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년이 훌쩍 넘었다. 무쏘 스포츠와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를 거쳐 나온 렉스턴 스포츠를 시승한 게 2018년 1월이었다. 5년이라면 모델 변경 주기가 빠른 차의 경우 풀 체인지가 이뤄지기도 하는데, 렉스턴 스포츠는 아직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인다. 워낙 완성도가 좋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히 상품성 개선을 해온 데다, 국내에서는 딱히 경쟁 모델도 없기 때문이다. 무쏘 스포츠 이후 20년 동안 누적 판매만 35만 대가 넘는다.
KG모빌리티로 새로 출범한 회사는 렉스턴 스포츠의 고급형인 ‘쿨멘’ 트림을 선보이면서 렉스턴도 고급화해 ‘아레나’라는 별칭을 붙였다. 그리고 달라진 점을 확실하게 체감해 보라며 장거리 시승회를 열었다. 시승코스는 강원도 고성과 화천, 춘천 일대에서 220㎞나 된다.
◆국토 최북단에서 느끼는 강인함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강원도 고성 횟집에 도착한 기자들은 시원한 물회부터 들이켰다. 바다 내음 가득한 점심을 먹으니 시승 전에 에너지가 든든하게 보충된다.
렉스턴 스포츠 쿨멘(이하 쿨멘)은 기존 모델에 비해 고급스러움에 방점을 찍었다. 렉스턴 아레나를 연상케 하는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에 4개의 헤드램프, 다이내믹 턴시그널 램프를 달아 격을 한 단계 높였다. 여기에 역동적인 새 디자인의 20인치 휠로 단장했다. 기존에 나오던 모델은 가성비와 터프함으로, 쿨멘은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이원화해 경쟁한다는 전략이다.
실내 변화에도 신경을 썼다. 우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대시보드는, 센터페시아의 모니터를 12.3인치의 돌출형으로 바꿔서 운전자의 시선 이동을 확 줄였다. 또한 32가지의 앰비엔트 라이트를 더해 야간 운전 때 분위기를 살릴 수 있게 했고, 공조 장치는 터치 방식으로 바꿨다. 개인적으로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 터치로 조작하는 게 불편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차는 터치감이 확실할뿐더러 약간의 햅틱 반응도 넣어서 예상보다 괜찮았다.
승차감도 손봤다. 데크 마운팅 아래쪽에 대형 고무를 추가해 픽업트럭의 구조적인 약점인 차체 뒤쪽 흔들림을 잡는 데 주력한 것. 사실 코란도 스포츠에서 렉스턴 스포츠로 넘어오면서 이 부분이 개선됐지만, KG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한 번 더 개선에 나섰다.
실제로 달려보면 개선된 승차감이 느껴진다. 특히 과속방지턱을 빠른 속도로 넘을 때, 구형은 ‘텅텅’하면서 차체 뒤쪽이 두어 번 흔들렸다면 쿨맨은 한 번 정도 출렁이고 바로 자세를 잡는다.
이러한 세팅은 와인딩 로드를 달릴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그러나 이번 시승에서는 앞차를 잘못 만난 바람에 100% 느끼기 힘들었다. 바로 앞 시승차를 운전한 기자는 만나는 코너마다 연신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사실 속도를 미리 제어한다면 그렇게 브레이크를 많이 밟을 필요가 없다. 게다가 시승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거북이 운행을 하는 바람에 전체적인 시승 대열이 느려졌다. 시승회에 이런 초보운전자가 끼면 다수에게 피해를 준다.
사실 이 차는 지레 겁을 먹고 앞차와 한참 떨어져 달릴 필요가 없다. 픽업트럭으로는 드물게 자율주행 보조장치(IACC)를 장착해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해서 가기 때문이다. 이번 시승에서도 테스트해봤더니 차선 중심을 잘 유지하고 달렸다.
