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전통적으로 고급차 분야에 강했다. S클래스가 주는 압도적인 느낌이 아래급 모델에 전파되며 이른바 ‘낙수 효과’를 일으킨다.
이에 비해 BMW는 스포티함으로 승부하는 브랜드다. 3시리즈에서 시작한 이 느낌은 7시리즈에도 고스란히 묻어나 있고, 이를 좋아하는 골수팬들이 많다. 물론 요즘은 벤츠가 예전보다 젊어지면서 두 브랜드의 특성 차이가 많이 희석되긴 했다.
렉서스는 럭셔리 브랜드 공략에 있어 벤츠를 롤모델로 삼았다. S클래스와 동급인 LS를 론칭하고 차례로 하위 모델을 선보여 자신들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2015년에 탄생한 제네시스 역시 이와 비슷하다.
제네시스가 최근 선보인 G70은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 등을 정면으로 겨냥한 신작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가장 ‘큰 손’으로 떠오른 30대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차급이기 때문에 이 시장의 성공 여부가 브랜드의 성공을 가늠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번 미디어 프리뷰 때 본 첫 인상에서는 BMW 3시리즈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특히 측면 실루엣에서 유사한 느낌이 많았다. 그런데 꼼꼼히 들여다보니 경쟁차와 다른 점이 눈에 많이 띈다.
인터넷에서는 ‘아반떼 스포츠 고급형’이니 하면서 비아냥거리는 표현도 있던데 실제로 G70을 마주하면 전혀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특히 LED 주간주행등에서 G70만의 특징이 확연히 드러난다. 컬러는 아홉 가지가 나오는데, ‘마블 화이트’처럼 기존 차종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한 색상이 많다.
시승차는 3.3T 4륜구동(AWD) 모델이 준비됐다. 인테리어 품질은 동급에서도 최상급이다. 특히 스티칭을 예쁘게 넣은 내장재는 메르세데스-AMG와 맞먹는 품질이다. 게다가 시트 패턴은 무려 다섯 가지가 마련된다. 트림에 따라 고를 수 있는 폭이 제한되긴 하지만 이 정도 선택 폭을 제공하는 럭셔리 브랜드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 놀랍다.
이번 시승회의 코스는 직선 고속구간이 많았다. 현대차가 G70의 직진 주행성능과 가속성능에 자신이 있다는 방증이다.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m의 파워는 솜털이 쭈뼛 설 정도의 가속감과 함께 듬직한 주행안전성을 보여줬다. 변속기와의 궁합도 훌륭하다.
스팅어보다 살짝 짧은 휠베이스와 차체는 그만큼 민첩한 몸놀림을 보이는 데 일조했다. 컴포트와 스포츠 주행모드는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인다. 다만 그 차이를 계기반에서 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스포츠 모드를 누르면 붉은색 조명이 살짝 들어오는 정도인데, 디스플레이 전체가 바뀌는 일부 수입 브랜드의 시스템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스팅어와의 차이점 중 하나는 마초냄새 물씬한 흡배기음이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뿜어져 나오는 사운드는 잘 튜닝된 악기처럼 귀를 즐겁게 한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비교적 잘 잡았다.
다만 무슨 문제인지 풍절음이 유난히 크게 들린다. 귀를 기울여 보니 앞 도어와 차체 사이에서 주로 들려오는데,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타이어는 스팅어와 마찬가지로 17인치와 18인치는 브리지스톤을, 시승차에 장착된 19인치에는 미쉐린 파일럿스포츠 PS4를 장착했다. PS4는 최근 출시된 신제품으로,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 OE(신차용) 타이어뿐 아니라 RE(교체용) 타이어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G70의 강력한 성능을 받쳐주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G70은 국산 고급차의 대중화를 여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G80과 더불어 독일차에 흠뻑 빠졌던 이들을 다시 국산차로 돌아오게 하는 역할도 기대된다.
G70의 가격은 3750만~5180만원이고, 최고급형에 풀 옵션을 갖추면 5650만원이다. G70 2.0T와 비슷한 성능의 BMW 330i M패키지가 5590만원, G70 3.3T와 비슷한 성능의 메르세데스-벤츠 C43 4매틱이 8740만원이니 대략 1000만~3000만원의 가격 차이가 있다.
브랜드의 성격은 다르지만 현대차 그랜저, 아슬란을 놓고 고민하는 이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슬란의 경우 최고급형에 풀 옵션을 갖추면 4990만원이 되므로 가격적인 면에서는 G70과 비교해볼 수 있다. 현대차를 구입하고 싶은데 G70의 뒷좌석 공간이 마음에 안 든다면 아슬란이나 그랜저를 대안으로 고를 수도 있을 것이다.
G70은 다양한 수요를 끌어들일만한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수입 럭셔리 브랜드에 맞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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