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재도약의 신호탄, CR-V 하이브리드

발행일자 | 2021.02.08 09:35
[시승기] 혼다 재도약의 신호탄, CR-V 하이브리드

“임 기자님, 저희가 CR-V 하이브리드 시승회를 열거든요. 메일 보시고 신청해주세요.”

지난달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를 듣고 메일함을 열었는데,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혼다코리아가 1박 2일 시승회를 연다는 것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봤더니, 혼다코리아에서 무려 8년 만에 여는 1박 2일 시승회였다. ‘어머, 이건 가야해!’ 소리가 절로 나오면서 신청 버튼을 눌렀고, 지난주에 행사에 참여했다.

CR-V의 최고출력은 엔진 145마력, 전기모터 184마력, 시스템 총 출력은 215마력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앞서 선보인 어코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동일한데, 현대차나 토요타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우선 이 차는 전기모터의 출력을 높여 중저속에서 전기모터의 활용도를 높였다. 현대차나 토요타의 시스템은 기존에 충전된 전력으로 저속에서 전기모터를 구동시키다가, 대략 시속 30~40㎞ 부근에서 엔진이 개입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시승기] 혼다 재도약의 신호탄, CR-V 하이브리드

반면에 혼다는 저속에서 배터리로 전기모터를 구동하는 것까지는 같은데, 그 이후에 엔진이 가동되어 배터리를 충전하고 이 전력으로 전기모터를 구동하는 과정이 더해졌다. 즉, 직렬식 하이브리드 방식을 병렬형과 함께 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전기모터의 구동 범위를 넓혀 가솔린 연료 소모를 더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승 과정 중에 여러 차례 체크를 해보니, 시속 90㎞를 넘기면서 전기모터의 구동이 끊어지고 엔진만 구동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니까 정리를 해보면, 저속(대략 시속 40㎞ 이하)에서는 충전된 배터리로 전기모터만 구동되고 중속에서는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해 전기모터가 가동되며, 시속 90㎞ 이상에서는 엔진만 구동되는 흐름이다.

[시승기] 혼다 재도약의 신호탄, CR-V 하이브리드

구조적으로 보면 엔진과 모터 사이를 한 개의 클러치가 제어하는 현대차의 것이 가장 간단하고, 모터제너레이터(MG) 2개에 유성기어를 장착한 토요타의 것이 가장 복잡하다. 혼다는 그 사이라고 보면 된다. 연비를 높이기에는 토요타의 것이 유리한데, 이와 비슷한 연비를 구현하면서 구조를 더 단순하게 만든 게 혼다의 시스템이다. 토요타의 모터제너레이터는 한 개가 발전용, 또 다른 한 개가 발전+구동용인 데 반해, 혼다의 모터는 발전용과 구동용이 완전히 나눠져 있는 것도 차이점이다.

이렇게 잘 만든 시스템이지만, 이번 시승회에서는 그 장점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우선 시승코스 선택이 아쉬웠다. 코로나 감염증 사태 속에서 멀리 전남 영암 국제자동차경기장을 방문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시승회에서는 최대 시속 120㎞까지밖에 달릴 수 없었다. 자동차경기장을 간다는 소식에 들떴던 많은 기자들이 아쉬워한 부분이다.

게다가 전기모터와 하이브리드, 엔진 구동 모드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면서 초반에는 시속 40㎞로만 달리다가 나중에 시속 120㎞를 달리게 한 것도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 CR-V 하이브리드는 구조적으로 전기모드에서 엔진모드로 넘어갈 때 시간이 걸리는데, 이 때문에 가속 페달을 밟아도 엔진 소음만 커지고 가속이 시원하게 안 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CR-V의 최대 약점이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이번 서킷 주행에서는 이런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성이어서 오히려 약점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시승기] 혼다 재도약의 신호탄, CR-V 하이브리드

이보다는 그 뒤에 나타난 국도 시승에서 시속 70~100㎞로 달릴 때 훨씬 안정감이 있고 조용하며, 연비도 좋게 나왔다. 특히 ACC를 작동시키면 앞바퀴만 구동되면서 연비가 쑥쑥 오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속에서 운전자가 가속페달로 제어할 경우, 상황에 따라 4륜 구동과 전륜 구동을 오가게 되는데, ACC를 작동시키면 차가 구동력을 상실하지 않는 이상 전륜 구동으로만 작동해 연비 향상에 기여한다.

혼다와 토요타의 것은 구동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의 경우 엔진으로 앞바퀴를 굴리고 전기모터로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인 데 비해, 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경우는 엔진과 모터의 구동력이 트랜스퍼 케이스에 모였다가 다시 네 바퀴로 배분되는 방식을 쓴다. 이렇게 되면 엔진과 모터의 힘을 하나로 모아서 일정 바퀴에 집중시킬 수 있어서 진정한 4륜 구동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토요타 방식은 엔진과 모터의 구동이 이질적이어서 오프로드에서 4륜 구동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때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시승에서는 오프로드 체험코스가 없었으나, 일반도로에서 4륜 구동의 안정적인 움직임을 느끼는 건 충분했다. 차라리 서킷 주행을 없애고 간단한 오프로드 코스를 추가하면 CR-V 하이브리드의 장점이 더 도드라질 수 있었다.

[시승기] 혼다 재도약의 신호탄, CR-V 하이브리드

연비를 보면 CR-V 하이브리드(19인치)는 도심 15.3㎞/ℓ, 고속도로 13.6㎞/ℓ이고, RAV4 하이브리드 AWD(18인치)는 16.2㎞/ℓ, 14.6㎞/ℓ, 2WD(18인치)는 16.3, 15.0㎞/ℓ, 투싼 하이브리드(17. 18인치)는 도심 16.9㎞/ℓ, 고속도로 15.3㎞/ℓ다. 연비만 보면 투싼 하이브리드가 최고지만, 4륜 구동이 없기 때문에 CR-V 하이브리드와 나란히 비교할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CR-V 하이브리드는 저속 시가지 주행이 많은 이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국도 같은 데에서 장거리 주행을 하는 이들에게도 어필 할 수 있다. 하지만 급가속을 많이 하면서 속도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차다. 급가속을 많이 즐기면서 연비도 신경 쓰는 이라면 토요타 RAV4 또는 렉서스 NX300h가 어울리고, 터보의 중저속 토크를 중시하면서 4륜 구동이 필요 없는 이라면 현대 투싼 하이브리드를 고르는 게 더 낫다.

가격은 CR-V 하이브리드가 4510만~4770만원, RAV4 하이브리드가 4059만~4627만원, 투싼 하이브리드가 2986만9935원~3610만원이다. 실제 구매 때는 여기서 개소세, 교육세, 취득세가 감면되므로 차종에 따라 대략 150만원 정도 낮아진다.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판매 실적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마땅한 신차도 없었고 뚜렷한 홍보활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새해 벽두부터 신차를 내놓고 활발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어서 다른 모습이 기대된다. CR-V 하이브리드가 그 선봉에 나서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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