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형제들, 포르테 GDI시리즈

발행일자 | 2010.09.29 02:27
뜨거운 형제들, 포르테 GDI시리즈

28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주행시험장에서 포르테 GDI 3형제를 시승했다. 2일 출시된 포르테 GDI는 현대기아차 그룹의 최신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기존 모델 대비 성능과 연비를 모두 대폭 향상시킨 것이 특징.

아울러, 해치백 모델을 새로 추가하면서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풀-라인업’을 구축한 점도 눈에 띈다. 포르테GDI는 2도어인 포르테 쿱, 4도어인 포르테 세단, 5도어인 포르테 해치백으로 나뉘어 더욱 다양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됐다.


글/ 민병권 (rpm9.com 에디터)

사진 / 기아자동차, 고병배 (rpm9.com 객원기자)

뜨거운 형제들, 포르테 GDI시리즈

구동계는 신형 아반떼를 통해 선보인 것과 동일하다. 그나마 예전에는 엔진커버의 마크만이라도 현대와 기아를 구분했었는데, 이제는 브랜드 표시를 없애고 GDI라는 로고만을 남김으로써 합리적인 원가절감을 추구한 모습이다.

신형 아반떼를 통해 입증된 바와 같이 감마 1.6 G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콤비는 동급 경쟁모델들은 물론 중형차급까지도 얼어붙게 할만한 스펙을 자랑한다. 행사 참석 전에는 비교 차종이 동원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 듣기도 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아반떼 말고는 국산과 수입을 통틀어 이 배기량에서 이만큼의 성능을 내는 준중형차가 없어 그럴듯한 비교가 안되기 때문이다.

뜨거운 형제들, 포르테 GDI시리즈

SM3와 라세티 프리미어(이하 ‘라세티’)가 11X마력의 출력과 15.X kgm의 토크를 내는데 비해 포르테GDI는 140마력과 17.0kgm. 게다가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대신 무게가 가볍다. 0-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라세티가 14.2초, SM3가 13.1초이고 포르테GDI 세단은 10.4초. 60-100km/h 가속시간도 8.0초, 7.2초, 6.1초로 무시 못할 차이를 보인다.

그러면서도 연비 또한 양보하지 않았다. 포르테GDI 세단의 공인연비 16.5km/L는 동급 최고수준. 그 동안의 준중형 1.6들이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덩치를 억지로 끌고 다니느라 애처로운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포르테 GDI는 이제야 비로소 더 큰 배기량의 엔진이 딱히 부럽지 않은 적절한 구동계를 갖춘 모습이다.

▲ 세단과 해치백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등 앞모습을 살짝 바꾸었으나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 세단과 해치백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등 앞모습을 살짝 바꾸었으나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이러한 구동계 업그레이드에 가려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외관과 실내 장식 일부도 개선됐다. 그리고, 더 의미 있는 변화를 NVH와 승차감의 개선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 포르테는 핸들링 성능이 좋은 대신 승차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GDI시리즈는 쇽업소버를 새로 개발한 모노튜브 타입으로 바꾸고 범프스토퍼를 개선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위 ‘튀는’ 반응을 줄였다. 주행시험장에는 요철구간이 없었기에 승차감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어려웠지만, 예전보다 유순해진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혹시, 서스펜션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운전 재미가 줄어든 것은 아닌가 걱정했지만 적어도 이번에 마련된 핸들링 코스를 이리저리 집어 던지며 통과하는 동안은 -막연하게 다가오는 조향감이 여전하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별다른 불만을 느낄 수 없었다. 어지간한 차체 쏠림이 있지만 안정감을 잃지 않고, VDC는 간섭사실을 모르고 지나칠 만큼 자연스럽게 개입한다.

▲ K5와 동일한 부츠타입 기어레버가 적용됐고, 그 주변 플라스틱에 메탈 효과를 주었다. 컵홀더에는 크롬링도 둘렀다. 노력한 모습은 보이지만 실내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 K5와 동일한 부츠타입 기어레버가 적용됐고, 그 주변 플라스틱에 메탈 효과를 주었다. 컵홀더에는 크롬링도 둘렀다. 노력한 모습은 보이지만 실내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그리고 NVH면에서는 차를 거칠게 몰아붙여도 소음과 진동이 거칠지 않다. 사실 직접분사 엔진은 고압을 쓰기 때문에 기존의 MPI에 비해 이 부분에서 불리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이전 모델보다 더 정숙한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기아 측이 제시하는 수치상으로도 공회전시와 가속시의 소음 모두가 경쟁모델들 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회전수를 끝까지 쓸 때 잠시 웅웅거리는 소리가 커지긴 했지만 이전만큼 거슬리지는 않는 느낌이다. 구동계 외의 부분들 역시 나긋나긋하게 다가왔다.

쿱의 경우에는 차종의 특성상 배기음을 다르게 튜닝한 것이 두드러진다. 외부에서 감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실내에서는 그 차이가 적게 느껴지는 편이지만, 풀 가속시 좀더 다이내믹한 인상을 주는 데는 이러한 튜닝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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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쿱의 경우 세단과 해치백에 비해 기어 변속 시점이 한 템포 더 빠르다는 차이도 있다. 역시 차의 특성상 연비보다는 가속성능 위주로 기어비를 설정한 때문이다. 이런 경우 보통은 종감속비만 다르게 썼겠거니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전체적인 기어비를 세단, 해치백과는 다르게 설정하고 있어 조금 놀랐다. 단순히 겉옷만 달리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차별화를 위해 노력한 모습이 보기 좋다.

