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13 서울모터쇼의 ‘빛과 그늘’

발행일자 | 2013.04.07 22:19

덩치만 커졌을 뿐, 실속은 없어... 행사 수준 높이고, 보안검색도 강화해야

[기자수첩] 2013 서울모터쇼의 ‘빛과 그늘’

2013 서울모터쇼가 최다관람객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3월29일부터 4월7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자연을 품다, 인간을 담다(With nature, for the people)’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관람객 ‘105만명‘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막을 내렸다. 역대 최다 관람객 기록을 세운 것이지만, 주최측의 당초 예상은 120만명이었다.

주최측은 이번 2013 서울모터쇼가 양과 질 모두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예년에 비해 두 배 가량 커진 규모로 열려 많은 관심을 모았다는 건데, 킨텍스 제 2전시장 개장, 14개국 384개 업체의 참여로 전시 면적과 참가 업체 수도 과거와 다르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애프터마켓특별관인 ‘오토모티브위크’가 함께 열린 탓으로, 많은 부품/용품 업체들이 숫자를 늘려준 점을 간과하긴 어렵다.


아울러 모터쇼 조직위는 세계 최초로 선보인 9대 차를 비롯해, 45대의 신차를 공개했고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등 36대의 친환경 자동차와 미래형 자동차인 콘셉트카 15대가 전시됐다고 밝혔다. 이 역시도 자세히 살펴보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세계 최초로 선보인 차 중 4대는 트럭이고, 친환경차라고 주장하는 36대 차 중 이에 이름을 올린 건 없었다. 그래서 ‘자연을 품다, 인간을 담다’라는 모터쇼 주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한 해외 유명 모터쇼에선 수십대가 넘는 세계최초 공개 차종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서울모터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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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는 “2013서울모터쇼는 양적인 면과 함께 질적인 면에서 더욱 발전한 최고의 모터쇼가 되었고, 서울모터쇼가 100만 관람객 시대의 정착을 알린 만큼 앞으로 월드 프리미어급 신차와 콘셉트카가 많이 출품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자동차업계 CEO들이 한 데 모이는 국제적 포럼 개최, 관람객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 등 내실을 다지는 데 힘써, 10회째를 맞는 2015년에는 서울모터쇼가 명실공히 세계 4대 모터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했다.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란 생각이 든다.

세계 5대 모터쇼를 꼽아보자. 독일에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프랑스에서 열리는 파리모터쇼, 이들 사이에 있는 스위스 제네바모터쇼가 유럽 3대 모터쇼다. 여기에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북미오토쇼가 있고, 아시아권에선 힘 빠진 일본 도쿄모터쇼를 넘어 중국 베이징/상하이 모터쇼가 나란히 강세다. 따져보면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서울모터쇼’가 낄 자리가 마땅치 않다. ‘4대 모터쇼’라는 주장은 어떤 기준으로 정한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아시아 4대 모터쇼라면 당연히 인정한다.

사실 이번 모터쇼는 개막 전부터 잡음이 많았다. 특히 조직위는 국내 타이어 업체의 불참을 맹렬히 비난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격’을 스스로 끌어내리는 행동도 일삼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처 입은 업체들이 참가할리 만무하다. 세계 5대, 혹은 4대 모터쇼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해외 모터쇼는 꼼꼼히 살펴봤는지 의문이 드는 조직위의 행동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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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모터쇼에선 타이어 업체들과 꼭 부스 참가가 아니어도 다른 형태로 파트너십을 맺는다. 대표적인 방법이 미디어센터 스폰서다. 보통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이곳을 책임지고 관리한다. 언론 관계자들도 반응이 좋다. 여러 매체의 보도자료를 모아주는 건 물론, 모터쇼 기간 중에 끼니를 거르기 일쑤인 기자들을 위해 간식과 음료까지 먹을 수 있도록 라운지도 마련해준다. 대신 업체들은 미디어센터를 자신들의 브랜드로 도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조직위원회와 업체 그리고 언론까지,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꾸준히 지적되던 ‘프레스데이’ 일반인 초대권 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모터쇼 취재를 위해 킨텍스를 찾은 외국인들의 표정은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프레스컨퍼런스를 마치자마자 해당 업체들이 나눠주는 기념품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들어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본 뒤의 표정이었다.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부끄러웠다. 넓어진 전시장을 채우려 초대권을 남발한 게 문제였다.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그게 맞는 일관된 모습을 바란다면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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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 가지. 안전 문제도 짚어보자.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린다는 초대형 행사에서 보안 검색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비교적 신분이 확실한 관계자들과 기자들만 RFID 카드로 신원이 확인될 뿐이다.

‘5대 모터쇼’로 꼽히는 해외 모터쇼에선 공항을 방불케 하는 꼼꼼한 검사가 이뤄진다. 그렇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F1을 비롯한 커다란 국제행사를 겪으면서 ‘안전’에 대한 건 의식수준이 꽤 높아졌다. 그럼에도 주최측이 이를 소홀히 하는 건 분명 문제다. 자동차산업협회(KAMA) 관계자들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늘어놓았다. 몇 개 되지 않는 입구에 검색대 몇 개 설치하고, 이를 감독할 사람이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여러 해 반복되는 행태다. 업체들이 지불한 참가비와 관람객들이 낸 입장료에는 ‘안전하게 전시를 즐길 권리’도 포함된 걸 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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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만 키웠다고 세계적인 모터쇼가 되는 건 아니다. 관람객 수 100만명을 넘었다지만, 좋아하기엔 분명 이르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챙기는 ‘섬세함’ 없이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모터쇼를 주최하는 쪽에서는 업체들을 억압하는 게 아니라 배려하고, 투자한 것 이상을 얻어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리고 참가를 결정한 업체들은 최대한 많은 볼거리를 관람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연히 ‘쇼’라는 측면에서 ‘볼거리’는 필요하지만, 모터쇼의 주인공인 ‘자동차’가 철저하게 중심이 돼야 한다. 본질을 잊어선 안 된다.

행사를주최하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면 분명 다음 번 모터쇼도 `상술에 찌든 동네행사`라는 지적만 난무할 것 같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기 보단, 상생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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