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미니’이다 보니 작다는 것이 곧 존재 자체인 미니를 크게 만든다면, 결국 모순을 담을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미니를 지극히 사랑하는 이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요구를 적극 수용하되, 최대한 미니다움은 간직하려 고민한 결과 ‘컨트리맨’이라는 ‘자이언트 미니’가 탄생했다.
글, 사진 / 박기돈 (RPM9 팀장)
자이언트라는 단어 속에는 거대하다는 의미 외에 숨은 뜻이 하나 더 있다. 사실 자이언트 치고 얼굴이 우락부락하지 않은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는지라, 컨트리맨의 외모가 결코 앙증맞지 않다는 뭐 그런 의미다.
미니 컨트리맨의 특징을 정리하면, 차체가 커진 만큼 당당하게 승객을 위한 네 개의 도어를 갖추었고, 미니가 가지고 있던 강렬한 운전 재미는 그대로 유지했으며, 4륜 구동을 더해 전천후 주행 성능도 확보했다. 넓은 가슴과 남자다운 (우락부락한) 외모를 가졌지만 여전히 명랑하고 재기 발랄한 청년 악동의 이미지, 바로 그 자체다.
크기는 4미터를 살짝 넘겨 쿠퍼 S가 4,110mm로 해치백의 3,723mm보다 38cm가량 길다. 휠베이스도 13cm가량 늘어난 2,595mm로, 현대 i30(2,650)와 기아 쏘울(2,550)의 중간 정도다. 준중형 미니인 셈이다. 미니답게 앞뒤 오버행을 줄인 탓에 차체 길이는 이들에 한참 모자란다. 실속을 잘 차렸다고 볼 수 있겠다.
외관 디자인은 첫 눈에 여전히 미니 집안인 줄은 알겠지만 미니의 형인지 사촌인지, 아니면 삼촌인지 촌수는 좀 따져 봐야 알 듯하다. 이마가 툭 불거진 모습에서 좋게 말하면 한창 성장하고 있는 사춘기 소년 같은 이미지가, 좀 심하게 말하면 우락부락한 거인의 이마가 보인다. 미니의 상징인 똥그란 눈도 휘둘리는 비누방울처럼 여기저기 찌그러졌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호도 좌우가 내려 앉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귀엽긴 하다.
A필러에서 내려온 띠를 그대로 펜더까지 연장해 투톤 처리한 터치는 매력적인 엑센트다. 색다른 부분은 C필러 뒤에서 D필러까지는 지붕 라인을 유지하지 않고 계단을 지어 플로팅 루프의 모습이 변형됐다. 차의 성격에 맞게 두툼한 펜터 하우징은 검정색 플라스틱으로 마감했다. 뒤쪽 펜더는 범퍼 하단으로 연결되면서 좌우 머플러를 감쌌다.
공간이 많이 여유로워졌지만 실내 디자인은 기존 미니와 크게 다르지 않아 모든 것이 익숙하다…… 싶던 찰나에 앞 뒤 좌석 사이를 가로지르는 레일이 눈에 들어온다. 낯설다. 낯선데 자꾸 눈이 간다. 레일 위에는 썬글라스 케이스, 컵홀더, 전화기 홀더 등이 실려 있는데, 각각 분리해서 자리를 바꿀 수도 있고, 앞 뒤로 레일을 따라서 움직일 수도 있다.
마치 스마트폰에서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골라 다운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앞으로 다양한 장비들이 개발되면 재미있게 응용할 수 있을 듯하다. 레일 위에 가로 놓인 통나무 같은 주차 브레이크 레버도 재미있다. 가죽이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살짝 생긴다.
데시보드 구조도 조금 바뀌었다. 그리고 센터페시아 상단 큰 원으로 된 속도계 좌우에 분리되어 있던 공기 배출구를 미키마우스의 귀처럼 속도계에 붙인 것이 무척 재미있다. 도어 트림에 큰 타원으로 꾸몄던 부분은 이제 앞 뒤 도어를 합쳐서 한 개의 타원으로 커졌다.
