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게 4,400만 원, 포드 뉴 토러스

발행일자 | 2010.04.04 22:45

크기와 편의장비 눈에 띄는 4400만원 수입차

선입견을 버리고 보면 포드 토러스는 괜찮은 차다. 이 가격에 이만한 덩치와 편의 장비가 없다. 두 가지 모두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요소 아닌가. 덩치나 편의 장비가 갖는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 이 많은 걸 갖췄음에도 가격은 4,400만 원에 불과하다. 끌리지 않을 수 없다.

글 /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사진 / 박기돈 (rpm9.com 팀장 / 기자 트위터)

편집,동영상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이 모든 게 4,400만 원, 포드 뉴 토러스

토러스는 포드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포드의 대표 차종으로 트럭에 F 시리즈가 있다면 승용차는 토러스이다. 토러스라는 이름은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어 북미의 포드 중에서는 4번째로 장수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1985년 데뷔 이후 2007년까지 누적 생산은 751만대로 F-150과 에스코트, 모델 T, 머스탱에 이어 5번째로 많은 것이다.

사람이나 자동차나 무병장수가 꿈이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토러스는 데뷔 이후 90년대 중반까지는 매우 잘 나갔고 그 기세는 계속 이어졌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 5년 연속으로 승용차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랐고 90년대 말까지도 캠리, 어코드와 함께 1위를 놓고 치열하게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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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는 판매가 급감했고 2006년에는 토러스가 단종되기까지 했다. 후속으로 파이브 헌드레드가 나왔지만 이 역시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포드는 회사가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자 2008년 다시 토러스라는 이름을 되살렸다. 역시 구관이 명관인 셈이다. 작년에 국내에 선보인 뉴 토러스는 6세대이다. 6세대에는 다시 SHO 버전이 부활했고 국내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신차를 보면 회사 상태를 알 수 있는데, 바로 토러스가 그렇다. 신형 토러스는 포드의 상태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이다. 미국 회사 중에서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살아남은 회사가 바로 포드다. 살아남기만 한 게 아니라 지금 가장 잘 나간다. 거기다 토요타가 리콜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회사도 포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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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찍이 새 파워트레인을 개발했다. 에코부스트로 대변되는 포드의 새 엔진은 경쟁력이 상당하다. 북미 최초로 선보이는 건식 듀얼 클러치도 마찬가지다. 토러스는 동급에서 가장 풍부한 편의 장비를 제공하는데, 이는 파산 직전에서 살아난 피아트의 행보와도 비슷하다.

스타일링만 봐도 당당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역대 토러스는 가장 대중적인 미국차답게 무난한 스타일링을 지향했다. 온통 둥글둥글해 전위적이기까지 했던 3세대는 예외이다. 지금의 토러스는 정제된 스타일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속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또 역대 토러스 중에서는 가장 하이테크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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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러스를 꼼꼼히 뜯어보면 공 들인 모습이 역력하다. 리어 펜더의 캐릭터 라인이 한 예로, 각도에 따라서는 강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벨트 라인이 높은 것은 전통적인 미국차의 분위기가 강하다. 내부적으로 유럽의 드라이빙 감각을 가미한 것과는 다르다. 프런트 펜더의 벤트도 스포티한 면을 위한 설정인데 장식인 게 너무 티가 난다. 물론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프런트 펜더의 벤트는 막혀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국내에서 인기가 좋았던 파이브 헌드레드는 가격 대비 덩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토러스도 마찬가지다.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5,154×1,936×1,542mm로, 그 크다던 파이브 헌드레드에서 길이는 29mm, 전폭은 41mm가 더 늘어났다. 이 정도면 어느 회사의 기함과 붙어도 밀리지 않는 떡대이다. 다른 회사의 기함과 사이즈를 비교해 보면 이렇다.

