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내놓은 V40은 BMW 1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아우디 A3와 경쟁하는 프리미엄 해치백이다. 폭스바겐 골프 중에서는 GTI, GTD와 가격대가 겹친다.마침 모두 독일 차들이다. 덕분에 스웨덴 차인 V40만의 매력이 빛난다. V40은 따뜻하고 화려하다. 사양이 좋은 것도 강점이다. 특히 이번에 시승한 ‘D4 프리미엄’은 V40이 자랑하는 첨단 고급 기술들을 망라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글,사진/민병권기자 bkmin@rpm9.com
V40은 2010년 볼보의 소유주가 포드에서 지리로 넘어간 뒤 나온 첫 신차다. 유럽에서는 지난 해 출시됐으니 기본적인 개발은 포드 시절에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플랫폼도 구형 포드 포커스와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플랫폼은 C30, S40, V50에도 사용된 것이지만, 이들을통합 대체하는성격을 띤 만큼 적잖은 개량을 거쳤다.
V40은 본래 S40에서 파생된 소형 왜건의 이름이었다.이것이 V50으로 바뀌었다가 이번에는 5도어 해치백의 이름이 됐다. 3도어 해치백인 C30, 4도어 세단인 S40까지 흡수한 채 말이다. 여전히 S60의 왜건은 V60이라고 부르니, 과거의 볼보 작명에 익숙한 이들은헛갈릴 수밖에. 아직도 V40을 보면 왜건이 떠오르는 것은 그 때문일지 모른다.측후면을 보면 C30보다는 XC60, V60이 떠오르지만, 측면 마지막 유리가 그들보다 짧긴 짧다.
V40의 차체 사이즈는 길이 4,370, 넓이 1,800, 높이 1,440(mm)으로, 경쟁 모델들보다 대체로 길고, 넓고, 낮다. 실물도 앞에서 보면 넓고, 옆에서 보면 길어서 한 체급 위의 차로 보이곤 한다. 당연히 C30/S40/V50보다 자세가 좋아졌다. 단, 2,654mm의 휠베이스는 그들과 별 차이가 없다.
스타일링은 S60/V60의 연장선상에 있으나 투박함은 줄고 늘씬함은 강조됐다. 한편으론 공격적이다. 벌써 세대차이가 느껴질 정도다.첨단이지만, 과거의 모델들에서 차용한 부분들을 통해 전통을 강조해주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측면 어깨선이 뒷문 손잡이 부근에서 C필러 쪽으로 말려 올라가는 것과 뒷유리 형상은 볼보 P1800쿠페 및 왜건의 것을 재현한 것이다.
실내는 경쟁모델들과 비교했을 때화려하기까지 하다. 가격을 맞추느라 그랬는지 ‘깡통’ 같은 느낌을 받기 일쑤인 동급의 독일 차들은 이렇게 화사하지도, 풍부한 질감을 갖고 있지도, 신선하지도 않다는 것이다.V40은 요즘 모델 체인지된 볼보 차들의 흐름을 잇되, S60/V60과 비교해도 한층 젊어진 감각을 뽐낸다.
뒤쪽이 수납공간으로 되어 있는 센터페시아 표면은 무광 우드로 장식됐다. 이런 나무 대신 헤어라인 처리된 메탈(그래파이트) 장식도 있다. 국내 출시 사양의 볼보들에서 매번 아쉬웠던 부분이 이제야 해소된 듯하다.
그렇지만 V40 실내의 하이라이트는 계기판이 받고 있다. 세가지 테마로 바꿀 수 있는 ‘액티브 TFT 크리스탈 디스플레이’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기분에 따라 엘레강스, 퍼포먼스, 에코로 바꿀 수 있고, 각 테마마다 컬러모드/콘트라스트 모드를 선택해 강약을 조절할 수 있다. 화면 배색 뿐 아니라 표시 내용도 바뀌는 것이 포인트. 실내 주변 조명도 색상을 일곱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전체적인 구성의 심플함에도 불구하고 막상 사용하기엔 복잡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뭔가 확인하거나 조작하려다보면 직관성이 떨어져 헤매기 십상이다. 주행 중에 여러 설정을 바꿀 수 있게 놔둔 것도 ‘안전의 볼보’답진 않다. 이런 불만만 아니라면 이 차의 고급스럽고 편안한 느낌, 인체공학적인 배치는 ‘DESINGED AROUND YOU’라는 새 브랜드 콘셉트에 부족함이 없다.
