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메르세데스-벤츠의 ‘의미 있는’ 도전

발행일자 | 2017.07.12 10:55
[취재수첩] 메르세데스-벤츠의 ‘의미 있는’ 도전

11일 현대차 코나 시승회장에서 거의 모든 기자들의 입에 오르내린 이슈가 있었다. 바로 전날 진행된 메르세데스-벤츠의 해외 출장 추첨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는 작년 9월 28일부터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후 처음 열리는 해외 출장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상세한 시행 규정 없이 포괄적인 개념에 대한 규정만을 내린 탓에 시행 초기 현장에서 많은 혼란을 야기했다. 이 법을 순수하게 지키려면 ‘모든’ 매체에 ‘일률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수천 개에 달하는 매체를 초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모든 국내 시승회는 당일치기로 진행됐고, 이 마저도 선착순으로 참가자를 마감하는 일이 빈번했다. 또, 해외에서 열리는 글로벌 시승회에 한국 기자들만 참가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부분 업체가 눈치만 보는 상황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발 벗고 나섰다. 뉴 S클래스 글로벌 시승회가 열리는 스위스에 한국 기자 10명을 초대하기로 한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앞서 열린 국내 행사에서 선착순 제도를 도입했다가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이번에는 신청 시간을 두 시간으로 정하고, 이 시간 안에 신청한 매체를 대상으로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추첨하는 방식을 썼다. 초청 매체는 신문/TV/주간지 5명, 온라인 3명, 월간지 2명으로 정했다.

결과는 10일 저녁에 나왔지만 어느 매체가 선정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당첨된 매체에 개별통보가 진행됐고, 탈락한 매체에도 이메일로 그 사실이 공지됐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이번 진행에 대해 자동차 담당 기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A 기자는 “비록 당첨되진 않았지만 해외 출장의 물꼬를 벤츠가 터줬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고, B 기자는 “이런 사례를 다른 업체들이 참고한다면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쉬움을 나타내는 기자도 있었다. C 기자는 “현지 기준 일정이 1박 2일에 불과해 너무 짧은 느낌이 있다”고 했고, 일부 기자들은 “결국 많이 알려진 매체들에 기회가 주어진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벌 시승 행사 가능여부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의 확인을 받았다”면서 “이번 행사는 다임러 AG가 해외 각 국의 기자를 대상으로 신차에 대한 시승 기회를 제공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공식 행사로서 해외에서 진행되는 것이 불가피하며,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교통, 숙박, 식사 등이 ‘일률적으로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추첨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자동차기자협회 회장에게 참관을 권유했는데, 믿고 맡기겠다면서 안 왔다”면서 “어떠한 변수도 없이 프로그램으로 무작위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 참가한 매체는 앞으로 1년간 참가할 수 없도록 해 많은 매체에 기회가 주어지도록 마련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 행사에서는 시승회의 비중이 크다. 신차에 대한 평가는 자료를 보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직접 타봐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은 부정 청탁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 시행 이후 금기시되다시피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돌파구를 마련한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산적한 과제도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국내에서 진행되는 시승회가 모두 반나절 정도에 진행되는 탓에 차를 충분히 타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해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자들이 많다. 김영란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좀 더 현명한 해결책은 없는지 모두가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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