차체가 커진 만큼 가장 크게 와 닫는 부분은 공간의 여유다. 운전석에 앉아 가끔 고개를 뒤로 돌릴 때 마다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실제로 뒷좌석 공간 자체가 여유 있다. 뒷좌석은 좌우 분리형인데, 벤치 시트도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벤치 시트를 선택하면 컨트리맨의 매력 중의 하나인 센터 레일이 뚝 잘리는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
해치 중앙에 있는 동그란 미니 엠블렘을 들어 올리면 열리는 트렁크 또한 활용성이 미니답다. 뒷좌석에 앉으면 시트 뒤로 기본적으로는 뒷좌석과 뚫려 있는데, 바닥을 들어 올리면 그 아래 더 넓은 공간이 등장하면서 트렁크와 좌석 사이에 격벽도 만들어준다. 뒷좌석 시트는 앞뒤로 움직이기도 하고 접을 수도 있어 큰 짐을 위한 다양한 공간 변형도 가능하다.
엔진과 변속기는 업그레이드 된 미니와 동일하다. 쿠퍼 S에는 184마력의 최고출력과 24.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4기통 1.6리터 터보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가 얹힌다. (그런데 디젤 엔진은 안 들어와요?)
차게 크기가 커졌는데, 힘은 같으니 달리기 실력은 당연히 조금 떨어진다. 0~100km/h 가속시간이 해치백 쿠퍼 S가 7.2초, 컨트리맨 쿠퍼 S가 7.9초다. 0.7초의 차이가 어떻게 다가올 지 궁금해 하면서 실제로 컨트리맨을 운전해 보면, 여전히 빠른 응답성과 민첩한 몸놀림에서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분명 몸집이 비대해진 만큼 둔한 느낌이 날 줄 알았는데, 거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 만큼 몸놀림이 재빠르다. (예. 그런데, 디젤 엔진은 안 들어와요?)
덩치를 감안하고도 비교적 여유 있는 184마력을 BMW 특유의 순발력이 잘 살려 주고 있는 데다, 핸들링과 민첩성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서스펜션이 한 몫 했을 터다. 처음엔 다소 딱딱한 느낌이 들지만 하루만 지나면 그 안정감에 익숙해 지면서 달리는 즐거움에 빠져 들게 된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디젤 엔진은 안 들어와요?)
급가속 시 변속은 35, 85, 135, 185km/h에서 각각 이루어진다. 배기량이 높지 않은 1.6리터 과급기 엔진이지만 출력을 쥐어 짜는 듯한 느낌은 전혀 없고, 자연스럽게 출력을 뽑아내는 실력이 신기하다. 5단으로 변속한 후 한 풀 기세가 꺾인 가속력은 5,000rpm에서 200km/h를 넘기면서 좀처럼 더 뻗어나가지 못한다. 패들 시프트나 스포츠 모드를 사용하는 재미는 여전하다. (그래요? 그런데, 디젤 엔진은 안 들어와요?)
휠베이스와 트레드가 모두 커져 주행 안정감도 더 좋아졌다. 조금 더 안락하기를 기대했지만 쿠퍼 S에 딱 맞는 수준의 승차감과 뛰어난 안정감을 잘 양립시킨 듯하다.
시승하는 내내 오래 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드림카 하나가 머리 속을 맴돌고 다녔다. 비록 양산되진 못했지만, 소형 차체에 강력한 엔진, 스포티한 해치백 스타일, 그리고 터프한 오프로드 성능을 겸비한 아우디의 컨셉트카 ‘슈테펜볼프’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모습은 많이 다르지만 미니가 선보인 컨트리맨에서 그 옛날 드림카의 향취를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젊었을 때나 미니 타지, 나이 들고 가족 생기면 탈 수 있겠어? 그럼 미니 컨트리맨을 타면 된다. 신나게…… (연비 좋은 디젤 미니 컨트리맨 쿠퍼 SD가 곧 들어오면 더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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