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모터쇼] 부스마다 '무채색' 물결…왜?

발행일자 | 2014.06.02 14:13

업체마다 판매량 높은 흰색·검은색·회색 모델 앞세워

▲ BMW 전시부스
<▲ BMW 전시부스>

그야말로 무채색 일변도였다. 국내 자동차 시장을 반영하듯2014 부산모터쇼에서도 흰색, 검정색, 은색 등밋밋한 `무채색 모델`이무대 위를 수놓았다.색상별로는 흰색이 가장 많았고, 검정과 은색이 뒤를 이었다.

일반적으로 모터쇼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델들은 화려한 컬러의 옷을 입지만, 부산모터쇼는 분명 달랐다. 왜일까. 모델별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색상을 내놔판매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일부 업체 관계자들은 "브랜드 이미지 혹은 전시부스와 어울리는 제품을 전시한다"는 이유를 댔다.

▲ 포드 전시부스
<▲ 포드 전시부스>

포드/링컨은 이번에 출품한 총 13개 모델 중 4종을 뺀나머지를 무채색 차종으로 채웠다. 포드 관계자는 "이스케이프는 흰색이, 타루스는 은색이 가장 많이 팔려서 전시했다"면서 "컨셉트카와 기념 모델 등 4대는 보다 사람들의 눈에 띌 수 있도록 빨간색 차를 내놨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다. 벤츠는 이번에 내놓은 10개 차종 중 대부분이 흰색 계열이었고, 폭스바겐도 14개 차종 중 컨셉트카와 전기차 등을 제외한 9종을 흰색과 검정색으로 채웠다. BMW는 13대 중 7대를 흰색 위주로 부스를 구성했다. 이번 행사에 총 5대를 전시한 캐딜락도 기존 판매 차종은 소비자가 선호하는 색상을 전시했다.국내 업체 부스도 일부 상징적인 차종을 제외하면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쉐보레 말리부
<▲ 쉐보레 말리부>

이처럼 부산모터쇼에 무채색 차종이 대거 등장한 건 행사 특색 때문이다. 컨셉트카처럼 미래형 자동차를 미리 만나는 자리가 아닌, 곧 출시될 예정이거나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차종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자리에 가깝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색상의 차종을 대거 전시해 계약을 끌어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이와 관련, 폭스바겐 관계자는 "국내에서 흰색 모델 소비가 많고, 세련되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줄 수 있으며, 큰 차의 경우 중후함과 강력한 힘을 표현할 수 있는 검정색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또 "컨셉트카는 보다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초록색 모델을 내세웠다"고 덧붙였다. BMW 관계자는 "국내에선 흰색, 회색, 검정색 순으로 판매된다"고 말했으며, 캐딜락 관계자도 "SRX 모델의 경우 흰색이 국내 판매의 50%를 차지하며, 회색과 검정색이 20%, 나머지가 10% 정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 캐딜락 SRX
<▲ 캐딜락 SRX>

실제 국내 판매에서 자동차 구매에 색상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차 유통업체 SK엔카는 국내 매물 중 경·소형차는 흰색, 대형차는 검정색 비중이 가장 높으며, 모델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주거나, 관리가 쉬운 색상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한 소비자는 "다른 색상의 경우 쉽게 질려버리고, 지나치게 눈에 띄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무채색 모델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모터쇼`라는 특색이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소비자가 선호하는 모델을 전시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지만, 이같은 현상이 이어지면서 다양한 차를 보여준다는 모터쇼 본래 취지와는 달리 판매를 위한 장으로 치우쳐 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재서 RPM9 기자 jsch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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