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다. 자동차 산업 얘기다. 위기 아닌 때가 없겠지만, 2014년을 앞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어느 때보다 어둡다.
우선, 내수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 수입차 공세가 거세다. 올해 국산차 판매는 1.4%가 줄었다. 그 자리는 판매가 20%나 늘어난 수입차가 차지했다. 늘 내수시장 점유율이 70%(승용차 기준)를 넘던 현대·기아차는 올해 한때 65%대까지 떨어질 정도로 타격이 컸다.
새해에는 현대·기아차 신차가 올해보다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입차 역시 만만치 않다. 함께 신차 행렬이 이어지면 그 효과는 상쇄된다. 수입차 판매량은 올해 15만대로 늘었지만 새해에는 더 늘어서 17만대를 넘길 모양이다. 반면에 국산차 내수 판매량은 제자리걸음이 예상된다.
수출과 해외 현지생산 판매는 올해보다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해외공장 신설 및 증설로 해외 생산이 늘어나는 현대·기아차 역할이 커진다. 현대·기아차는 새해 800만대 생산시대를 열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생산량과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위기의 시작일 수 있다. 전 세계에 펼쳐진 생산공장과 부품 공급망, 판매망을 관리하는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얘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선진 시장의 견제를 이겨내는 것도 문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 리콜을 단행하며 이미 견제구를 받은 바 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국내 제조 기반도 위기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 결정 여파로 국내 생산 물량이 20%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희망퇴직 절차도 시작했다. 르노삼성은 신차가 나오지 않은 지 오래됐다. 닛산 미국 수출물량을 대신 생산해주는 것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될지 전망이 불투명하다.
완성차 업체가 힘들어지면 수많은 부품 공급업체는 더 어려워진다. 부품 업체 경쟁력이 떨어지면 이는 완성차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자동차는 결국 부품의 조립품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상생이 중요한 이유다. 갑오년 차 업계가 얼마나 지혜와 힘을 모으는지에 따라 위기가, 혹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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