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가 좋을까요? 골프가 좋을까요?” 의외로 자주 듣는 질문이다. 따지고 보면 차량성격이 많이 다른데도 막상 그 가격대의 수입차를 사려고 마음먹고 나면 어쩔 수없이 부대끼는 모양이다. 대답은 어렵지 않다. 개성 있고 재미있는 쪽은 미니이고, 실용적인 쪽은 골프니까. 구매자가 어느 쪽에 비중을 두고 있는 지만 확실히 하면 된다. 사실, 결혼을 앞두고 있으며 아이도 곧 가질 생각인 예비 가장님께서 세컨드카도 아닌 (예비)패밀리카를 산다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그저 미니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하소연에 불과한 것이다. 글/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미니의 허리를 늘려 만든 ‘미니 클럽맨’이 나오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지긴 했다. 성인이 앉기에도 큰 아쉬움이 없는 뒷좌석 공간과, 뒷좌석 승하차를 위한 보조문, 그리고 늘어난 트렁크공간이 미니의 실용성을 어느 정도 높여놓았기 때문이다. 골프와 비교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지만, 부부가 작당해서 미니의 편을 들면, 넘지 못할 벽은 아닌 정도로 격차가 줄었다. 아기가 이제 막 첫 돌을 맞은 어느 부부는 내외가 나란히 ‘미니 탄생 50주년 루프탑 파티’에 참석하더니만, 결국 그 자리에서 미니 클럽맨을 사기로 합의를 봤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금 타고 있는 준중형 승용차가 빠듯하다면서 SUV를 눈 여겨 보던 부부인데 이게 왠 반전? 애기 살림 한 가득은 물론이고 부부 외에 동반인까지 태우고 장거리를 이동할 일이 있다면서 넉넉한 차를 찾더니만, 미니 종교집회에서 단단히 세뇌가 되어 돌아온 모양이다. 그들 앞에 미니 클럽맨 시승차를 들이밀었다. “살려는 게 이거 맞아요?”
클럽맨은 일반 미니(이하 ‘해치백’)보다 차체 길이가 24cm 길고 지붕은 2cm 높다. 앞뒤 바퀴 축사이의 거리(휠베이스)는 8cm가 늘어났다. 이러한 여유는 모두 B필러 이후의 공간에 주어지는 혜택이다. 덕분에 뒷좌석 발공간이 8cm 늘어났고 적재공간은 기본 +100리터, 뒷좌석을 접었을 때로 따지면 250리터가 더 늘어났다. ‘클럽도어’라 불리는 보조문을 이용해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된 뒷좌석은 예전만큼 불편한 공간이 아니다. 무릎이 앞좌석 등받이에 닿지도 않고, 헤드룸도 충분하다. 다만 좌우 폭은 넓지가 않아서, 어른 둘이 타면 양 바퀴(휠하우스) 사이에 꼭 끼어 앉는 형국이 된다. 어깨동무라도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3인용 뒷좌석 사양도 있다고 들었는데 잘못 알았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아무튼, 한쪽에 유아용 시트를 장착하고 나면, 애를 어르고 달랠 보호자의 자세가 그다지 편할 것 같지는 않다. 클럽도어가 오른쪽에만 있는 것도 문제가 된다. 유아용시트를 장착하거나 아기를 태울 때, 보통의 4도어, 5도어 차량처럼 아무 쪽에서나 쉽게 접근할 수는 없는 것이다.
클럽도어는 바깥쪽에 손잡이가 없어서 보기에 깔끔한 대신, 안쪽 손잡이를 찾을 때는 손을 들이밀고 더듬어야 한다. 차에 탄 사람이 열어줄라치면 손잡이 방향이 반대라서 불편하다. 클럽도어에 달린 걸쇠에 동반석 도어가 물리기 때문에, 열 때는 동반석 도어 먼저 열어야 하고, 닫을 때는 클럽도어 먼저 닫아야 한다. 클럽도어까지 열어 젖히면 중간 기둥 없이 시원하게 뚫린 실내가 드러난다. 시트를 뒤로 한껏 밀어낸 경우가 아니라면, 동반석 승객이 자리에서 굳이 내리지 않더라도 뒷좌석 승객이 타고 내릴 수 있다. 다만 클럽도어에 걸친 동반석용 안전벨트가 거치적거린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B필러 앞쪽의 실내는 해치백과 다를 바 없다. 가운데 암레스트가 없는 정도가 차이일까? 시승차는 1열 좌석을 버킷 시트로 교체해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뒷좌석을 보니 본래는 직물바탕에 빨간색 가죽 액센트가 기본 내장인가보다. 얇고 단단한 뼈대에 약간의 쿠션을 더한 뒤 가죽으로 마감한 버킷 시트는 레카로(RECARO) 브랜드 제품으로, 등판에 미니 공식/자체 튜너인 ‘존 쿠퍼 웍스(JCW)’의 로고가 새겨진 순정 옵션품이라 측면 에어백도 살아있다. 원래 다른 미니에 장착했던 것을 이 차에 옮겨 달았다고 하는데 JCW의 18인치휠도 마찬가지이다.
