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컨트리맨, 재미의 한계를 넘다

발행일자 | 2011.03.02 00:03

미니 컨트리맨 함부르크 시승기 (3) - 외관과 패키지

미니 컨트리맨, 재미의 한계를 넘다

미니와 SUV의 크로스오버를 표방한 컨트리맨은 유독 숫자 4와 관련이 깊다. 50년이 넘는 미니 브랜드의 역사상 최초로 차체 길이가 4미터를 넘어섰고, 4개의 도어를 달았으며, 좌석도 4개이다. 구동방식에 있어서도 처음으로 4바퀴 굴림 옵션(‘ALL4’)을 마련했다. 심지어 현행 미니 라인업에서 해치백, 컨버터블, 클럽맨에 이어지는 4번째 미니이기도 하다. 컨트리맨이 유럽 출시를 앞두고 있었던 2010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쿠퍼S ALL4의 수동변속기 버전을 시승했다.

글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미니 컨트리맨, 재미의 한계를 넘다

기억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니 클럽맨의 시승기 때 미니의 팬인 어느 부부의 예를 든 적이 있다. 클럽맨은 갓난 아이를 둔 그 부부(그 사이 아이가 하나 늘었다)를 완벽하게 사로잡기에는 여전히 허점을 갖고 있었다. 뒷좌석으로의 접근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클럽도어가 아닌 제대로 된 4개의 도어가 필요했고, 공간도 조금 더 넓었으면 싶었다.

미니 컨트리맨, 재미의 한계를 넘다

결국, 오리지널 미니 시절부터 요구되어왔던(?) 5도어 해치백 형태의 미니가 탄생했다. 단순히 기존 미니를 늘려 문 두 짝을 더 단 것이 아니다. BMW의 ‘SAV(스포츠 액티비티 비클)’와 이종교배를 시도했으며, 덩치도 흠씬 -‘미니’ 같지 않게 커서 징그럽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키웠다. 역사상 가장 미니 같지 않은 미니가 미니의 고객 층을 넓히기 위해 투입된 셈이다.

미니 컨트리맨, 재미의 한계를 넘다

‘컨트리맨’이라는 이름은 (미니의) SAV, 크로스오버, 오프로드 대응 차량이라는 뜻에서 ‘COUNTRY’,그리고 온로드, 공간, 크기를 암시하는 ‘MAN’을 조합한 것이다. 미니의 역사책을 뒤져보면 1960년대에도 ‘모리스 미니 트레블러’의 형제차로 ‘오스틴 세븐 컨트리맨’이라는 차가 있었다. (차의 형태만 놓고 보면 현행 클럽맨의 원조다.)

▲ 차에는 COUNTRY MAN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 않다.
<▲ 차에는 COUNTRY MAN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 않다.>