운전석에탈 때는 머리를 조심하게 되지만, 앉고 나면 좁은 느낌이 없고 시야도 좋다. 플라스틱 테두리가 없어 유리판만 달아놓은 듯 보이는 프레임리스 룸미러가 눈길을 끈다. 토요타가 86에서 세계 최초로 시도했다던 것이지만, 이 차에서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 좌석은 동반석까지 전동조절되고 운전석은 메모리 기능을 제공한다.요추받침은 다이얼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특유의 헤드레스트는 마치 등받이 일체형처럼 보이지만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치수 상 지붕은 낮아졌지만 뒷좌석 머리공간은 좁지 않다. 가령 S40보다 낫다. 대신 머리 좌우 여백은 적다. 발 공간은 S60보다 낫다. 물론 무릎공간까지 나은 것은 아니다. 게다가 S60과 같은 뒷좌석용 송풍구는 갖추지 않았다. 좌석 열선 기능은 있지만 성격이 갈린다. V40의 2열 좌석은 2인용 분위기이다. 가운데 헤드레스트를 뽑아 올릴 수는 있지만 시트 형상 자체가 그렇다. 방석 가운데 부분에 펼쳐지는 컵홀더를 배치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
왜건 운운했던 것이 민망하게도, 수치상 트렁크 공간은 동급 해치백들보다 크지 않다. 1시리즈가 360리터, 골프가 350리터인데, V40는 335리터에 불과하다. 단, 접어서 쓰도록 만들어진 바닥판 아래 공간을 합치면 350리터가 된다. 접어서 어느 칸에 꽂느냐에 따라 화물 고정 장치 역할까지하는 바닥판은 필요 이상으로 공들여 만든 인상이다. 다른 볼보에서 볼 수 있었던 접이식 장바구니 걸이에 비해 훨씬 견고하고 쓰임새가 좋아 보이긴 한다. 결국 이런 것들이 모여 고급 차라는 인상을 만든다고 보면, 쓸데없는 짓은 아니다. 진짜 바닥(?) 아래에는 타이어 수리킷이 들었다.
적재 공간 자체는 좁아 보이지 않으나 트렁크 턱은 높은 편이다.뒷좌석 폴딩은 등받이만 눕히는 방식인데, 트렁크와 그럭저럭 평편하게 연결된다. V60처럼 어깨쪽의 등받이 폴딩 레버와 나란하게 헤드레스트 폴딩 레버도 자리했다. V50의 경우 방석을 먼저 젖힌 뒤 헤드레스트를 뽑고 등받이를 눕혀야 평편한 적재공간을 얻을 수 있었던 것과 비교된다. 등받이를 다시 세울 때의 무게도 부담스럽지 않다. 긴 화물을 실을 때 등 필요에 따라 뒷좌석뿐 아니라 동반석을 접을 수 있는 것도 여전하다.
요즘 볼보에서 V40라는 차명 못지 않게 헛갈리는 것은 엔진명일 것이다. 국내에는가솔린 ‘T5’와 디젤 ‘D4’가 들어왔는데, 둘 다 2.0리터 5기통 엔진이다. T5의 배기량이 2.5에서 2.0으로 낮아진 것은 차지하더라도, 213마력 가솔린 터보엔진이 S60에서는 T4, 여기서는 T5이고, S60 D4는 163마력, V40 D4는 177마력이다. 아무튼, 177마력 D4는 2년 전 C30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엔진으로,직전의 볼보 디젤 대비 한결 나아진 소음 및 진동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크기에 비해 차체가 크게 느껴지는V40에서는 수치상의 성능보다 훨씬 잘 나가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스펙 대비 답답한 느낌을 주던 과거의 볼보가 아니다. 다만, 이러한 체감 성능에서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은 엔진 사운드이다. 가령 80km/h 정도로 가볍게 달리면서 가속페달을 밟아다 뗐다 해보면 바라라락~ 하는 소리가 스포티하다.
시끄러운 소음과는 다르지만 무조건 조용한 것을 선호하는 고객이라면 이것을 호들갑이라 할 수도 있겠다.특히 4기통보단 아무래도 5기통이 낫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간 실망하기 십상이다. 정차 때는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는데, 재시동 때의 진동이나 반응속도는 거슬리지 않는다. 시승차는 1,200km정도를 주행한 상태였다.
‘기어트로닉’으로 불리는 6단 자동변속기는 운전대 패들을 지원하진 않으나, 레버를 운전자 쪽으로 당기면 스포츠모드, 앞뒤로 움직이면 수동모드가 된다. 수동모드에서도 회전한계가 되면 변속이 이루어지고 킥다운도 가능하다. 현재 포지션을 LED로 표시해주는 투명한 느낌의 기어레버는 최신 볼보들에 공통된 내용으로, 과거에 비해 한결 자연스러운 조작감으로 설정됐다. 기어를 낮출 때는 회전수를 맞춰주는 소리가 듣기 좋다.
D4의 최고출력은 3,500마력에서 발휘되나 수동모드의 한계(약 4,900rpm)까지 돌릴 경우 각단이 45, 80, 120, 165km/h까지 커버한다. 제원상 0-100km/h 가속은 8.3초이고 최고속도는 215km/h. T5의 6.9초, 230km/h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화끈한 달리기에 관심 있는 이라면 D4보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V40 T5가 상당히 매력적일 듯 하다. 1,750~2,750rpm에서 40.8kg·m의 상당한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D4지만, 그 영역 밖에서는 완만하게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 있다.
