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세계 4위 자동차 대국을 향한 힘찬 도약

발행일자 | 2014.01.02 08:38

평택항엔 수출 기다리는 차들이 가득...

경기 평택항 동부두 제3정문. 대당 6대의 자동차를 실은 현대글로비스 운송차량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아득히 먼 지평선 끝까지 차량이 늘어서 있어 정말로 끝을 알 수가 없었다.

이제 막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싣고 온 것이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차량들은 제3정문 안에 있는 현대·기아차 선착장으로 이동했고 그 자리를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새로운 운송차량이 메웠다.


선착장으로 들어가자 드넓은 평지 위에 7000여대의 자동차가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20미터 간격으로 촘촘히 줄지은 차들이 최대 시속 80㎞의 빠른 속도로 부두를 달려 아파트 10층 높이는 됨직한 미국행 화물선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16대를 싣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비상등을 켠 차들이 운전기사를 싣고 나오면 다시 차를 몰고 들어가는 작업이 반복됐다. 이런 식으로 2시간씩 6번을 작업해 하루 최대 3300대를 실을 수 있다. 연간 73만대의 현대·기아차가 이곳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운송된다.

현장에서 만난 기아차 수출선적팀 관계자는 “선적이 순조로운 편”이라며 “시간이 돈이기 때문에 매우 빠른 속도로 선적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 경제영토 넓혀

1년 내내 이처럼 정신 없이 차를 실어 날랐지만 수출이 줄어든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11월까지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수출물량은 약 280만대로, 2012년보다 3.3%나 줄었다. 현대차가 106만대로 적지 않은 양을 수출했음에도 전년동기보다 5.9%가 줄었고 한국지엠도 57만대로 3.1%가 감소했다. 르노삼성은 24.6%나 빠졌다. 기아차가 101만대로 간신히 0.4% 성장했고 쌍용차가 7만대로 10% 늘었다.

해외 시장에서 국산차가 푸대접을 받았다기보다 내부적 문제 때문에 수출이 줄었다는 점에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11월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410만대로 전년동기보다 1.4%가 줄었다. 현대차가 168만대로 3.1%가 줄었고 기아차 역시 144만대로 0.5% 감소한 것이 결정적인 타격이 됐다. 현대·기아차는 8월과 9월 두 달간에 걸친 파업 영향으로 5만여대를 생산하지 못했다.

해외 시장에서 국산차는 선방하며 경제적 영토를 넓히는데 기여했다. 현대차는 해외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한 물량이 11월까지 267만대로 전년보다 17%나 늘었다. 기아차 역시 이 물량이 114만대로 9.3% 증가하며 국내 생산 부족분을 만회했다. 중국 판매 증가가 큰 버팀목이 됐다. 베이징현대는 11월까지 누적판매량 93만대로 전년보다 21.5%나 늘었다. 덕분에 현대·기아차 중국 시장 점유율이 8.8%까지 뛰어올랐다. 다만 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3.3%, 현대차가 유럽 시장에서 2.1% 판매량이 준 것은 새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말처럼 질주할 한국 자동차 산업

새해 세계 자동차 시장에는 우리에게 긍정적 요소가 많다. 미국과 중국 양대 시장이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유럽까지 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8600만대에서 9034만대로 4.8% 성장할 것으로 자동차 업계는 전망했다. 한-EU FTA 추가 관세 인하 조치로 오는 7월부터 1500cc 초과 자동차는 2.0%인 관세가 철폐되며 1500cc 이하 자동차는 5.0%에서 3.3%로 인하된다. 연내 콜롬비아와의 FTA 발효도 예상된다. 정부는 새해 자동차 수출이 지난해보다 3.2% 증가한 320만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성장하는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선제적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달 23일 열린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2014년은 세계 자동차 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에서 벗어나 성장 국면에 접어드는 중요한 시기”라면서 “변화의 시기에 적기 대응하는 자동차 업체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 생산, 판매 전 부문이 기본으로 돌아가 기초역량을 탄탄하게 다져라”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각 시장별 수요 변화는 물론 환율 추이 등 글로벌 경영환경을 면밀히 분석해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기본기를 다지는 질적성장을 추구하면서도 확대되는 세계 시장에 맞는 양적성장도 동시에 이루자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현대·기아차는 새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800만대 생산 및 판매 시대를 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고 있다. 올해 당초 목표인 741만대를 초과한 750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기아차는 현대차 베이징3공장과 기아차 중국 3공장 등이 완공되면 상반기 내로 생산능력이 790만대에 육박하게 된다. 10만대 정도는 공장 초과 가동으로 충분히 추가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턱밑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한 르노-닛산을 제치고 새해 글로벌 4위라는 기념비적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환율과 미국 출구전략 시행 여부가 변수

변수는 늘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새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는 환율과 미국 재정정책이다.

원화 강세(원고)와 엔화 약세(엔저)는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기업에 늘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일본 자동차 업계는 엔저라는 강력한 원군을 등에 업고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완전한 회복세를 보였다. 부품조달비용 절감 등 내부 혁신이 동반됐지만 엔저를 기본으로 한 아베 정부의 환율정책이 없었다면 일본 업체들이 대규모 리콜사태와 대지진 등의 영향에서 단기간에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도요타와 혼다, 닛산 3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이 각각 전년보다 10.6%, 19.2%, 11.8% 증가했다. 도요타는 영업이익이 124%나 늘기도 했다.

달러 유동성을 풍부하게 했던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되고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기침체가 우려된다. 넘쳐나는 자금이 회수되면 신흥국에서 가장 먼저 자금이 이탈하기 때문이다. 돈이 귀해지고 금리가 높아지면 할부금융을 통해 자동차를 사는 비중이 60%를 넘는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부진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자체가 경기가 안정됐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에 부정 요인을 상쇄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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