사실 기존의 쿱에서는 2.0엔진의 자동변속기 모델을 타보고 크게 실망했던 적이 있다. 4단 자동변속기가 주어진 엔진힘을 허투루 쓰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역력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시승한 1.6 GDI 자동변속기 모델은 그와 정반대다. 그리고 1.6 GDI 출시와 함께 2.0 모델에도 6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도 크다. 2.0에는 스티어링휠에 수동변속 버튼(다이내믹 쉬프트)까지 달았다. 세단에는 더 이상 2.0 엔진이 탑재되지 않기 때문에 쿱의 가치가 더(다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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쿱에 새로 적용된 LED 테일램프도 보기 좋다. 포르테 GDI시리즈는 급제동시 브레이크 등을 점멸시켜 뒤따르는 차에 경고를 해주는 기능도 더했다. 급제동 성능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지만 말이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해치백은 유럽시장에서 기아 씨드가 나름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상황이라 뜻밖의 선물처럼 느껴진다. 우리나라 메이커들의 모델 다양화 전략은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여담이지만 화성공장에서는 현재 개발중인 두 가지 서로 다른 타입의 경차도 볼 수 있었다.

▲ 사이드 미러에는 얇은 라인의 LED 리피터가 적용됐다.
<▲ 사이드 미러에는 얇은 라인의 LED 리피터가 적용됐다.>

앞서, 포르테의 덩치가 경쟁모델들 대비 작다고 언급했지만 해치백에서는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동급 해치백들에 비하면 휠베이스를 비롯한 차체 치수가 큰 편이고, 그러면서도 무게는 가볍다. 약간의 부연설명을 하자면, 포르테 해치백은 세단보다는 무겁다. 처음부터 해치백으로 개발된 차가 아니라 세단을 바탕으로 추가 개발된 차이기 때문에 짧아진 뒷부분의 안전성을 확보하느라 차체를 강화하면서 무게가 더(38kg) 나가게 됐다는 설명이다. 같은 이유로 공기역학성능도 떨어진다. 쿱과 달리 세단과 동일한 기어비를 갖고 있으면서도 공인 연비는 세단(16.5km/L)이 아니라 쿱(15.7km/L)과 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구형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를 쓴 i30(15.2km/L)와의 차이도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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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꽁무니가 짧아 가뿐한 해치백의 장점은 포르테 GDI 해치백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운전이 더 편하고 실용적이라는 장점뿐만이 아니다. 시승 전에 해치백이 더 무겁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에 마련된 슬라럼/핸들링 코스에서는 해치백의 추종성이 조금 더 낫게 느껴졌다. 심지어 가장 스포티해야 할(?) 쿱보다 낫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쿱과 같은 버킷 타입 시트 대신 세단과 같은 컴포트 시트가 달린 것은 아쉬운 부분이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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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기아 측은 쿱을 ‘개성과 드라이빙을 즐기는 고객용’으로, 해치백을 ‘스타일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고객용’으로 나누어 놓았으니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래서, 포르테 해치백이 가진 가장 큰 장점으로는 뒷좌석 풀 플랫 시트가 꼽히는 것이다. 해치백형 차 중에서도 트렁크 바닥과 등받이 뒷면이 평편하게 이어지는 차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런데 포르테 해치백은 그걸 해냈으니(?) 자랑할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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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도 부담이 없다. 방석 아래쪽에 있는 손잡이를 잡아 당기면 가볍게 방석이 앞으로 젖혀지고, 어깨 부근의 레버를 당겨 등받이를 접으면 끝. 사실, ‘완전 평면’을 위해서는 세 개의 헤드레스트를 모두 뽑아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자주 쓰는 기능은 아니니 봐 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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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테 해치백의 트렁크 용량은 기본이 385리터로, 골프의 350리터나 i30의 340리터보다 넖다. 그리고, 풀 플랫 기능을 이용하면 이 용량은 1,310리터까지 늘어난다. 뒷바퀴 휠하우스 부근의 침범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말 많은 토션빔 서스펜션 구조 덕분일 것이다. 트렁크 바닥아래로는 스페어타이어와의 사이에 칸막이가 있는 스티로폼 수납공간을 마련해 활용도를 더욱 넓혔다. 테일게이트의 조작감도 나무랄 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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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세단이 아니라 해치백용으로 개발된 차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포르테 해치백의 외관 디자인도 상당한 매력 포인트다. 포르테의 첫 데뷔 때부터 써온 215/45R17 규격의 타이어는 성능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 지금에 와서도 조금은 버거운 것이 아닌가 싶지만,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탄탄한 차체와 새로 디자인된 17인치 휠이 아주 잘 어우러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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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테 GDI 시리즈는 6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장착한다. 기존 모델 대비 가격인상폭은 세단/자동변속기 기준 ‘디럭스’가 10만원, ‘럭셔리’가 44만원이라고 한다.

포르테 GDI시리즈는 하체의 완고함을 누그러뜨렸다는 점에서 일부 고객으로부터 아쉬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지 언정,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바탕을 갖게 됐다. 이런 경우 자칫 몰개성을 우려할 수도 있지만, 포르테가 가진 개성은 그 정도에 영향을 받을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단순한 성격 변화라기 보다는시간이 지난 만큼의숙성을 거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모델이 다양하지 못하고 특정 차종에 수요가 몰리는 우리나라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준 것도 칭찬할 일이다. 그런데, ‘풀-라인업’이라면 왜건과 컨버터블까지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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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arget="_blank" href="http://gallery.rpm9.com/breakEgg/offline_list.html?GalleryType=Thumb&amp;qservice_uid=1&amp;qgallery_uid=599">▲ 기아 포르테 GDI 시리즈 사진 갤러리</a>
<▲ 기아 포르테 GDI 시리즈 사진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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