중에 데뷔를 앞두고 이렇게 많은 기사가 나온 건 GV80이 처음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승기] 새로운 역사의 시작, 제네시스 GV80

전체적인 디자인은 2017년에 처음 공개된 GV80 콘셉트카의 형태를 유지했다. 콘셉트카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라운드형이었던 차체 모서리에 에지를 더했다는 것과, 가늘었던 헤드램프가 현실적인 크기로 다듬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방패형 그릴 아래쪽이 오픈됐던 콘셉트카와 달리 양산형 모델은 범퍼 아래쪽에 흡기구를 배치했다.

GV80의 차체 크기는 길이 4945㎜, 너비 1975㎜, 높이 1715㎜, 휠베이스 2955㎜다. 현대차의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와 비교하면, 차체 길이는 팰리세이드가 35㎜ 길지만 휠베이스는 GV80이 55㎜ 길다. 휠베이스가 더 긴 GV80의 2열 시트가 상대적으로 좁게 느껴지는 이유는 GV80이 후륜 베이스의 차이기 때문이다.

수입차와 비교하면 어떨까? BMW X5의 경우 길이 4920㎜, 너비 2005㎜, 높이 1745㎜, 휠베이스 2975㎜로, GV80에 비해 길이는 20㎜ 짧고 너비는 30㎜ 넓고 높이는 30㎜ 높으며, 휠베이스 역시 20㎜ 길다. 메르세데스-벤츠 GLE는 GV80보다 길이가 15㎜ 짧고 너비는 45㎜ 넓고 높이는 55㎜ 높고 휠베이스는 40㎜ 길다.

[시승기] 새로운 역사의 시작, 제네시스 GV80

이를 종합하면 GV80은 차체 길이만 길고 나머지 수치는 모두 경쟁차보다 작다. 차체 너비는 비좁은 국내 주차면적을 고려할 때 이해되지만, 실내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휠베이스가 경쟁차보다 짧은 점은 아쉽다.

대시보드는 외관과 마찬가지로 콘셉트카의 분위기를 닮았다. 클러스터와 이어진 콘셉트카와는 차이가 있지만, 14.5인치의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경쟁차보다 훨씬 시원한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은 요즘 차로는 드물게 2 스포크 타입이다. 이상엽 전무는 이에 대해 “3 스포크나 4 스포크 타입에 비해 불필요하게 걸리는 부분이 없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 현대·기아차는 4 스포크 타입 스티어링 휠에 버튼을 주르륵 늘어놓기도 했었는데, GV80에는 필요한 버튼만 아주 간결하게 정리해 놨다.

[시승기] 새로운 역사의 시작, 제네시스 GV80

GV80 디자인을 총괄한 이상엽 전무는 “이 차는 제네시스 디자인의 도착지가 아닌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GV80은 두 개의 라인을 아이덴티티로 내세우는 첫 제네시스 모델로, 향후 제네시스의 라인업은 모두 이러한 색깔을 입게 된다. 제네시스 브랜드 등장 이후 4년 만에 이제야 제 색깔을 확실하게 찾은 모습이다.

데뷔 모델에는 직렬 6기통 3.0 디젤 한 가지만 선보였다. 추후 가솔린 2.5 터보와 3.5 터보 엔진이 추가될 예정. 변속기는 자동 8단이 준비된다. 최고출력은 278마력, 최대토크는 60.0㎏·m로, 5인승 20인치 휠 모델 기준으로 보면 1마력 당 8.00㎏의 무게를 부담한다. X5 30d(21인치 휠)가 8.58, GLE 300d(19인치 휠)가 9.39를 기록하는 걸 감안하면 GV80의 기본 체력은 든든한 셈이다.

가속은 꾸준하고 부드럽게 지속된다. 힘이 넘치는 느낌은 아니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구간(1500~3000rpm)이 조금 좁다는 느낌이 있지만, 이는 기아 모하비에 얹은 V6 3.0 디젤 엔진도 마찬가지다.

[시승기] 새로운 역사의 시작, 제네시스 GV80

한 가지 궁금한 건, 모하비(260마력/57.1㎏·m)의 엔진에 비해 출력과 토크 모두 앞서고 좀 더 가벼운 GV80이 압도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한 시간 남짓한 시승회에서는 확인하기 힘들었는데, 추후 시승차를 다시 빌려 확인해볼 생각이다.

휠은 19, 20, 22인치 세 가지로 나오고, 타이어는 19인치가 피렐리를, 20인치와 22인치는 미쉐린 제품이 장착된다. 20인치와 22인치 두 가지가 마련된 이번 시승회에서 22인치 휠을 장착한 시승차는 승차감이 다소 단단하다는 평을 받았다. 엔진 출력과 차체 사이즈를 감안하면 20인치가 가장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GV80의 특이한 기능 중 하나는 ‘차로변경 기능’이다. 방향지시등만 작동하면 차가 알아서 차선을 변경하는 기능인데, 작동 조건은 약간 까다롭다. 방향지시등을 켠 후 7초 동안 옆 차로가 비어 있는 걸 확인한 후 차선이 변경되는 것.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나는 이 차를 구입해도 이 기능을 잘 안 쓸 것 같다.

[시승기] 새로운 역사의 시작, 제네시스 GV80

GV80의 가격은 6580만원부터 시작해 각종 옵션 장착에 따라 달라진다. ‘Your Genesis’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트림별로 사양을 미리 정해놓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구동방식과 시트 배열, 외장 컬러, 휠&타이어, 내장 컬러를 차례로 선택하고 각종 편의사양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고를 수 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주로 운용하던 방식과 비슷하다.

모든 옵션을 다 고르면 가격은 8970만원으로 뛴다. 수입 SUV 중에서는 BMW X3 30d(8200만~8500만원), 메르세데스-벤츠 GLC 300(7220만~8400만원)과 비슷하다. 차급에서는 BMW X5 또는 메르세데스-벤츠 GLE와 비슷하지만 가격은 한 급 아래 모델과 비슷하다는 게 GV80의 장점이다. 그럼에도 국산 SUV 중에는 가장 비싼 몸값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는 여론도 있기는 하다.

현대차로서는 GV80이 국내에서는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 정도 가격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향후 미국에서 어떤 가격표를 달 것인가에 달렸다. 지금 제네시스 브랜드가 미국에서 팔리는 가격을 보면, 한국 판매 가격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따라서 GV80도 국내 판매가격 수준으로 미국에서 팔린다면 현대차로서는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소비자들도 제 값을 주고 샀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GV80의 건투를 빈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엔진/미션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럭셔리 SUV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넓은 뒷좌석을 원한다면 GV90을 기대하는 것도 괜찮을 듯.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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