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삼성의 피·땀·눈물…‘XM3’

발행일자 | 2020.03.11 03:01
[시승기] 르노삼성의 피·땀·눈물…‘XM3’

르노삼성자동차의 2010년 실적은 화려했다. 2000년 삼성자동차 인수 후 10년 만에 내수와 수출을 합쳐 27만1479대를 판매, 연산 30만대인 부산공장을 쉼 없이 돌렸다. 당시 르노삼성 행사장에서는 “언제 공장을 증설할 것이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잘 나가던 르노삼성은 실적이 추락하자 박동훈 사장을 영업담당 부사장으로 등판시킨다. 그는 사장으로 승진한 후 2016년 한 해 동안 내수 11만1101대, 수출 14만6244대 등 총 25만7345대의 실적으로 역대 2위 판매 기록을 세운다.


그러던 르노삼성이 지난 2019년에는 17만7450대를 파는 데 그쳤다. 대부분 차종이 부진한 가운데 QM6가 내수 판매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르노삼성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QM6 외에 또 다른 히트차종이 필요했다.

[시승기] 르노삼성의 피·땀·눈물…‘XM3’

르노삼성이 3일 국내 언론에 공개한 XM3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등판한 구원투수다. 지난해 서울모터쇼에 외관이 공개된 바 있으나, 공식 데뷔는 이날이 처음이다. 당초 3일 대대적인 언론 시승회를 계획했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소규모 행사로 변경되면서 예정대로 열리게 됐다. 기자는 향후 2주간 매일 열리는 시승회에서 가장 먼저 초대받는 영광을 누렸다.

드디어 마주한 XM3 실물은 콘셉트카 버전에 비해 더 길고, 더 높은 느낌이다. XM3의 사이즈는 르노삼성이 꼽는 경쟁차종인 현대 코나, 기아 셀토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보다 훨씬 크다. XM3의 휠베이스는 2720㎜로, 기아 셀토스의 한 급 위인 스포티지(2670㎜)보다 50㎜ 길고, 현대 싼타페(2765㎜)보다는 45㎜ 짧다.

휠베이스가 길면 실내공간을 넓게 뽑아내기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다만 XM3의 차체 높이는 1570㎜로 현대 코나보다 불과 20㎜(루프레일 포함하면 5㎜) 높고 트레일블레이저보다는 90㎜ 낮기 때문에 헤드룸의 여유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도 키 177㎝인 기자가 앉았을 때 머리 위로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이니 183~4㎝까지는 뒷좌석에 앉기에 무리가 없다.

[시승기] 르노삼성의 피·땀·눈물…‘XM3’

QM6에 나중에 추가된 뒷좌석 등받이 각도 조절장치는 XM3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 기능이 있으면 키 큰 사람이 쉬기에 더 편하긴 한데, 루프라인이 낮게 떨어지는 쿠페형 SUV 스타일 특성상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을 걸로 보인다.

디자인에서 흠을 잡자면, 뒷모습이 좀 아쉽다. 후측면에서 봤을 땐 역동적인 라인이 돋보이는데, 정후면에서 보면 아래쪽이 많이 들려서 차가 실제보다 작아 보인다. BMW X6처럼 뒤 범퍼가 묵직하게 생겼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운전석 공간에서 눈에 띄는 건 세로형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다. SM6와 QM6가 채택한 8.7인치보다 큰 9.3인치 크기이고, 매립형이 아닌 플로팅 타입이어서 운전자가 내려다보지 않아도 눈에 잘 띈다. 특히 8.7인치형에 비해 전체적인 유저 인터페이스가 개선되어 더 쓰기 편하다.

[시승기] 르노삼성의 피·땀·눈물…‘XM3’

다만 테두리 베젤을 좀 더 줄이면 훨씬 세련돼 보였을 것 같다. 8.7인치형은 좌우에 터치 조작을 하는 타입이라면, 9.3인치형은 그게 없기 때문에 좌우 베젤 크기를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뒷좌석 착좌감은 과거 르노삼성의 차들보다 괜찮다. 예전 르노삼성 차들은 뒷좌석에 앉으면 안락하지 않고 어딘가 붕 떠 있는 느낌을 줬는데, XM3는 시트 쿠션 안쪽을 더 깊게 파서 착좌감이 개선됐다.