몸을 단단히 잡아주는 버킷시트는 여느 때라면 쌍수 들어 환영했을 아이템이지만 이번 시승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일전에 시승했던 미니 쿠퍼S JCW는 오히려 시트가 순정이라 아쉬웠는데, 여기서 이 과격한 물건을 만나게 될 줄이야. 측면지지부가 워낙 높아서 타고 내릴 때 허벅지와 옆구리를 비비게 되는 부분이 많이 헤졌다. 뒷좌석을 접고 4점식 안전벨트를 걸치니 경주용차가 따로 없다. 미니와 달리 클럽맨의 트렁크쪽 뒷문은 좌우로 펼쳐지며 열리는 캐비닛형 분할식 도어다. 오리지널 미니에도 있었던 ‘컨트리맨’, ‘트래블러’ 등의 파생모델을 모방한 것으로, C필러에서 뒷범퍼로 이어지는 모서리 라인 또한 당대의 나무 프레임 장식에서 영감을 얻은 두터운 플라스틱으로 강조했다. 테일램프를 둘러싼 이 ‘장식’은 개인적으로는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고, 의외로 많은 이들이 클럽맨의 뒷모습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쿠퍼S의 경우에는 범퍼의 가짜 흡기구까지 밉상이다.
모두 내게 오라~
하지만 룸미러를 통해 봤을 때 뒷유리 가운데로 기둥을 만드는 캐비닛 도어의 열림방식은 좋아한다. 뒷유리 와이퍼도 두 개이고, 발 아래를 비춰주는 조명도 문짝마다 달려있다. 캐비닛 도어는 오른쪽을 먼저 열어야 하고 닫을 때는 왼쪽을 먼저 닫아야 한다. 동반석 문을 먼저 열고 클럽도어를 먼저 닫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대로 했을 경우 문짝이 찍히는 것을 막기 위해 왼쪽 도어 안쪽에는 완충고무가 달려있다. 하단에 가로로 달린 댐퍼가 문짝을 밀어내주기 때문에 열 때는 거의 반자동으로 열린다는 느낌이 든다. 막상 열고 보면 트렁크 바닥이 높아 당황스럽다. 옷장을 연 것이 아니라 싱크대 위 찬장을 연 기분이다. 뒷좌석을 접을 경우 등받이 부분과 이어지는 평편한 적재함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탈착식 이중바닥구조를 채택한 때문이다. 첫 번째 바닥을 젖히면 아래쪽에 공간이 더 숨어있는데, 구급약과 비상삼각대, 우산고정용의 고무밴드도 모두 여기에 달려있다. 두 번째 바닥을 젖히면 스페어타이어 대신 간단한 공구만 마련되어 있다. 해치백과 마찬가지로 런플랫 타이어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스페어타이어나 수리킷은 옵션으로 빼놨다.
뒷좌석을 세운 상태에서는 260리터, 접으면 930리터에 이르는 적재공간이 생긴다. 후륜서스펜션의 지지부가 좌우에서 공간을 잡아먹고 있기 때문에 폭이 넓지 않고, 개구부의 높이가 낮기 때문에 짐을 부리기도 용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해치백에 비할 바는 아니다. 뒷좌석에 사람이 탄다면 유모차는 대각선으로 세워서 실어야 할 것 같다. 미니에게 세뇌 당한 부부에게는 이 정도도 충분하다. 일단 써보고, 짐 싣는 공간이 정 부족하면 루프박스를 얹으면 된다나? 미니 클럽맨은 루프 박스가 잘 어울릴 것 같은 차이긴 하다. 자동차 경주장에서 미니와 클럽맨을 번갈아 잡아 돌려본 바에 의하면, 늘어난 휠베이스는 실보다 득이 많다. 랩타임이 단축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더 안정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한계에 이르면 주행안정장치가 개입해 위험한 거동을 막아주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뒷부분이 촐랑거리지 않고 잘 받쳐주고 있음을 의식하게 된다. 와인딩에서는 정확한 라인으로 매끄럽게 급코너를 돌아나가고, 고속주행에서의 안정성 또한 상대적으로 높다. 시내에서는 늘어난 꼬리가 신경 쓰이지만, 여전히 잽싸게 차들 사이를 비집고 다닌다. 무시 못할 또 한가지는 전반적인 승차감이 해치백보다 낫다는 것이다. 시승차에 끼워진 205/40R18사이즈의 타이어(브리지스톤 RE050A 런플랫)가 그리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다.
해치백보다 사람 하나가 더 무거운 몸무게도 쿠퍼S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0-100km/h 가속은 쿠퍼 클럽맨이 10.9초이고 쿠퍼S 클럽맨이 7.9초, 쿠퍼S 해치백이 7.3초이다. 수치만 보면 쿠퍼S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부부는 쿠퍼 클럽맨을 골랐다 승차감이 덜 단단하고 배기음이 덜 시끄러우며 연비가 좋고 가격까지 저렴하니 당연한 선택이다. 게다가 운전자 혼자이거나 둘이 탄 정도라면 쿠퍼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놀 수 있다. 다만 가속페달 반응과 조향력을 바꿔주는 스포츠버튼, 스티어링휠 리모컨, 자동에어컨 같은 사양은 쿠퍼S라야 누릴 수 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때 피유~ 피유~ 하는 소리도 쿠퍼S에서만 들을 수 있다!) 주인공 부부는 6세대 골프가 국내에 출시될 때까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 아직 클럽맨을 계약하지는 않았다. 기다리다 보면 SUV스타일의 미니도 나올 텐데 그때가 되면 마음이 또 바뀌지 않을까? 적어도 현재까지는 미니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한계가 클럽맨까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SUV(크로스오버)버전은 그리 기대가 되지 않는다. 골프만큼 (크고) 편하고 실용적인 차를 과연 미니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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