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진심이 닿다’(7) 오윤서는 ‘개념화된 자기’, 오진심은 ‘맥락으로서의 자기’

발행일자 | 2019.03.03 09:15

박준화, 최지영 연출, 이명숙, 최보림 극본, tvN 수목드라마 <진심이 닿다> 제7회까지의 모습을 보면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유인나를 톱스타이자 한류 여신인 오윤서로 추앙하는데, 거의 유일하게 이동욱(권정록 역)만 유인나를 로펌 비서로 근무 중인 오진심으로 대한다.
 
오진심과 오윤서가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로 대하는지가 뭐 그리 중요한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고, 오진심과 오윤서가 같이 보이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오진심이 먼저 보이는지 오윤서가 먼저 보이는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수용전념치료(ACT), 개념화된 자기 vs. 맥락으로서의 자기
 
심리치료 방법 중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commitment therapy, ACT)는 수용(Acceptance)과 전념(Commitment)을 강조하는 심리치료 방법이다. 수용전념치료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그 자체로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문제를 없애는데 주력하기보다는 문제가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데 더욱 초점을 둔다. 심리적 고통(Pain)을 회피하거나 통제하려고 하면서 더 큰 괴로움(Suffering)을 겪게 된다고 보기 때문에, 수용과 전념이 더욱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개념화된 자기’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믿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자기를 뜻한다. ‘나는 톱스타이다’, ‘나는 한류 여신이다’라는 개념화된 자기는 ‘나’를 ‘톱스타’, ‘한류 여신’에 융합해 나의 정체성을 ‘나=톱스타’, ‘나=한류 여신’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개념화된 자기는 ‘직업적인 나’, ‘관계성 속에서의 나’, ‘심리적인 나’ 등 다양하게 표출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개념화된 자기가 과거의 나를 결정하는데 머물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나를 결정해버린다는 것이다. 나와 개념화된 자기가 융합됐기 때문인데, 탈융합되기 전까지는 개념화된 자기에 얽매여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유인나를 개념화된 자기로 보는데, 이동욱은 거의 유일하게 맥락으로서의 자기로 본다
 
<진심이 닿다>에서 유인나의 개념화된 자기는 왕년의 톱스타, 대륙을 씹어 먹던 한류 여신인 ‘오윤서’이고, 맥락으로서의 자기는 자숙 중에 실습 나온 배우, 스캔들 후 먹고 살기위해 그간 하지 않았던 일을 기꺼이 하는 사람인 ‘오진심’이다.
 
극중에서 오윤서는 오진심의 예명으로, 결국 오윤서와 오진심은 같은 사람이지만(오윤서=오진심), 오윤서가 개념화된 자기라면 오진심은 맥락으로서의 자기인 것이다. 같은 사람이지만 오윤서임을 내세울 때와 오진심으로 행동할 때 달라지는 것이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유인나가 로펌에 출근한 이후, 로펌에서 평소 하던 대로 대한 유일한 사람은 이동욱이다. 올웨이즈 로펌에서 유인나를 개념화된 타인이 아닌, 맥락으로서의 타인으로 대하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유인나를 맥락으로서의 자기로 대한다는 것은 톱스타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기 때문에 톱스타로서의 위엄과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인정하는 이동욱의 모습은, 유인나가 로펌에 빨리 적응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고백의 측면에서 살펴본 유인나의 개념화된 자기 vs. 맥락으로서의 자기
 
유인나의 개념화된 자기와 맥락으로서의 자기는, 이동욱을 대하는 태도, 고백의 측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개념화된 자기라고 볼 수 있는 도도한 여배우 오윤서는 많은 남자들로부터 고백을 받았을 것이고, 권정록에게 절대 먼저 고백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김칫국을 마시는 오진심은, 술 마시고 먼저 권정록에게 고백한다. 맥락으로서의 자기에 충실한 모습, 겸손한 모습 혹은 솔직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감정에 솔직하다는 것과 맥락으로서의 자기에 충실하다는 것이 합해져, 시청자들이 오윤서인 유인나가 아닌 오진심인 유인나를 긍정적으로 응원하게 만드는 것이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만약, 로펌에 온 유인나가 로펌 일을 할 때와 이동욱을 대할 때 중 어느 하나라도 개념화된 자기로 행동했다면, 얼굴을 찌푸리며 <진심이 닿다>를 보는 시청자들이 생겼을 것이다.
 
맥락으로서의 자기에 충실한 유인나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맥락으로서의 자기에 충실하게 살아도 된다고 알려주는 것 같다. 로펌에 와서까지 ‘개념화된 자기’로 행동했으면 ‘재수없게’ 보였을 수도 있는데, ‘맥락으로서의 자기’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재수없지 않게’ 느껴져 유인나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먼저 수용과 전념을 할 수도 있지만, 캐릭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용과 전념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진심이 닿다>는 반복해서 보여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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