토러스 - 5,154×1,936×1,542mm, 2,867mm

300C - 5,015×1,880×1,500mm, 3,050mm

S 클래스 - 5,225×1,870×1,480mm, 3,165mm

7 시리즈 - 5,212×1,902×1,479mm, 3,210mm

에쿠스 - 5,160×1,900×1,495mm, 3,04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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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전반적인 사이즈는 기함급이다. 전장에 비해 휠베이스가 짧은 것은 S80에 쓰이는 EUCD 플랫폼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전장과 전폭은 커졌지만 전고는 33mm 낮아졌기 때문에 얼핏 보면 커진 사이즈가 실감이 안 날 수 있다. 하지만 측면을 본다면 장중한 모습이 피부로 와 닿는다. 큰 차를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에게는 능히 먹힐 만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시승차는 4,400만원짜리 리미티드라서 휠도 19인치가 기본인데, 차체 때문에 그리 커보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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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도 기대 이상이다. 적어도 사진빨로는 보이지 않는다. 트윈 콕핏으로 불리는 대시보드 디자인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으며 소재의 질도 구형보다 두드러지게 좋아졌다. 실내의 마무리도 좋아진 것은 물론이고 작년 시승회 때 탔던 것보다도 좋게 느껴진다. 같은 차인데 실내 마무리가 다르게 느껴지는 건 이채로운 일이다. 센터 플로어의 플라스틱이 조금 삐져나온 것은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완만한 각도를 그리는 센터페시아 때문에 시트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내려다보는 시야가 된다. 센터페시아에는 모니터와 공조 장치, 오디오가 집중돼 있고 사용법도 간단하다. 포드가 자랑하는 싱크는 한글이 지원되지 않고 본토에서 누릴 수 있는 몇몇 기능들이 빠진 게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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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에는 실시간으로 뉴스가 업데이트 되는 TPEG 기능이 내장돼 있으며 직접 과속 카메라의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도 있다. 트렁크 열림 버튼이 동반자석쪽 대시보드에 있는 건 조금 쌩뚱 맞다.

가죽 시트는 비교적 포근하지만 토러스가 미국차인 것을 감안하면 탄탄한 감각이 가미됐다. 시트는 토러스의 경쟁력 중 하나인데, 우선 모든 조절이 전동이고 3단계로 냉방 기능까지 있다. 냉방 기능은 구슬(?)에 땀 차는 여름철이 되면 그 효용성이 발휘된다. 그리고 마사지 기능도 있으니 시트는 완전 풀 옵션인 셈이다. 시트의 마사지는 방석과 등받이를 별도로 작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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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스티어링 휠에는 ACC와 오디오, 음성 인식 등의 버튼이 마련돼 있다. 어지간한 기능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특히 음성 인식은 콩글리시 발음도 인식할 만큼 성능이 좋다. 4스포크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은 가죽의 그립이 좋지만 우드 부분에서는 림의 두께가 얇아져 처음엔 약간의 위화감도 느낀다. 컵홀더는 앞좌석에만 5개가 마련된다.

전장이 5m가 넘는 것을 생각하면 2열이 넓다고는 할 수 없다. 국산차의 넓은 2열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2열이 좁은 것은 아니지만 차체 사이즈에 비해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전고가 낮아지면서 2열의 헤드룸도 조금 손해를 봤다. 600리터에 달하는 트렁크는 파이브 헌드레드 보다 수치가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엄청나게 큰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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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토러스에는 하나의 엔진만 올라간다. 보통 2가지 이상의 엔진을 마련하는 것과는 다르다. SHO 모델이 따로 나오긴 하지만 일반 토러스에서는 V6 3.5리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이 엔진은 링컨 MKZ에 탑재되는 것으로 리터당 출력을 보더라도 글로벌 기준의 평균 이상은 된다.