출시명과 관련해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일본 시장에서 ‘컨트리맨’ 대신 ‘미니 크로스오버’라는 이름을 쓴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굳이 번역하면 ‘촌놈’이 되지만, 일본에서는 특히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현지 담당자들이 강력하게 반대를 했고, 결국 본사도 경쟁이 극심한 일본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개명에 동의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2011년 1월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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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미니들과 플랫폼을 달리한 컨트리맨은 영국이 아닌 오스트리아에서 생산된다. 옥스포드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24만 대인데, 2009년의 생산량이 이미 22만 대에 이르는 등 컨트리맨의 수요까지는 감당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니의 5~6번째 모델인 쿠페와 로드스터도 옥스포드 공장에서 만든다.) 컨트리맨의 생산을 전담하는 오스트리아의 마그나 슈타이어는 얼마 전까지 BMW X3의 위탁 생산을 맡고 있었던 업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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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 하니, 한때는 앞바퀴 굴림 기반인 미니 컨트리맨이 뒷바퀴 굴림 기반인 BMW X1과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괴담(?)이 돌기도 했던 모양이다. 시승행사에서 만난 미니 브랜드 수석부사장은 이에 대해 “개별화, 차별성은 미니의 생명”이라며, 플랫폼에 있어서도 “미니는 항상 미니여야지, 다른 차의 파생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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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맨의 플랫폼은 기존 미니들과도 (비슷한 부분은 있지만) 같지 않다고 한다. 하긴, 엔진과 실내 일부 부품을 공유할 뿐, 그 외에는 나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 보이긴 했다. 컨트리맨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비치콤버, 페이스맨 등의 파생 모델을 내놓고 있는 것도 그만큼 본전을 뽑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비치콤버의 경우 측면이 뻥 뚫린 것으로 인한 안전성 문제 제기로 양산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 최근 소식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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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컨트리맨의 탄생 과정에서 가장 고민이 되었던 것은 4.1미터의 차체 길이였다고 한다. 회사 내에서도 순수 파들은 4미터가 넘는 미니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막아 섰지만, 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타협이었다. 2001년에 1세대 모델이 나온 BMW 미니는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나는 동안 고객이 나이를 먹고 가정을 꾸림에 따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놓치지 않고 커버할 수 있는 차량으로의 진화가 필요해졌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물론, 친구들, 혹은 가족들과 도심을 떠나 레저 활동을 즐기는데도 손색이 없는 차로의 변신을 도모한 것이 바로 컨트리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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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맨의 정확한 차체 길이는 4,097mm(쿠퍼S는 4,110)로, 해치백보다 40cm가까이, 클럽맨보다 16cm 늘어났고, 휠베이스는 2,595mm로 해치백보다 13cm가까이, 클럽맨보다 5cm가까이 길어졌다. 그래도 폭스바겐의 6세대 골프(4,204mm)와 비교하면 차체 길이가 10cm 짧으니 마냥 크다고는 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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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 크기는 기아 쏘울과도 겹친다. 길이와 폭이 비슷하고, 키는 쏘울이 (루프랙 기준으로) 10cm나 더 크다. 대신 휠베이스는 컨트리맨이 4.5cm 더 길다. 두 차의 요소요소를 비교해보면, 비슷한 패키징도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제대로 만들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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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미니보다 차체를 키우고 지상고를 높였지만 컨트리맨의 외관은 한눈에 한 식구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기존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옮겨왔다. 짧은 앞뒤 오버행, 차의 4면을 휘감는 높은 유리창라인, 강조된 바퀴 언저리가 그렇다. 미니를 부풀려 놓은 것 같은 인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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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가 있다면, 부드럽고 여성스러웠던 미니의 얼굴이 남성적이고 공격적인 이미지로 바뀐 점이다. 타원형을 탈피한 헤드라이트, 상어처럼 튀어나온 코 부분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미니 팬들 외에도 다양한 고객층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고려한 흔적인데, 예쁘장한 얼굴에 익숙했던 이들에게는 차체 크기와 함께 반감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쿠퍼S의 경우 기존의 상징이었던 보닛의 흡기구가 사라진 대신, 전용 범퍼의 얇은 흡기구가 육각형 그릴을 파고드는 형태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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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에는 더욱 신선한 요소들이 있다. A필러에서 앞바퀴 휠아치까지 사선으로 이어지면서 휀더-보닛과 앞문 사이를 가르는 장식은 기존 미니 패밀리에는 없었던 것이지만, 오리지널 미니의 용접 라인을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사이드 리피터가 녹아 든 이 부분은 최근 발표된 미니 로켓맨 컨셉에도 응용되고 있다. 쿠퍼S의 경우 여기에 ‘S’ 로고가 붙는다.

5도어이면서도 3도어인 척 하는 요즘 경향과 달리 일부러 뒷문을 강조해 5도어임을 부각시킨 지붕의 형태도 눈길을 끈다. ‘헬멧’을 연상시키는 이 지붕은 향후 출시될 미니 쿠페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검정색 지붕을 선택하면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미니 컨트리맨, 재미의 한계를 넘다

후면에서는 수직으로 내려 기능성을 강조한 3차원 형상의 테일램프를 특징으로 잡을 수 있다. 기존 미니의 테일램프는 아래쪽이 넓어지면서 테일게이트 절개선을 좁아지게 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트렁크-테일게이트는 (처음으로) 미니 로고를 눌러 젖히면 열리도록 만들었다.

쿠퍼S의 경우 루프 스포일러가 적용되고 배기구가 양쪽으로 뽑아진다. 뒷범퍼에는 앞범퍼의 안개등 안쪽으로 뚫린 브레이크 냉각구멍처럼 (가짜) 배출구 형상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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