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산차 SUV가 살렸다

발행일자 | 2013.11.22 12:01

스포츠형 다목적차(SUV)는 2013년 내내 국내 자동차 시장의 핵심이었다. SUV가 없었다면 내수침체에 따른 국산차 실적 부진은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 수입차는 SUV 인기에 힘입어 고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아웃도어 열풍을 타고 달아오르기 시작한 SUV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더욱 다양하고 세분화된 모델이 등장하고 있는 SUV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위기의 국산차 SUV가 살렸다

◇ SUV, 자동차 시장 살리는 `귀한 몸`

SUV는 국산차와 수입차 구분없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산 SUV는 총 23만6127대가 판매됐다. 지난해보다 15.6%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경형과 소형·중형·대형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적게는 1%, 많게는 15% 이상 줄었다. 지난해까지는 소형차가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이었으나 올해는 그 자리를 SUV가 차지하게 됐다.

수입차 시장에선 SUV 성장세가 더욱 가파르다. 지난달까지 팔린 SUV가 2만8901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나 늘었다. 벌써 지난해 전체 판매량을 넘어섰다. 2010년 1만4602대, 2011년 1만8294대, 2012년 2만7419대로 매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SUV는 자동차 업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는 올해 내수 판매가 1.2% 줄어드는 시련을 맞았다. 승용차가 29만2074대로 지난해보다 10.3%나 덜 팔린 게 실적악화의주요 원인이다. 만약 판매량이 30% 늘어난 SUV가 없었다면 타격은 훨씬 컸을 것이다. 반대로 기아차는 승용차 판매량이 9.8% 줄어든 상황에서 SUV마저 1.6% 감소, 전체 내수판매 5.6% 후진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쌍용차는 뉴 코란도 C, 코란도 스포츠 등 SUV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6.7% 늘어나 24.5%가 줄어든 승용차 부진을 상쇄, 전체 내수판매가 34%나 증가하며 부활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수입차에서도 SUV가 업체별 성적을 가르는 핵심요소가 됐다. 특히 폴크스바겐은 `특급 SUV` 티구안이 10월 전체 1위, 누적기준 전체 2위에 오르는 대활약에 힘입어 메르세데스-벤츠를 누르고 수입차 판매순위 2위를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올해 판매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랜드로버(68.8%), 폴크스바겐(46.7%), 포드(42.2%)는 모두 수입차 SUV 판매순위 톱6 모델을 보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SUV가 단순히 자동차 업계를 스쳐가는 하나의 유행을 넘어 업체 성적을 좌우하는 중요 변수로 부상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오토 캠핑 등의 열풍과 맞물려 적재공간이 넓고 야외 기동성이 뛰어난 SUV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자동차 업체들도 이런 소비자를 잡기 위해 캠핑 행사를 개최하는 등 아웃도어 연계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 [표]2013년 국산 및 수입 SUV 내수 판매순위(자료=업체 종합)
<▲ [표]2013년 국산 및 수입 SUV 내수 판매순위(자료=업체 종합)>

◇ 2013, 한국인이 사랑한 SUV

올해 가장 많이 팔린 SUV는 국산차에선 현대 싼타페(6만6188대), 수입차에선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4705대)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 받은 SUV를 고르라면 아무래도 티구안의 손을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은 지난해에도 3400여대가 팔리며 수입차 판매순위 5위에 오른 차다.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 검증이 됐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올해 보여준 저력에는 놀랄 수밖에 없다.

지난달 이 차는 전달보다 판매량이 50%나 늘며 수입차 판매순위 1위에 올랐다. 덕분에 폴크스바겐은 2005년 한국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누적판매 2만대를 돌파하고 수입차 브랜드 2위에 오르는 기쁨도 누렸다. SUV가 수입차 월간 판매 1위에 오른 것은 2008년 2월 혼다 CR-V 이후 5년 2개월 만이다.

높은 연비(복합연비 13.8㎞/ℓ)와 뛰어난 성능(최고출력 140마력·최대토크 32.6㎏.m)과 함께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듯한 고급스런 디자인으로 젊은 직장인 층을 공략한 게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싼타페는 개성 강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 넓은 실내 공간 등을 갖춰 SUV 시장에서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했으나 품질 문제가 잇따르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국산 SUV 판매순위에선 싼타페 외에도 기아차 스포티지R(3만5272대)·쏘렌토R(2만3957대)과 현대차 투싼ix(3만5132대)가 상위권에 포진하면서 현대·기아차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했다. 쌍용 뉴 코란도 C와 한국지엠 올란도는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갖춘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보며 각각 5위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수입 SUV에선 메르세데스-벤츠 GLK 220 CDI(1469대)와 BMW X3 2.0d(1448대)가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상남자의 차`로 불리는 벤츠 GLK 220 CDI는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m의 강력한 성능과 이에 어울리는 각진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 `남자들의 로망`으로 자리잡은 BMW X패밀리는 10월까지 총 3615대가 팔려 수입차 1위 브랜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X3 2.0d가 1448대로 가장 많이 팔리며 X패밀리를 이끌고 있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1399대가판매돼 `포드의 부활`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고, 혼다 CR-V는 1098대로 `원조 SUV 베스트셀러`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디스커버리4 3.0 TDV6는 올해 랜드로버가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68.8%)을 기록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이 밖에 아우디 SUV 모델인 Q시리즈가 전년동기대비 42% 성장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 수입차 연도별 SUV 판매량(자료=수입자동차협회)
<▲ 수입차 연도별 SUV 판매량(자료=수입자동차협회)>

◇ SUV는 진화 중…CUV 등으로 세분화 추세

국내 SUV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콘셉트의 SUV가 도입되고 있다. 이는 SUV 모델이 세분화되는 것을 뜻한다. 벤츠는 도심형 라이프스타일 차량이라는 뜻의 `ULV(Urban Lifestyle Vehicle)`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BMW는 스포티함을 강조하기 위해 `SAV(Sports Activity Vehicle)`로 부른다. 하지만 올해 국내 SUV 시장을 달군 용어는 단연 CUV다. CUV는 `Crossover Utility Vehicle`의 약자로 세단과 SUV의 장점을 섞었다는 뜻에서 크로스오버차로 불린다. 주중에는 도심에서 주로 달리고 주말에만 야외로 나가는 생활패턴을 자동차 디자인에 반영한 결과다. 캐딜락은 자사 SUV 모델 SRX의 럭셔리함을 강조하기 위해 `프리미엄 CUV`라고 표현한다.

연초 한국지엠 트랙스에서 시작해 닛산 쥬크를 거쳐 르노삼성 QM3로 이어지고 있는 CUV 강세는 내년까지 이어지며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CUV 시장을 연 것으로 평가되는 트랙스는 `Play the City`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2월 말 출시 이후 10월까지 6374대가 팔렸다. 2010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세계에서 65만대 이상 판매된 닛산 CUV 쥬크는 특유의 독특한 디자인과 강력한 터보엔진의 조합으로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중순 출시 이후 300대 이상이 계약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보기드문 흥행몰이에 성공한 QM3를 빼놓고는 CUV를 이야기할 수 없다. 이 차는 지난 20일 예약 판매 7분 만에 한정판매분 1000대가 모두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아직 국내에 차가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예약 주문이 3000대를 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디젤 엔진과 18.5㎞/ℓ라는 획기적 연비, 2250만~2450만원이라는 파격적 가격까지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국내 소비자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12월 한정판매 후 본격적인 판매는 내년 3월에나 이뤄질 예정이다. QM3가 르노삼성의 부활을 이끄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SUV 시장을 재편하는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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