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S라인 어때? 아우디 TTS 쿠페

발행일자 | 2009.09.02 14:46

여전히 예쁘지만 더 이상 디자인만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 배기량 2천cc로 265마력을 뿜어내는 강력한 스포츠카 TTS는 빠르고 안정적이고 부드럽다. 아우디가 지향하는 ‘Everyday Sports’를 가장 잘 표현한 모델로 꼽을 만하다. 글/사진 : 박기돈 (RPM9 팀장)

1세대 TT의 키워드가 ‘디자인’이었다면, 2세대 TT의 그것은 앞바퀴 굴림 스포츠카로서의 뛰어난 ‘완성도’다. 거기에 강력한 스포츠카를 표방하는 아우디의 고성능 라인이 더해졌다. 그 주역은 TTS와 TT RS다. 아우디는 그 동안 A4, A6 등의 세단 라인에 고성능 라인을 추가하면서 S4, RS4, S6 등과 같은 방식으로 이름을 지었는데, TT의 경우 TT의 아이덴티티를 더 강조하기 위해 TTS와 TT RS로 이름을 짓게 되었다. 1세대 TT의 경우 S와 RS 모델 대신 3.2 콰트로 모델로 만족해야 했었지만 2세대에는 당당하게 S, RS 라인이 추가된 것이다. 기본형 TT와 TTS, TT RS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엔진이다. TT에는 골프 GTI에 얹힌 2.0 TFSI 200마력 엔진이 얹혔고, TTS는 배기량의 변화 없이 성능을 265마력으로 높인 2.0 TFSI 엔진을 장착하였다. 비록 직분사 터보 엔진이라 하더라도 2리터로 265마력은 상당히 높은 출력을 뽑아내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내구성과 연비 등에서 살짝 부담이 되는 것 같지만, 충분한 실력을 갖춘 럭셔리 엔진일 것으로 보인다. TT RS에는 직렬 5기통 2.5에 직분사 터보 340마력 엔진이 얹힌다. 물론 콰트로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그리고 다시 TTS와 TT RS 모두 쿠페와 로드스터로 나뉜다. 국내에는 아직 TT RS는 들어오지 않았고, TTS 쿠페와 로드스터가 상륙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TTS 쿠페다.


아우디의 S라인이 늘 그렇듯이 TTS도 내 외관을 한층 더 스포티하고 고급스럽게 다듬었다. 물론 더 과격한 느낌의 TT RS도 있긴 하지만 기본형 TT와 TTS 사이의 변화의 폭이 더 크게 느껴진다. 외관에서는 한 눈에 TT와는 격이 다른 존재라는 점을 잘 표현하고 있다. 보다 선명한 인상을 주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안쪽 격자에 크롬을 사용하면서 보다 선명해졌고, 왼쪽에 TTS 배지를 달아 시선을 집중시킨다. 국회의원들이 왜 금 배지에 연연해 하는지 살짝 이해가 되기도 한다. 가슴 위에 달린 번쩍이는 금 배지가 그의 권위를 대변하듯 TTS 배지는 범상치 않은 파워의 소유자라는 것을 소리 없이 전달한다. 좌우 에어 인테이크는 사이즈도 키우고 라디에이터 그릴 아래 쪽을 통해 연결시켜 정면에서 봤을 때 긴 직사각형의 심플한 라인을 만든다.

헤드램프는 안쪽에 삽입된 우아한 크롬 조형물과 아래쪽에 배치한 LED로 인해 아주 매력적인 눈매를 선사한다. 엑센트는 헤드램프를 지나 알루미늄 느낌으로 감싼 사이드 미러로 이어진다. 내장된 LED 방향지시등은 기존 TT의 바디컬러 사이드 미러에 비해 인상이 더욱 선명하다. 아무래도 빨간색이나 파란색 차체와 더 잘 어울린다. 새로운 디자인의 18인치 듀얼 5 스포크 알루미늄 휠 디자인도 상당히 멋지다.

뒷 모습 또한 S라인을 뽐낸다. 짙게 처리한 범퍼 아래 단 좌우에 각각 트윈 파이프를 뽑아내 우람한 모습을 자랑한다. 마냥 예뻤던 1세대 TT에 비해 2세대는 더 커지고 반듯해 졌지만 어딘가 미지근했던 모습이었는데, S라인으로 무장하자 개성 있는 근육질 몸매로 변하면서 충분한 매력을 뿜을 수 있게 되었다.