시동을 걸면 계기판의 모든 게이지가 끝까지 튕겨 올랐다가 사뿐히 원위치 된다. 시동을 걸면서부터 눈도 즐거운데, 아이들링 시 정숙성도 상당히 좋다. 귀를 기울여야 엔진 소리가 들릴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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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차체와 1.9톤에 이르는 중량을 생각하면 3.5리터가 부족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예상 보다는 훨씬 가뿐한 움직임을 보인다. 저속 토크가 좋아 가볍게 차가 움직인다. 미국차는 성능에 대한 수치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데, 토러스의 외지 기록을 보면 0→100km/h 가속 시간은 7초대이다. 엔진과 차체 사이즈를 고려하면 순발력도 나쁘지 않다.

전반적인 가속력은 좋지만 발진 시 토크 스티어가 나타나는 건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앞바퀴굴림차에 흔히 보는 것이지만 가속 중에도 나타나는 건 많지 않은 일이다. 이는 알티마와도 비슷한데 토러스 쪽이 좀 더 심하다. 가속을 하면서 운전대로 좌우의 흔들림이 전해지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불안하게 느낄 수도 있다. 물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될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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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 자동은 대단히 작동이 부드러워, 변속 시 충격이 거의 없다. 정차 시 P-R-N-D을 오갈 때도 마찬가지다. 토러스의 승차감을 높여주는 부분 중 하나이다. 거기다 시프트 패들도 마련돼 변속기의 수동 조작도 가능하다. 시프트 패들은 이전의 7시리즈와 비슷한 방식으로, 좌우 패들 하나만으로 시프트 업과 다운을 할 수 있다. 다른 차와의 차이점은 반드시 기어 레버를 수동 모드에 놓은 담에야 패들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동 모드에서는 레드존에 도달해도 자동으로 시프트 업이 되지 않는다.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하체이다. 요즘은 미국차도 단단한 감각이 많이 가미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토러스이다. 굳이 구분을 한다면 컴포트에 가깝다고 하겠지만 이전처럼 자잘한 롤이 많이 사라졌다. 승차감은 전적으로 개인 취향이겠지만 토러스는 구형보다 확실히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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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가 달라지면서 핸들링 성능도 좋아지는 건 당연하다. 토러스는 의외로 언더스티어가 없고 코너의 정점에서는 의외로 머리가 안쪽을 향한다. 코너에서의 빠름을 논하기 보다는 자세의 안정감이라는 측면에서 진일보 했다고 볼 수 있다. 조향 시 앞뒤의 거동이 의외로 일체감이 있다. 스티어링 기어비를 약간만 줄였으면 핸들링 더 좋았을 것이다.

브레이크도 큰 차체를 멈추기에 충분한 용량이다. 180km/h 내외의 속도에서 연속 제동해도 페이드의 발생이 크지 않다. 급제동 두 번 만에 패드의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진 링컨 MKS 보다는 토러스가 훨씬 좋다. 제동 시 좌우 밸런스도 훌륭하다.

CWBS 작동영상

편의 장비 중에서는 ACC(Adaptive Cruise Control)가 가장 돋보인다. 비록 완전히 멈출 때까지 작동하는 3세대는 아니지만 토러스의 가격을 생각하면 ACC는 그야말로 호화 장비이자 보너스이다. ACC를 사용하면 신호등이 없는 고속도로나 간선도로에서 상당히 편리하다. 속도가 30km/h 이상만 유지된다면 두 발은 편히 쉴 수 있다. 차간 거리에 맞춰 알아서 제동하고 가속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충돌을 경고해 주는 CWBS(Collision Warning with Brake Support)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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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토러스는 다른 회사의 기함급 덩치에 풍부한 편의 장비를 갖췄다. 차체 사이즈와 냉방 시트, ACC만으로도 토러스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이 모든 걸 4,400만원으로 소유할 수 있다. 4,400만원은 차에 따라서 비싸게도 혹은 저렴하게도 느낄 수 있는데 토러스는 후자라고 할 수 있다. 토러스는 기본형(3,800만원)과 리미티드(4,400만원) 두 가지로 나오는데 편의 장비를 생각하면 리미티드를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기본형은 18인치 휠에 ACC와 내비게이션 등의 장비가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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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드 뉴 토러스 시승기 고화질 사진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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