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절름발이’(감독 황지우)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6)

발행일자 | 2018.02.01 09:29

황지우 감독의 ‘절름발이’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중국집 배달부(양준명 분)는 구걸하는 절름발이 노숙자(백진철 분)를 마주치면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동질감과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두 소외계층 간의 갈등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가해자와 피해자 위치의 변화를 통해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양준명의 리얼한 연기와 상업 영화처럼 기본적으로 어둡지만 다 보이게 표현한 영상은 이 작품에 참여한 사람들의 가능성에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절름발이’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절름발이’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소외계층 간의 갈등, 동질감과 공통점이 없으면 서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절름발이’에서 배달부와 절름발이는 사회 기득권층이 아닌 소외계층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동질감과 공통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배달부와 절름발이의 행동은 각각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동질감과 공통점이라는 공감과 이해가 없으면 서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배달부와 절름발이를 무척 가깝게 설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심리적 거리를 가진 관계로 설정하지도 않은 점은 돋보인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으로 반전을 주지 않고도, 약간만 방향만 바꾸면 반전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도록 설정됐기 때문이다.

◇ 진짜 중국집 배달부라고 해도 믿을만한 양준명의 연기력

‘절름발이’에서 양준명은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모습인 것처럼 리얼하게 배달부를 표현한다. 실제로 비슷한 아르바이트를 해봤거나 주변 지인을 통해 간접경험을 한 사람처럼 보인다.

양준명은 칼에 찔렸을 때 잠시 멈칫한다. 장면을 강조하기 위해 카메라 워킹이 잠시 멈춘 것일 수도 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의 공격에 동결반응을 보이는 것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인류의 조상은 무서운 동물을 만났을 때 도망가거나 저항하지 않고 너무나도 무서워서 죽은 듯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을 때 살아남은 경우가 많은데, 이런 내재적 습성이 동결반응으로 전해진다.

칼에 찔렸을 때, 폭행을 당했을 때 등의 상황에 저항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꽤 많은데, 동결반응을 경험한 사람은 반응하지도 못할 정도의 공포를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칼에 찔리는 순간 바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동결반응을 보인 것은, 양준명의 연기가 진짜 리얼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만든다. 양준명은 이런 연기를 감각적으로 한 것일까, 본인의 인지와 해석으로 한 것일까, 아니면 감독의 디테일한 디렉팅을 따른 것일까 궁금해진다.

‘절름발이’ 황지우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절름발이’ 황지우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상업 영화처럼 고급스럽게 표현된 조명 처리

장편 상업 영화가 단편 영화 및 장편 독립 영화와 큰 차이를 보이는 항목은 스토리텔링이 하나의 축으로만 이뤄지는지 복합적으로 이뤄지는지와, 촬영을 할 때의 조명 처리, 동시 녹음 및 후시 등 후반작업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의 여부이다.

상업 영화의 경우 어두운 장면에서도 간접 조명을 통해 등장인물의 움직임을 관객들이 볼 수 있도록 만든다. 같은 극장신이라고 해도 상업 영화에서는 등장인물의 표정을 볼 수 있지만, 독립이나 단편 영화에서는 그냥 리얼하게 어둡게만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경함한 관객들도 많을 것이다.

‘절름발이’에서 용두시장 복도신은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게 정서에 맞는데, 그렇다고 지나치게 어둡게만 설정됐을 경우 양준명의 동결 및 표정 연기는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영화의 조명은 무척 수준 높게 영화를 서포트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다음 행보를 추적해보고 싶은 이유가 충분히 많다는 것을 직접 관람하면 확인할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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