물론 D4는 연비 면에서 T5(10.4km/l) 대비 우수한 15.4km/l를 제시하고 있으나 경쟁 모델들 앞에서 내세울 수준은 아니다. 150km를 주행한 이번 시승에서의 연비는 10.0km/l로, 주행 패턴 대비 만족스럽지 못했다. 100km/h 정속 주행 시 엔진 회전수는 1,800rpm 정도다. (회전수 눈금이 촘촘하지 않다)
뒤에 소개하겠지만, 이 차에 탑재된 첨단 사양들에 비해 크루즈컨트롤이 액티브 방식이 아닌 것은 의외이다. 주차브레이크가 수동식인 것도 차의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D4 프리미엄의 바퀴 사이즈는 255/40R18로, 다른 V40들보다 한 사이즈가 크다. 승차감이나 조향감은 일반 승용차 기준으로 꽤 묵직한 편. 볼보 차에서는 조향력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게 해놓은 경우가 많고 V40에도 옵션으로 적용되나, 국내 사양의 T5 스탠더드와 D4 프리미엄에는 적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이내믹 서스펜션이 적용돼 단단하긴 하지만 요철 충격음을 잘 걸러주며 튀지 않기 때문에 부담은 적다. 조향도 나름 빠르나 특유의 무딘 느낌은 남아있다. 회전 반경도 크게 느껴진다. 주행안정장치 DSTC는 설정에 들어가야 수 있다. (실은 스포츠모드로 전환) S60처럼 코너링 트랙션 컨트롤 기능도 갖췄다.
V40의 가격은 T5스탠더드, D4, T5, D4프리미엄 순으로 비싸진다. 기본적으로 가솔린보다 디젤이 비싸보이기도 하지만,T5스탠더드와 D4프리미엄의 가격 차이는 900만원이나 된다. 일반 T5보다 이차가 400만원 비싼 것은 성능이 아닌 사양의 ‘프리미엄’이다.
D4 프리미엄은 다른 V40들은 물론 국내 시장 경쟁 모델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고급사양들을 자랑한다. 가령 V40의 대표사양으로 알려진 세계최초의 보행자 에어백은 이 D4 프리미엄에만 적용되는 것. 7개의 전방 센서를 통해 부딪친 물체를 판별해서 사람이면 보닛을 10cm 들어 올리고 앞 유리 하단에서 A필러까지 이어지는 U자형 에어백을 전개시킨다. (D자가 아니라 U자인 것은 운전자 시야확보를 위해서라고 한다)
납작한 스포츠 카 등이 보행자 보호 법규를 통과하기 위해 보닛이 튀어 오르는 장치를 채택한 경우는 있지만, V40의 보행자 에어백은 해외에서도 옵션 사양이니 법규 통과 이상의 안전을 추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볼보는 2020년까지 자동차 사고로 인한 중상자 및 사망자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이에게는 비싼 가격이 경쟁력 저하를 부를 것이기에 기본 사양에는 넣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 탑승자를 위한 에어백은 운전자 무릎 에어백까지 7개가 전 모델 기본 적용된다. 작동범위가 50km/h까지로 확대된 ‘시티세이프티’, 듀얼 제논 헤드라이트도기본이고 조향 연동 라이트는 T5 스탠더드에만 제외된다.
보행자 에어백 외에 D4프리미엄만의 사양으로는 레이더방식 BLIS, 액티브 하이빔, 보행자 인식 기능의 전방 충돌 경고 장치, 자동 주차 조향 보조 장치, 운전자 피로 경고 장치(DAC), 차선 유지 보조 장치(LKA), 도로표지정보 장치(RSI), 후진시 후측방 경고장치(CTA)등이 있다.
DAC는 조향장치 움직임 등 센서와 전방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집중력 저하를 감지해 경고해준다. LKA는 방향지시등 조작 없이 차선을 이탈하려 할 경우 능동적으로 주행 방향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며, 운전대 진동을 통해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RSI는 운전자가 놓쳤을 수 있는 속도제한 표지판을 인식해 알려주고 해당 속도 초과 시 경보해준다. 성가시다면 끌 수 있다. CTA는 BLIS의 부속 기능으로, 주차공간에서 후진할 때 측면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감지해 경고해준다.
이중에는 경쟁 모델들도 갖추고 있는 사양이 없진 않지만, 국내에 출시된 제품을 기준으로본다면 V40 D4 프리미엄의 사양은 독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사양 구성은 실질적인 판매를 기대했다기 보단볼보의 변화와신차 V40의 제품력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V40 D4 프리미엄은 4,590만원이지만 213마력 T5 스탠더드는 3,690만에 살 수 있다.
경쟁모델들과 직접적으로 대결하기 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자신만의 색을 고집하던 볼보가 이제는 그들에 근접하는 실력을 드러냄과 동시에 한층 진해진 색채를 보이고 있다. 볼보가 2020년을 기준으로 내세운 또 하나의 목표는 현재의 두 배인 연간 80만 대 규모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V40는 그 첫걸음으로, 의미 있는 한 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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