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진심이 닿다’(5) 유인나의 심정대화에 사리대화로 대답하는 이동욱

발행일자 | 2019.02.23 19:20

박준화, 최지영 연출, 이명숙, 최보림 극본, tvN 수목드라마 <진심이 닿다> 제5회에서 유인나(오진심 역)와 이동욱(권정록)은 같이 대화를 하지만, 서로 다른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사람은 내면의 이야기를 하는데, 한 사람은 팩트에 대한 대답을 성실하게 해 서로 대화가 어긋난다. 왜 그럴까?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심정대화를 하고 싶은 유인나에게 사리대화를 던지는 이동욱
 
<진심이 닿다> 제5회에서 술에 취한 유인나는 할 말이 있다고 이동욱을 부른 후 오해가 다 풀렸는데 무슨 할 말이 있냐는 이동욱에게 “오해가 풀리긴 개~뿔, 우리 아직 안 풀렸거든요. 왜냐? 내가 변호사님에게 화가 난 이유는 따로 있으니까”라고 한다.
 
“그게 무슨?”이라는 이동욱의 물음에 “왜 파스타 혼자 먹었어요? 왜 나랑은 안 먹었어요? 나도 먹고 싶은데~”라고 유인나는 답한다. 이동욱은 왜 이런 질문을 하냐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럼 파스타 못 먹어서 하루 종일 그랬다는 겁니까? 내일 당장 드시러 가시죠, 파스타”라고 말한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왜 그랬어요? 왜 다른 사람이랑 파스타 먹었냐고요?”라는 유인나의 대사는 술에 취해 이동욱에게는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만 전달된다. 유인나와 이동욱의 대화가 통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리대화(事理對話)’는 이야기 표면의 지식과 정보를 주고받는 대화를 뜻하며, ‘심정대화(心情對話)’는 그 안에 있는 내면의 진짜 바람까지 반영한 대화를 뜻한다. 사리대화가 ‘팩트 체크’라면 심정대화는 ‘내 마음속 바람과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에서 이동욱은 유인나의 모든 질문에 정답을 찾아 대답하려고 한다. 법률적인 측면에서 잘잘못을 판가름해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유인나가 하는 말의 진짜 이유와 바람을 알지는 못한다.
 
왜 나랑은 먹지 않았냐며 솔직한 투정을 하는 유인나의 진짜 마음에 대해 귀 기울여 심정대화를 하지는 않고, 파스타를 못 먹었다는 팩트에 집중한 이동욱은 사리대화로 답을 한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제5회까지 유인나가 한 심정대화를 이동욱은 거의 사리대화로 답했는데, 이동욱의 변화, 유인나에 대한 마음의 표현은 이동욱이 얼마나 심정대화를 잘하게 되느냐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제6회에서 이동욱은 스스로가 느린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심정대화를 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 이동욱만 심정대화를 못 하는 것일까? 나는 과연 심정대화를 잘 하고 있을까?
 
<진심이 닿다>에서 이동욱이 사리대화만 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도 많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다른 사람이 사리대화를 하는 것을 보면서 심정대화를 해야 할 타이밍에 사리대화를 한다는 것을 알아채면서도, 정작 자신은 제대로 심정대화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늦은 시간에 이렇게 멀리까지 어떻게 왔어?”라는 질문에 찾아온 이유와 마음을 말하기보다는 “택시 타고 왔어”, “지하철 타고 왔어”, “버스 타고 왔어”, “운전해서 왔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실제로 많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아예 심정대화를 잘 못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이 하는 심정대화에도 언제나 능통한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내가 심정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이 잘 모른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정작 다른 사람이 심정대화를 할 때는 사리대화로 받는 경우가 많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자신이 심정대화를 할 때 본인은 잘 알고 있지만, 상대방이 심정대화를 할 때는 마음의 질문이라기보다는 팩트 체크로 여기기 때문에 사리대화로 답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불만을 표현한다면 그 불만 표현은 말 그대로의 불만인 사리대화의 영역일 수도 있지만, 그런 불만을 표현하는 자신의 내면을 알아달라는 심정대화일 경우가 많다. <진심이 닿다>에서 ‘진심’은 일반적인 ‘진심’을 뜻하기도 하고, 유인나의 극중 예명 오윤서의 본명 ‘오진심’을 뜻하기도 하고, 심정대화에 담긴 진짜 속마음인 ‘진심’을 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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