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YOLO족’을 위한 차,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발행일자 | 2017.08.23 17:35
[시승기] ‘YOLO족’을 위한 차,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23년 동안 자동차 담당 기자로 살아오면서 시승해본 차는 대략 4000대가 넘는다. 이 가운데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는 기억에 또렷이 남는 순간이 있다. 지난 2002년에 MBN ‘정보특급 모터라이프’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첫 회에 소개한 차가 바로 레인지로버였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동영상 시승기가 난무하지만, 당시에는 영상 시승기가 희귀하던 시절이었다.

BMW 그룹 산하에 있던 그때의 레인지로버는 엔진이나 내장 일부에서 BMW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포드 시절을 지나 타타그룹으로 넘어간 지금, 랜드로버의 라인업은 더욱 탄탄해진 느낌이다. 기존 모델의 풀 체인지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고, 이보크 같은 독특한 모델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이번에 만난 레인지로버 벨라는 이보크만큼이나 새로운 느낌을 준다. 사실 벨라의 등장 소식을 접했을 때는 걱정이 앞섰다. 레인지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이보크의 라인업이 나름 짜임새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벨라가 들어설 자리가 있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었다.


[시승기] ‘YOLO족’을 위한 차,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쓸데없는 걱정임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벨트 라인을 한껏 치켜 올린 모습은 레인지로버 스포츠보다 훨씬 스포티하다. 휠베이스(앞뒤 축간 거리)는 2874㎜로 플랫폼을 공유한 재규어 F-PACE와 같다. 이보크(2660㎜)보다 길고 레인지로버 스포츠(2932㎜)보다는 짧다.

도강 능력에서도 차이를 뒀다. 이보크가 500㎜,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850㎜인 데 비해 벨라는 650㎜다. 차체 크기는 레인지로버 스포츠에 가깝지만, 온로드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을 제원에서 읽을 수 있다. 물론 650㎜의 도강 능력도 오프로드를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시승회에서 마련된 모델은 P380과 D300, D240 등 세 가지. 전체 라인업에는 D180과 P250도 있지만 한국에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만 들어온다. 시장 규모와 한국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하면 적당한 선택으로 보인다.

[시승기] ‘YOLO족’을 위한 차,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나는 딱 한 대 마련된 P380을 골랐다. 모델명에 붙은 숫자는 최고출력이 380마력이라는 뜻. 최대토크는 45.9㎏‧m로 디젤 모델에 비해서는 떨어진다. 대신 가솔린 특유의 부드러움과 정숙성이 압권이다. 정속 주행을 할 때는 롤스로이스가 부럽지 않을 정도. 다른 기자들에게 들어보니 디젤 모델의 정숙성도 훌륭한 수준이라고 하니, 그 부분은 추후 시승차를 통해 체크해봐야겠다.

순간 가속성능은 2% 부족하다. 3500~5000rpm에서 나오는 최대토크 때문인지 이보다 낮은 저회전에서는 튀어나가는 느낌이 적다. 대신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시프트다운을 하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속도가 붙으면 무섭도록 빠르게 치고 나간다.

주행감각 역시 파워트레인처럼 부드러움에 방점을 찍었다. 짧은 시승이었기에 토크 벡터링 시스템의 특성까지 확인할 여건은 못 됐지만, 시승하는 내내 ‘참 편안하다’고 느꼈다. 이러한 특성은 특히 여성 운전자에게 환영받을 것이다. 포르쉐 카이엔을 꿈꿨던 여성 오너라면 레인지로버 벨라에게 눈을 돌려보는 것도 괜찮겠다.

[시승기] ‘YOLO족’을 위한 차,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주행성능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건 센터페시아다. ‘터치 프로 듀오’로 명명된 시스템은 위쪽 10인치 스크린을 통해 내비게이션, 오디오 등을, 아래쪽은 공조장치와 시트 등을 조작토록 했다. 운전자가 보기 편한 각도로 조절되는 위쪽 스크린도 돋보이지만, 패널 전체를 터치 방식으로 만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아래쪽 스크린이 단연 압권이다. 다만 이런 터치 방식은 내구성에서 버튼방식보다 불리할 수 있다.

USB 포트는 센터콘솔 안에 두 개가 마련되어 있는데, 나는 센터페시아 쪽에 배치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센터콘솔 안에 있으면 커버를 열고 써야 하지만 센터페시아 쪽에 있으면 USB 케이블을 바로 연결할 수 있어 편리하다. 또, 만약 블루투스 연동을 안 하고 충전하다가 휴대폰을 쓸 경우에도 포트가 외부에 노출된 게 한결 편하다.

사소한 아쉬움을 덮어주는 건 ‘리모트팩’이다. 안드로이드 웨어나 애플 워치와 연동시키면 차 옆에 있지 않아도 도어 잠금이나 해체, 실내 온도 조절, 주행가능 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손목에 장착하는 액티비티 키는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래프팅이나 윈드서핑을 즐길 때도 따로 차 키를 챙길 필요가 없다. 키를 지닌 채 도어 핸들의 돌기를 건드리면 매끈한 차체에서 스르륵 튀어 나온다. 랜드로버 측은 “영하 20도에서도 얼음을 뚫고 작동한다”고 하는데, 한여름이라 확인할 길은 없었다.

[시승기] ‘YOLO족’을 위한 차,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벨라의 라인업은 9850만원짜리 D240 S부터 총 7가지가 마련된다. 기자가 시승한 P380은 1억1610만원이고, 최상위 모델인 D300 퍼스트 에디션은 1억4340만원이다. 랜드로버 코리아 홈페이지에는 8330만원부터 시작된다고 표기되어 있는데, 이는 기본형인 D180의 가격이고 이 모델의 한국 판매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벨라의 경쟁상대로는 메르세데스-벤츠 GLE 또는 GLE 쿠페, BMW X5와 X6, 포르쉐 카이엔, 아우디 Q7 등이 꼽힌다. 내부적으로는 재규어 F-PACE도 경쟁자로 볼 수 있다.

독일 경쟁차들이 기계적인 우월함으로 승부해왔다면, 레인지로버 벨라는 여기에 감성과 첨단 장비를 더했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기계적인 수치에 연연할 지, 우아하고 여유로운 삶을 즐길 것인가는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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