실내에서는 세부적인 변화 외에 눈에 띄는 차이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계기판을 감싸고 있는 덮개와 도어 트림, 센터 터널 등을 흰색 스티치로 액센트를 준 가죽으로 마감해 훨씬 더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계기판에는 TTS 엠블렘이 장식되고 속도계는 300km/h까지 기록되었다.

스티어링 휠을 감싸고 있는 가죽에도 흰색 스티치가 더해졌고, 아래쪽 스포크에는 역시 TTS 엠블렘이 놓였다. 크기가 작아서 살짝 숨은 듯 보이는 시프트 패들에도 알루미늄을 새로 씌워 스포티한 느낌을 더했다. 시트는 흰색 스티치를 더했을 뿐 아니라 가운데 부분을 알칸타라로 마감해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고, 실제 앉았을 때 몸에 밀착되는 느낌도 훨씬 좋다.

가죽으로 감싼 센터 터널과 그 속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자리 잡은 기어 레버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기어 레버 윗 부분을 크고 화려하게 꾸미면서 맨 위에는 TTS 엠블렘도 넣었다.

오디오는 보스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최고의 사운드를 제공하는 보스 시스템이라면 역시 CD로 음악을 감상해야 제 맛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스 시스템으로도 MP3를 감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MP3가 지원되는 6CD 체인저가 인대시 타입으로 적용되어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면 상당히 편리한 오디오 소스였다. CD 한 장에 MP3 파일이 100곡 이상 들어가니 무려 600여 곡의 음악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세상은 더욱 변했다. 이제는 AUX 단자로도 부족하고 USB/iPod 연결단자가 거의 기본으로 적용된다. 음질 면에서 아직까지 CD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긴 하지만 원가는 높지 않으면서 편의성은 최상이니 앞다투어 장착하고 있다. 아쉽게도 TTS에 USB는 지원되지 않는다. 대신 CD 선택 버튼을 반복해서 누르면 CD와 AUX가 번갈아 가며 선택된다. 그런데 AUX 단자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참을 뒤진 뒤에야 센터터널 뒤쪽 콘솔박스가 위치할 자리에 있는 트레이의 앞쪽 모서리에 별다른 표시도 없이 마련되어 있는 AUX 단자를 발견했다. USB 단자가 없어서 아쉬운 점을 그나마 AUX 단자가 해소해 줄 수 있었다. 괜찮은 MP3 플레이어와 연결하면 보스 오디오 시스템이 그 이상의 멋진 사운드를 선사해 준다.

TTS 쿠페의 뒷좌석은 어른이 타기에는 부족하지만 가끔 아이라도 태워야 할 땐 유용하다. 그런데 뒷좌석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트를 앞으로 접은 후 시트 전체를 앞으로 밀어야 하는데 등받이를 접는 것은 어깨 부분의 레버를 당기면서 쉽게 접을 수 있는데, 앞으로 밀려면 시트 전동 조절 스위치를 이용해야 하는 점은 불편하다. 뒷좌석의 등받이를 눕히면 해치를 열었을 때 상당한 부피의 화물공간이 확보된다.

TTS의 편의 장비 리스트에 스마트 키 시스템이 없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 특히 아우디의 승용차들에 적용되어 있는 엔진 스타트 버튼이 상당히 멋진 것을 감안하면, 그리고 버튼을 눌러서 시동을 거는 방식이 스포츠카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보면 더욱 아쉽다.

엔진은 앞서 말한 것처럼 4기통 2리터 직분사 터보로 골프 GTI 엔진과 기본이 같지만 부스트 압력을 2.2바까지 높여 최고출력이 265마력/6,000rpm에 이른다. 최대토크는 35.7kg.m/2,500~5,000rpm이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온도와 압력에 잘 견딜 수 있도록 헤드와 피스톤, 엔진 블록 등 많은 부분을 새롭게 개선했다.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 방식의 6단 S-트로닉으로 빠르고 매끄러운 변속을 자랑한다. 시트에 앉으면 벌써 첫 느낌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긴장감이 느껴진다. 기본 TT와 같은 D컷 타입 스티어링 휠이지만 여기 저기 더해진 TTS의 터치가 그런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시동을 걸면 기존 TT나 골프 GTI와는 다른 울림이 깨어난다. 숨소리도 살짝 더 거칠다. 더 화려해진 기어 레버를 옮기면서 기대는 극에 달한다. 하지만 기대가 커서일까? 엑셀을 강하게 밟았을 때 초반 약간 더딘 반응이 의외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새 폭발적인 파워가 등을 떠민다. 이 때부터는 순식간에 여러 번 기어가 바뀌고 가속이 제한되는 최고속도까지 거침없이 달려 간다.

