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의 인기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소형부터 대형까지 기존 승용차 고객들의 상당수는 후속차종으로 SUV를 골랐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역시 SUV 차종을 대폭 늘리고 있다.
전 차종이 SUV인 쌍용차는 경쟁사에 없는 ‘픽업형 SUV’가 주력상품 중 하나다. 2016년에 2만6141대로 쌍용차 내수의 25.2%를, 2017년에는 2만2912대로 21.5%를 책임졌다.
업력도 16년째에 이른다. 2002년 나온 무쏘 스포츠는 적재능력과 절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받으며 시장에서 호평 받았다. 그러나 트럭의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자 이후 트럭 기준이 적재함 크기 2㎡ 이상으로 변경됐다.
2006년 등장한 액티언 스포츠는 새로운 규정 적용으로 적재함이 대폭 늘어났다. 이어 2012년에는 사실상 마이너 체인지 모델인 코란도 스포츠가 나오면서 명맥을 이었다.
코란도 스포츠는 ‘주말의 레퍼토리를 바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레크리에이션 머신(Recreation Machine)’임을 강조했다. ‘픽업=짐차’라는 고정관념을 벗기 위한 시도였다. 액티언 스포츠의 뼈대를 사용했지만, 외관을 스포티하게 바꾸는 한편 새로운 유로5 2.0ℓ 디젤 엔진을 얹어 성능을 개선한 점이 돋보였다.
지난 9일에는 4번째 작품인 ‘렉스턴 스포츠’가 등장했다. 이 차는 G4 렉스턴을 바탕으로 한 만큼 차체가 웅장하다. 코란도 스포츠보다 차체 길이가 105㎜ 길어졌고, 휠베이스는 40㎜ 늘어났다.
코란도 스포츠보다 덜 날렵해 보이는 이유는 차체 높이 때문이다. 코란도 스포츠는 1790㎜였는데, 렉스턴 스포츠는 1870㎜에 이른다.
운전석에서 바라본 실내는 G4 렉스턴과 거의 같다. 눈에 띄는 차이라면 퀼팅 가죽 내장재와 엠비언트 라이팅이 없다는 정도. 그러나 코란도 스포츠에 비하면 훨씬 고급스러워져서 충분히 만족스럽다.
뒷좌석 레그룸은 933㎜로 성인이 앉기에 충분하다. 다만 적재함 때문에 뒷좌석 등받이가 눕혀지지 않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KTX 좌석처럼 시트 쿠션이 앞으로 움직여질 때 등받이도 살짝 기울어지도록 하는 건 어떨까. 등받이 뒤쪽에 있는 작은 사물함의 용도를 포기한다면 가능해 보인다.
이번 시승코스는 소남이섬을 출발해 충효로, 서울-양양고속도로, 구룡령로, 설악로를 지나는 83㎞의 온로드 구간과 15분 정도 소요되는 오프로드 구간에서 진행됐다. 행사가 진행된 18일에는 추위가 다소 누그러들어 시승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파워트레인은 2.2ℓ e-XDi220 디젤 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출력은 181마력으로, 코란도 스포츠의 마지막 연식에 얹은 2.2ℓ 엔진과 비교하면 3마력 늘었다. 최대토크는 40.8㎏·m로 그대로다. G4 렉스턴과 비교하면 최고출력은 6마력 낮고, 최대토크는 2㎏·m 낮다.
공차중량은 4WD 자동 기준으로 코란도 스포츠(1995㎏)보다 105㎏ 무거워졌다. 그러나 엔진의 펀치력 변화는 알아채기 힘들다. 성인 두 명이 타고 급가속해도 무리가 없었고, 갑작스레 끼어든 차 때문에 잡은 브레이크도 재빨리 반응했다.
정숙성은 G4 렉스턴과 큰 차이가 없다. 보닛에서 들어오는 엔진 소음과 하체에서 올라오는 노면 소음을 꼼꼼하게 잡아낸 덕에 실내가 아주 조용하다.
가장 인상적인 건 승차감이다. 코란도 스포츠의 경우 프레임 구조에서 오는 피칭(차체 앞뒤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현상)이 컸는데, 렉스턴 스포츠는 이게 확 줄었다. 쌍용차 이석우 마케팅 팀장은 “서스펜션에 어떤 변화를 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본 구조는 코란도 스포츠와 같지만, 쇼크업소버의 감쇠력에 변화를 줘서 승차감을 향상시켰다”고 했다. 뒷좌석은 약간의 피칭 현상이 남아 있지만, 앞좌석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다. 코란도 스포츠의 승차감에 불만을 가졌던 이라면 크게 환영할 변화다.
이날 시승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오프로드 코스다. 언덕경사로에서 밀림방지 시스템과 내리막주행안정장치를 체험하고 나면 통나무 범피, 모굴, 사면경사로가 연이어 등장한다. 재밌는 건 SUV 시승회인데 슬라럼 코스가 마련됐다는 점. 2013년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열린 ‘쌍용차 익사이팅 드라이빙 스쿨’ 이후 업계에서 처음이지 않나 싶다. 그만큼 렉스턴 스포츠의 차체 강성과 주행성능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렉스턴 스포츠의 가격은 2320~3058만원이고, 최고급형인 노블레스에 풀 옵션을 갖추면 3648만원이다. 코란도 스포츠 풀 옵션 가격 3199만원에 비해서는 많이 올랐지만, 차동기어제한장치(LD)처럼 기존에 없던 옵션들이 대거 추가돼 가치는 충분하다.
렉스턴 스포츠는 픽업이라는 용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쌍용차에서도 ‘오픈형 렉스턴’임을 강조한다. 레저 생활에 어울리는 ‘럭셔리 SUV’로 불러도 전혀 손색없는 차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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