엔진은 123마력 1.6ℓ 가솔린과 152마력 1.3ℓ 가솔린 터보 직분사 두 가지가 마련된다. 1.3ℓ 엔진은 르노와 다임러그룹이 공동 개발한 것으로, XM3에 처음 적용했다.

[시승기] 르노삼성의 피·땀·눈물…‘XM3’

한 가지 이상한 건 모델 작명법이다. 1.6 GTE에서 1.6은 배기량을 의미하는데, TCE 260의 260은 최대토크 26.0㎏·m를 의미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고성능 상위 모델에 숫자 1.3을 붙이면 1.6 GTE보다 하위 모델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해는 가지만 작명법을 통일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시승회에는 1.3ℓ 가솔린 터보 모델이 준비됐다. 이 엔진은 독일 게트락의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조합된다. 또 다른 모델인 1.6ℓ 가솔린 엔진은 무단변속기와 궁합을 맞춘다. 전자가 성능에, 후자는 연비와 부드러움에 방점을 찍었다.

1.3 터보는 변속기와 찰떡궁합을 보여준다. 출발은 조금 굼뜬 경향이 있는데, 일단 속도가 붙으면 엔진의 힘을 낭비 없이 거의 그대로 바퀴에 전달한다. 최고출력은 152마력으로 엄청나게 강한 힘은 아니지만, 공차중량이 1330~1345㎏으로 가벼운 편이어서 힘이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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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토크 26.0㎏·m는 2250~3000rpm에서 나오는데, 구간이 넓은 편은 아니다. 이 때문에 4000rpm의 고회전 영역에서는 다소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변속기는 수동 모드 기능이 있지만, 기어 레버로는 조작이 안 되고 패들 시프트로만 작동한다. 패들 시프트는 르노 스타일이 아니라 벤츠 스타일. 두께가 살짝 얇아서 약한 느낌을 준다. D 드라이브에서 시프트 업이나 시프트 다운은 빠르게 작동하고, 일정 시간 작동하지 않으면 다시 자동모드로 돌아간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토션빔 타입이다. 토션빔은 SM6에서 지적을 당했던 부분인데, 통통 튀는 승차감이 주된 원인이었다. XM3는 바로 그 부분을 잘 풀어냈다. 달리다가 과속방지턱을 빠르게 넘을 경우, SM6는 ‘텅’ 소리가 나면서 튀는 경우가 많은데 XM3는 부드럽게 턱을 넘어간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말랑하게 세팅하면 방지턱을 넘고 나서 출렁거리게 마련인데 XM3는 빠르게 자세를 가다듬는다.

[시승기] 르노삼성의 피·땀·눈물…‘XM3’

타이어는 215/65R16(금호), 215/60R17(넥센), 215/55R18(금호) 등 세 가지가 장착된다. 인증 연비는 16인치, 17인치 모두 동일하게 도심 12.2, 고속도로 16.1, 복합 13.7㎞/ℓ이고, 18인치는 각각 11.8, 15.3, 13.2㎞/ℓ를 받았다. 무단변속기를 장착한 1.6 GTe보다 연비가 우수한 점이 눈에 띈다.

18인치 타이어를 단 시승차는 시가지가 일부 포함된 고속 위주 시승에서 14.0㎞/ℓ를 기록했다. 정속주행 구간에서는 꾸준하게 20.0㎞/ℓ를 넘기는 걸 보면 연비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1.6ℓ 자연흡기 엔진과 무단변속기가 조합된 1.6 GTe 모델의 연비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XM3의 가격은 1719만~2532만원. 일부 소소한 아쉬움은 있지만 가격대를 생각할 때 상품 구성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데뷔한 기아 셀토스가 높은 가성비로 수요를 끌어들인 걸 보면 XM3도 이를 재현할 자격은 충분하다. 게다가 오래된 SM3의 대체재로도 충분해 보이고, 현대 아반떼나 기아 K3의 수요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XM3는 르노삼성이 피 같은 땀을 흘리며 만들어 낸 수작(秀作)이다. 지난해 QM6와 마스터로 힘겨운 시간을 견디어낸 르노삼성은 XM3의 가세로 큰 힘을 얻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사전 계약은 르노삼성 창사 이후 가장 빠르게 1만대를 돌파하며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다. 르노삼성의 건투를 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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