변속은 50, 80, 120, 160, 그리고 210km/h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회전수가 다시 6,000rpm에 육박하면 250km/h를 기록하고 가속이 제한된다. 가속이 상당히 빠르다. 제원상 0~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5.2초다. 그런데 몸으로 느끼는 것은 5.2초에 못 미치는 듯하다. 모든 것이 부드러워서일까? 아니면 TTS보다 더 과격한 TT RS라는 존재가 더 있다는 것을 의식해서 일까? 좀 더 구제적으로는 강력한 부스트가 걸리기 전인 출발 초반 약간의 지체로 인한 것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실제 TTS가 무척 빠르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힘에 여유가 있다 보니 4단이나 5단으로 주행 중 재가속할 때도 가속에 힘이 넘친다. 이 정도라면 최고의 스포츠카로 손꼽히는 포르쉐 박스터 S와도 겨루어 볼 만하다. 그러고 보니 최고출력이 박스터 S가 310마력으로 더 높고, 몸무게가 더 가벼운데도 0~100km/h 가속에는 똑같이 5.2초가 걸린다. 기어 변속 포인트에서 볼 수 있듯이 TTS가 최고속을 희생하면서 가속 위주로 기어를 세팅한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주행의 느낌 면에서는 박스터 S와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난다. TTS는 기본형 TT에 비해 하체가 살짝 더 단단해졌다. 그로 인해 코너링 및 고속에서의 안정성이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박스터 S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드럽고 편안하다. 스포츠카가 가져야 할 긴장감 면에서 박스터에는 미치지 못한다. 안정감에서는 아우디 특유의 콰트로 시스템으로 인해 다양한 조건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박스터와 비교해 보면 TTS가 지향하는 바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보다 부드럽게, 보다 편안하게 고성능을 즐기는 쪽이 TTS다. 거기다 전천후 주행 능력을 갖춘 콰트로는 TTS의 특별한 매력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바로 이 멋진 고성능 스포츠카가 배기량 2천cc의 작은 엔진을 얹고 있다는 점이다. 배기량이 낮은 것은 국내에서는 더욱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4기통 2천cc 엔진으로 이처럼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 차가 있었던가? 대충 혼다 S2000과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정도가 떠오른다. 2리터 자연 흡기 엔진의 최고봉, 295마력을 뿜어내는 랠리의 화신, 이처럼 두 모델 모두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많은 팬들을 거느린 스타들이다. 아우디 TTS는 이들과 견줄만한 강력한 성능에 여러 방면에서 뛰어나 완성도를 자랑한다. 기어 레버 아래쪽에 배열된 버튼들 중 왼쪽의 감쇠력 조절 버튼을 누르면 서스펜션이 노멀과 스포츠 모드로 전환되면서 아우디 마그네틱 라이드에 의해 감쇠력을 조절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가 되면 조금 더 단단해 지는 하체를 느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아우디의 마그네틱 라이드는 일상 주행에서 작은 충격도 잘 흡수해 주면서 고속주행과 코너링에서는 뛰어난 접지력과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도록 해 주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안락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점들이 매일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아우디의 성격을 잘 표현해 준다.

TTS를 제대로 즐기려면 시프트 패들을 사용하면서 와인딩을 달려보면 된다. 매끄럽게 회전수를 매칭시키면서 순식간에 기어를 내려주므로 코너 진입은 늘 흥분된다. 강력한 파워로 밀면서 코너를 탈출하기 시작하면 상황에 따라 약하게 언더스티어가 나긴 하지만 무리하지 않고도 빠르고 매끄럽게 코너를 탈출할 수 있다. 페달 조작을 통해 하중 이동을 적절히 활용하면 오버 스티어도 살짝 씩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미끄러짐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므로 크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안전을 위해서 ESP는 끄지 않는 게 좋다. 2세대 TT는 보다 안정적인 달리기를 선보이며 완성도 높은 스포츠 쿠페로 자리매김 했지만, 이전만큼 예쁘지 않은 외모에 골프 GTI와 유사한 달리기 성능은 높은 가격을 설명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TTS는 더욱 멋스럽게 다듬은 디자인에 강력하고도 안정적인 달리기 실력이 더해져 한 층 더 높아진 경쟁력을 갖추었다. 여러 모로 매력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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