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진심이 닿다’(9) 대상관계이론, 하인즈 코헛의 ‘자기대상’ 개념을 적용하면

발행일자 | 2019.03.11 13:36

박준화, 최지영, 이영옥 연출, 이명숙, 최보림 극본, tvN 수목드라마 <진심이 닿다> 제9회까지 이동욱(권정록 역)과 유인나(오진심 역)의 관계성을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 개념을 적용해 살펴볼 수 있다.
 
유인나가 이동욱에게 끌리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제9회와 제10회 방송은 이동욱이 유인나에게 자기대상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줬다.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유인나에 대한 제대로 된 반영, 내면 심리까지의 반영을 통해 유인나가 의미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이동욱은 분명하게 느끼도록 해주고 있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대상관계이론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의 ‘자기대상’
 
심리학 이론 중 대상관계이론은 개인 내부의 심리 못지않게 대상(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하인즈 코헛은 자기의 내부 세계보다 다른 사람을 포함한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더 초점을 뒀다.
 
‘자기대상’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을 의미한다. 자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와 연결된 외적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들과의 지속적인 자기대상 경험 속에서 자기가 강화되고 유지된다고 코헛은 말한다. 나의 가치와 의미, 매력은 나를 직접 바라보기보다는 나를 인정하는 의미 있는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바라봄으로써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자기대상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 object), 힘없는 자기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힘이 있고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와 융합하려고 찾는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ing self object), 부모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는 느끼길 원하는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 object)이 있다.
 
◇ 유인나에게 강렬한 거울 자기대상이 되기 시작한 이동욱
 
<진심이 닿다> 제8회까지 이동욱은 유인나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했어도 제대로 된 표현은 거의 하지 않았다. 사랑받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지, 사랑받는 사람이 얼마나 위로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유인나는 이동욱을 통해 확인받고 인정받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이동욱의 내면은 인정하고 있었겠지만, 유인나가 제대로 느끼도록 반영해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그랬던 이동욱은 악성 댓글도 감내해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이 어렵다고 느낀 것을 말하며, 유인나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인정한다. 이렇게 담담해지기까지 얼마나 마음이 다쳤을까 싶어서 그동안 잘 버텼다고 말하며 칭찬하며 위로한다.
 
힘든 시간을 겪은 사람이 그 시간을 잘 지나왔을 경우,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경우 이제 극복돼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현재에 대해 위로를 하지만, 힘들었던 시간 자체에 중점을 두고 공감하거나 같이 아파하지는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극복하기까지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까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지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일이라도 진정으로 공감하고 위로해줄 때 완전한 치유가 이뤄지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이동욱은 유인나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고 반영해주는 거울 자기대상의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동욱이 인정해줄 때 유인나는 굉장히 크게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 혼밥 체험을 도와주는 이동욱! 유인나에게 쌍둥이 자기대상이 된다
 
<진심이 닿다>에서 톱스타인 유인나는 혼자 밥을 먹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이기도 하고 바쁜 스케줄로 혼밥을 먹은 경험이 없기 때문이기도 한데, 드라마는 유인나가 혼밥을 못 한다는 것을 여러 차례 알려줬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혼자 있으면 초라해 보일까 봐 꺼려지기도 한다는 유인나에게 이동욱은 같이 밥을 먹으러 가는데 그치지 않고, 유인나가 직접 혼밥을 먹을 수 있도록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른 사람은 혼자 밥을 먹지 못하는 유인나를 이해하고 인정했다면, 이동욱은 유인나가 혼자 있을 때도 밥을 먹을 수 있게 시뮬레이션하고 연습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이동욱의 모습은 유인나에게 부모와 같은 역할, 쌍둥이 자기대상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지난날만 반영해주는 게 아니라, 현재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동욱은 멋진 거울 자기대상
 
<진심이 닿다> 제10회에서 유인나의 집에 방문한 이동욱은, 유인나가 받은 많은 트로피를 보고 감탄하는데, 많은 상을 받긴 했지만 연기로 받은 건 하나도 없고 모두 인기상이라는 게 문제라고 유인나는 쑥스러워한다. 민망함을 무릅쓴 유인나의 솔직한 자기개방이 눈에 띈다.
 
이동욱은 “그게 무슨 문제입니까?”라면서 “인기가 많다는 것은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준다는 건데,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거, 저는 아주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단해 보이는데”라고 말한다. 이동욱은 유인나의 지난날을 반영해 의미 있게 만들어준 것이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유인나는 “근데 지금 연기하면 진짜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때는 좋아하는 마음이 어떤 건지 설렘이 뭔지 알 수가 없으니까 표현하기가 막막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좀 알 것 같아요.”라고 하면서 수줍어한다.
 
이동욱과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역할을 연기하면 이제는 더 잘 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를 자기대상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사랑을 하는 사이일지라도 상대방이 나를 제대로 반영해주지 않는다면 나의 감정은 제대로 인정받고 존중받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유인나는 화보집을 보면서 과거에 본인이 얼마나 예뻤는지 회상하는데, 별 호응을 보이지 않던 이동욱은 “아닙니다. 예쁩니다. 근데 지금이 더 예쁩니다. 제 앞에 있는 이 모습이”라고 말한다.
 
유인나는 과거에 비해 현재 모습이 덜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수도 있는데, 이동욱의 칭찬과 인정은 유인나가 정말 행복한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 이동욱이 현재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과거보다 현재지향적, 미래지향적 측면에서 유인나에게 거울 자기대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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