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마저 시크한, 시트로엥 DS3

발행일자 | 2012.04.25 23:28
향기마저 시크한, 시트로엥 DS3

스스로를 ‘파리의 여신’이라 칭하는 프랑스 차, 시트로엥 DS3를 시승했다. DS라는 이름은 1955년에 나온 세계적인 명차 ‘시트로엥 DS`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프랑스어 발음에서는 여신을 뜻한다고 한다. 차명을 ’C1, C2, C3...‘라는 식으로 통일한 시트로엥이 이 C시리즈들을 바탕으로 한 고급형 모델들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성한 것이 바로 DS라인이다. 현재까지 DS3, DS4, DS5등의 해치백 모델이 나왔고, 향후 고급 세단과 SUV등으로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다.

향기마저 시크한, 시트로엥 DS3

DS라인의 첫 모델로 2010년 등장한 DS3는 소형차 C3를 바탕으로 했다. 시트로엥 C3와 DS3는 같은 그룹 소속인 푸조의 207과 차대를 나눈 형제차이기도 하다. 운전석에 앉아보면 DS3와 207의 차이는 쉽게 알 수 있다. DS3는 디자인이 유별나기도 하거니와 작은 부분까지 모양을 냈고, 다채로운 마감 재질을 과감히 사용한 모습이다. 207에서 볼 수 있었던 향수 디퓨저도 세련된 모습으로 적용됐다. 선루프와 가죽시트, 내비게이션이 없긴 하지만, 차 크기와 ‘2천만원대 수입차’라는 타이틀을 봐서는 눈감아 줄 수 있다. 그보다는, 207과 동일한 오디오 유닛 및 액정화면을 대놓고 사용한 것이 옥에 티다.

향기마저 시크한, 시트로엥 DS3

이번에 시승한 1.6 VTi SO Chic 버전은 푸조 207과 동일한 엔진, 변속기를 탑재했다. 그런데, 소음과 승차감 면에서 DS3가 한결 고급스럽다. 단순히 디자인만 차별화한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프리미엄을 주장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다. 120마력을 내는 이 1.6리터 가솔린 엔진은 BMW그룹과 함께 개발한 것으로, 경쟁 모델인 미니 쿠퍼에도 탑재되어 있다. DS3의 상대적인 약점은 4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것이다. 미니는 진작부터 6단을 썼다.

향기마저 시크한, 시트로엥 DS3

DS3는 100km/h로 달릴 때의 엔진회전수가 3천rpm에 가깝다. 소음을 잘 억제한 만큼 이 정도 속도까지는 엔진음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고급 소형차로서의 장점이 돋보이는 곳은 역시 그 아래의 영역이다. 변속기의 스포츠모드나 수동 모드를 사용하면 꽤 박력 있는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바라라랑~’하는 효과음이 더해지면서 조용하기만 할 줄 알았던 평상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향기마저 시크한, 시트로엥 DS3

각도는 물론 거리까지 조절할 수 있는 스티어링 휠은 과격한 생김새만큼이나 운전하는 맛도 뛰어나다. 구불구불하고 좁은 산길을 달리다 보니 DS3가 지난 해 세계 랠리 선수권 대회(WRC)에서 우승컵을 따낸 차임을 새삼 떠올리게 됐다. 시트로엥은 8년 연속 이 대회 챔피언을 배출해낸 전무후무한 회사이기도 하다. 예쁘장한 겉모습 뒤로 숨긴 실력이 매섭다.

향기마저 시크한, 시트로엥 DS3

DS3는 적어도 현재의 1.6 엔진과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상태에서는 미니 쿠퍼의 달리기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실내가 넓고, 조용하고, 승차감도 좋은 것이 상대적인 강점이다. 개성을 강조한 디자인이나 고객 취향에 따라 꾸밀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은 비슷하지만 성격은 서로 다르다. DS3는 미니로부터 발길을 돌린 고객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매력들을 가졌다.

글, 사진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향기마저 시크한, 시트로엥 D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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