파워트레인은 2.2ℓ 디젤 엔진과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출력은 202마력, 최대토크는 1600~2600rpm 사이에서 45.0㎏·m를 뿜어낸다. 2018년 처음 나왔던 모델의 181마력, 40.8㎏·m과 비교하면 21마력, 4.2㎏·m가 늘었다. 이 정도 수치는 실제 주행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중속 구간에서 반응이 훨씬 빨라져서 더 이상의 튜닝은 바라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복합 인증 연비는 렉스턴 스포츠가 10.4~10.6㎞/ℓ, 렉스턴 스포츠 칸이 10.2~10.5㎞/ℓ다. 이번 모델부터 수동변속기를 단종시키고 자동변속기 모델만 나오는 것도 참고하는 게 좋겠다.
가격은 렉스턴 스포츠가 2827만~3308만원, 렉스턴 스포츠 칸은 3088만~4269만원, 렉스턴 스포츠 쿨멘이 2879만~3831만원,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은 3140만~4046만원이다. 수입 픽업트럭의 경우, 쉐보레 콜로라도는 4050만~4889만원, 포드 레인저 6350만~7990만원으로 렉스턴 스포츠보다 훨씬 비싸다. 렉스턴 스포츠의 경쟁력이 여기서 한 번 더 돋보인다. 다만 ‘렉스턴 스포츠 칸’까지는 이름이 괜찮은데,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은 이름이 너무 길다. 이미 정한 이름이라 어쩔 수 없다면, KG에서 예쁜 약칭이나 별칭을 지어주는 것도 좋겠다.
숙소는 평화의 댐 오토캠핑장이다. 이곳은 강원도 화천군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공기 맑고 물 맑은 곳에 50면의 사이트가 있고, 이용료가 저렴한 데가 반려견도 동반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저 멀리 평화의 댐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 댐을 위해 초등학교 다닐 때 나라에 성금을 바쳤다니…. 어쨌거나 이곳은 처음인데, 렉스턴 스포츠의 이미지에 아주 잘 맞는 곳을 골랐다는 생각이다. 특히 시승을 마치고 들어올 때 캠핑장에 울려 퍼지는 ‘군가’가 압권이었다. 마치 예비군 훈련에 참여한 느낌이랄까.
다음날 타본 렉스턴 아레나는 고급스럽고 편안한 승차감이 인상적이었다. 구형도 그런 점을 강조하긴 했었는데, 승차감이 지나치게 말랑거려서 울렁거리기까지 했다.
KG는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쇼크업소버 안에 리바운드 범퍼를 넣었다. 이게 없는 구형은 과속방지턱을 넘고 나서 위아래로 여러 번 출렁거렸는데, 신형은 그 출렁임을 대폭 줄인 것이다. 내가 그동안 시승기에서 여러 번 지적한 내용인데, KG모빌리티의 개발진도 그렇게 느꼈는지 이번에 개선되었다.
KG는 이번에 신모델을 내놓으면서, 인포콘 무상 서비스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여기에 소모품 교체 알림, 원격 공제 제어, 차량 진단과 같은 19가지의 기능에 TV로 팝업 화면을 띄워 내 차 상태를 알 수 있는 ‘마이카 알림 기능’도 추가했다. 거실에 앉아서 내 차의 상태를 확인하는 기능은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가격은 프리미엄 4172만, 노블레스 4554만원, 더 블랙 5173만원이다. 더 블랙 트림은 10가지의 소모성 부품을 주며, 보증 기간 안에 소모품을 교환할 때 KG에서 차를 픽업해서 돌려주는 서비스까지 이뤄진다. 최고급형 트림을 타는 이들에게 더 큰 만족감을 주는 영민한 마케팅 전략이다.
이번 시승에 참여한 기자들은 전체적으로 상품성에 만족하는 분위기였는데, 아직 새로운 KG모빌리티의 엠블럼이 선보이지 않아 아쉬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회사를 인수한 지 오래 지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은데, 기존에 쓰던 엠블럼은 하루빨리 새 엠블럼으로 통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KG모빌리티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본다.
고성=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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