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3월, 9월’(감독 이재운)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3)

발행일자 | 2018.02.01 08:43

이재운 감독의 ‘3월, 9월’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영석(정성인 분)과 무영(이시형 분)을 보면서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있겠지만, 많은 남자들이 겪었을 속앓이의 경험은 순수하고 진실되지만 아픈 사랑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복학한 영석과 친구들은 여자 후배 영주(조정윤 분)를 두고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하는데, 제대로 대시하지도 의미 있게 어필하지도 못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복학한 뒤 첫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아련함으로 느껴진다.

‘3월, 9월’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3월, 9월’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누군가는 쉽게 할 수 있는 짓궂은 장난,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로 남는다

‘3월, 9월’에서 학교의 남자 선배들은 영주에게 짓궂은 장난을 친다. 나에게 장난이기 때문에 상대에게도 장난일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배려 없음으로 처음에는 보이는데, 이후 영주의 행동을 보면 모르고 하는 장난 못지않게 알고 하는 장난이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지 알 수 있다.

짓궂은 장난이 누군가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초반에 암시하는데,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해주고 있던 사람에게 오히려 상처를 받는 모습은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 관객은 누구에게 감정이입하더라도 마음이 답답할 수 있다

영주는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와 자기가 잘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다. 관객은 영석, 무영, 영주 중 누구에게 감정이입하더라도 답답할 수 있다.

영화적 상황인 것 같지만 실제로도 비슷한 경우는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영주를 이기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영주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에 무척 공감하는 남자 관객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석 또는 무영에게서 자기의 모습의 단면을 발견한 관객은 자책할 수도 있다.

나쁜 여자가 아니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나쁜 여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영주 또한 현실적인 인물로 생각된다. 진명이(이준경 분)는 영주를 싫다고 하는데도 영주는 진명이를 좋다고 하는 것은, 영주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영화 속 영주는 영석과 무영이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이용한다. 영화를 보면서 전후의 사정을 알고 있는 관객은 영주에 감정이입을 할 경우 온전히 영주 자체에 감정이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진명이의 경우도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좋아하고 나는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여자가 날 좋아할 때의 부담스러움과 미안함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한 비난 또한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3월, 9월’ 이재운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3월, 9월’ 이재운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지금의 감정선이 장편영화의 메인 정서로 녹아들어 간다면?

‘3월, 9월’은 영석, 무영, 영주의 정서 자체에 초점을 두는데, 단편영화의 특성상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만약 장편영화의 탄탄한 스토리텔링 속에 세 사람의 정서가 녹아들어 간다면 몰입도는 엄청나게 높아질 수 있다.

사건을 탄탄하게 이어가면서도 감정선을 촘촘하고 세분해서 표현한다면 더욱 감동적일 수 있다. 시간상 다소 거칠게 표현된 감정이, 거침과 미묘하고 디테일을 시간을 두고 동시에 표현한다면 더욱 와닿을 수 있을 것이다.

관객들에게 진하게 어필할 수 있는 정서의 포인트를 알고 있는 이재운 감독이 장편영화를 만들 때도 이런 점을 잘 살린다면, 다양한 관객에게 대리만족과 힐링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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