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누가 소현 씨를 울렸나’(감독 이길우)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7)

발행일자 | 2018.02.01 09:38

이길우 감독의 ‘누가 소현 씨를 울렸나(Who made her cry)’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소현(임선우 분)은 임신 사실을 숨긴 채 재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들키지 않으려고 조바심을 내는 마음은 감정이입한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될 것이다.

임선우는 과도하게 캐릭터를 드러내는 연기를 하기보다는 자연스러움 속에서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시도 없이도 존재감과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누가 소현 씨를 울렸나’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누가 소현 씨를 울렸나’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남자 감독의 눈에 비친, 여자로 사회생활을 할 때의 어려움

‘누가 소현 씨를 울렸나’는 사회생활을 하는 혹은 하려는 여자의 어려움을 남자 감독의 눈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쪽으로 편향되지도 않으며,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또는 방어적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임신으로 인한 경력 단절, 임신으로 인한 취업 제한을 회사의 입장에서도 언급하는데, 만삭이 돼 육아 휴직을 앞둔 지현 대리(김수아 분)에게 업무를 인수인계받으려는 나라 주임(차재이 분)의 시야에도 초점을 맞춰, 대결구도로 몰고 가기보다는 그 자체를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출산 휴가를 부러워하는 남자 직원들의 반응은 남자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지치는지를 보여주는데, 이런 남자들의 반응에 기겁하는 여자 관객들의 모습도 상상이 된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는 즉흥적인 자기의 감정에만 충실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를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그 상처에만 너무 초점을 맞춰 페미니즘으로만 몰고 가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점이 이 영화의 장점 중의 하나이다.

친구인 은정(하정민 분), 미영(공인실 분)을 만났을 때 태도를 180도 바꾸지 않고 소현 캐릭터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도, 논점을 흐리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 임신 초기의 여자가 가진 불편함을 자연스러운 연기로 표현한 임선우

‘누가 소현 씨를 울렸나’에서 임선우는 뾰족구두를 운동화로 갈아 신는 모습을 두 번 보이는데, 다리가 아팠다는 점을 과도하게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실제로 뾰족구두를 신고 나서 아프다고 불평을 할 경우 그럼 왜 신느냐고 비난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파도 안 아픈 척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선우는 그런 면을 리얼하게 보여줬다.

같은 경험이 있지 않거나 디테일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을 경우, 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간에 임선우가 약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관객은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매 장면 불편함을 제대로 표현했다면 임신 사실을 숨기고 재취업하려는 모습이 너무 이기적으로 부각됐을 수 있다.

회식 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면 안 되기 때문에 술이 약하다고 어필하는 장면에서도 명쾌한 태도를 보였다면 관객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임선우는 소현 캐릭터를 무척 애정해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누가 소현 씨를 울렸나’ 이길우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누가 소현 씨를 울렸나’ 이길우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남자의 육아 휴직에 관한 이야기가 영화로 나온다면?

‘누가 소현 씨를 울렸나’에서 육아 휴직을 휴가라고 하면서 부러워하는 남자들의 마음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남자들도 회사생활을 하기는 힘든 시대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영화의 후속편으로 남자 직원이 육아 휴직을 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어떨까?

진짜 더 부러워하는 다른 남자 직원들의 모습이 상상되기도 한다. 실제 육아 휴직한 남자 직원은 성향에 따라서 무척 헌신적으로 육아에 함께 할 수도 있고, 차라리 회사에 출근하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량에 상관없이 파도타기를 하며 잔을 비워야 하는 회식, 획일화를 강요하는 회사 문화, 곤란한 상황에 대한 배려 없는 처리 등 행하는 입장에서는 별거 아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무척 곤란한 상황도 같이 대비된다면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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