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부드럽고, 강력한 차. EV모드 주행도 가능
인피니티의 새로운 얼굴, `Q50`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미리 만났다. 인피니티는 모든 라인업 이름을 `Q`로 통일하고 차 급에 따라 Q70, Q60 등 숫자를 다르게 적는다. 그리고 SUV처럼 성격이 다른 차종들은 `QX`를 쓴다.
이번에 시승한 Q50은 중형 라인업이다. 굳이 따지자면 기존 G37의 후속 격이지만 새로운 작명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차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Q50은 단순히 이름만 바꾼 건 아니다. 우선 디자인이 달라졌다. 겉모양은 인피니티면서 한층 공격적이다. 포뮬러원(F1) 그랑프리 월드챔피언 제바스티안 페텔이 개발에 참여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겠다.
이전 인피니티가 유려하게, 물 흐르듯 이어지는 라인을 강조했다면, Q50은 딱딱 각이 진, 날카로운 선을 강조하고 있다. 에어로다이내믹을 살리면서 보다 공격적인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날카로운 앞모양과는 달리 뒷모양은 한결 부드러운 편이다. 최대한 유려하게 흐른다. 각진 범퍼와 한층 강렬해진 선이 매력이다. 게다가 시승할 차는 정열의 레드. 향 짙은 레드와인으로 코팅해 놓은 듯한 인상이다. 휠도 멋지다. 19인치며, 그 형상이 화려하다. 타이어는 245/40R19 규격이다.
도어를 열고 차 안을 들여다보니 블랙과 밝은 베이지로 구성된 투톤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편안함과 실용을 절충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밝게 유지해 안락함을 주면서, 손이 많이 닿는 부분은 검정으로 처리했다.
계기반은 기존 인피니티의 것을 발전시켰다. 회전계와 속도계로 구성된 전통적인 2실린더 타입이고, 그 사이엔 커다란 LCD를 넣어 시각적 효과를 준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어딘가 지루하지 않고 공격적인 느낌이 든다. 두 실린더는 LCD와 닿는 쪽에 칼집을 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Q50S는 전기적인 요소를 강조하기 보다는 일반 자동차처럼 보이게 했다. 계기반도 그렇다. 충전 상황과 에너지 서포트 정도만 보여준다. EV모드로 작동할 때도 램프가 들어오긴 한다.
스티어링 휠은 멋지다. 그립감도 좋다. 큼지막한 패들시프터도 달려있다. 휠 뒤에 바로 붙은 게 아니라 컬럼에 붙어있다. 그래서 시프터를 크게 만들어 놨다. 손이 닿는 부분은 차갑지 않게 가죽으로 감쌌다.
센터페시아도 독특하다. 모니터가 두 개다. 하나는 내비게이션이고, 다른 하나는 차의 여러 정보를 보여주는 별도의 모니터다. 이들 양쪽으론 여러 버튼이 나열돼 있다. 직관적으로 구성돼 쓰기 편하다.
Q50S의 매력을 꼽으라면 당연히 `가속감`이다. G37등에서 쓰던 3.7ℓ가솔린 엔진을 3.5ℓ로 줄였지만 무려 364마력을 낸다. 330마력의 G37보다 오히려 힘이 더 세다. 그럼에도 연료효율은 압도적으로 좋아졌다. 공인연비가 ℓ당 10km가 되지 않았지만, Q50S는 유럽기준으로 ℓ당 16.1km에 달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이다.
무엇보다 덕을 본 건 다름아닌 `토크`다. 운전의 재미를 충분히 느끼려면 높은 토크의 차가 제격이다. 디젤차의 인기 비결 중 하나면서 전기차의 큰 장점이기도 하다. Q50은 고배기량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해 55.6kg.m의 높은 최대토크를 구현했다. 4.5ℓ 가솔린 엔진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밟자 조용히 속도가 올라간다. 이 땐 일반적인 전기차와 같다. 그렇지만 발에 힘을 주면 엔진이 켜지며 그르렁대는 멋진 사운드를 들려준다. 매우 정교하면서 기계적인 소리다. 물론, 이런 소리를 들려줄 땐 엄청난 힘을 뿜어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6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핸들링도 한층 정교해졌다. 밸런스가 참 좋았다.
주행 모드도 고를 수 있다. 성능을 강조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모든 반응이 빨라진다. 퍼포먼스 위주로 세팅된다. 반대로 에코모드로 놓으면 차가 힘을 쭉 뺀다. 가속페달 반응도 느려진다. 퍼포먼스 머신이 순식간에 최대한 효율을 앞세운 친환경 자동차로 변신한다.
"아주 강력하면서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한 하이브리드카"라고 자신있게 말한 인피니티USA 소속 피터 씨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의 말처럼 운전이 재미있는 차다. 기존 G시리즈의 역동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이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볼 수 있겠다.
로스엔젤레스(미국)=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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