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이슈, 자율주행자동차… 우리의 과제는?

발행일자 | 2013.11.04 16:55
▲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자동차공학회, 자동차부품연구원이 주관한 '2013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가 10월11일,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에서 개최됐다.
<▲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자동차공학회, 자동차부품연구원이 주관한 '2013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가 10월11일,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에서 개최됐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자나 승객이 탄 상태에서 자동으로 운전을 대신하는 차량을 말한다. 군사작전이나 인명구조 등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람이 타지 않은 채 스스로 달리는 무인자동차(Unmanned Ground Vehicle)와 구별된다.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타기 때문에 안전과 편의가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반면 무인차는 임무 완수가 최대 목적이다. 설계 및 제조 철학이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둘 사이의 구분이 필요하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무인 자율주행자동차`와 같이 무인차와 자율주행자동차를 함께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율주행차를 의미하는 영문 명칭은 통일돼 있지 않다. Autonomous Driving Vehicle, Driverless Car, Self-Driving Car, Automated Car 등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선 `Autonomous Driving Vehicle`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추세다.

자율주행차를 이야기하는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1983년 미국에서 제작된 드라마 `전격Z작전(원제 나이트 라이더)`이다. 주인공과 말을 주고받으며 알아서 운전을 하는 차 `키트`는 그 시절을 살아온 많은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아직도 우상처럼 남아있다. 그만큼 스스로 움직이는 차는 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요 살아서는 만나볼 수 없는 먼 미래의 일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그러나 늘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자율주행차에서 이 같은 계기가 된 것은 미국 국방성에서 고등 군사기술을 연구하는 `다르파(DARPA)`라는 기관이 주최한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라는 대회다. 2004년 미국 모하비 사막에서 처음 열린 이 자율주행차 대회는 240㎞를 완주한 차량이 하나도 없어 오히려 명성을 얻었다. 2007년에는 이 대회가 도심(다르파 어번 챌린지)에서 열렸는데, 여기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카네기멜론대와 스탠포드대 인력이 2010년부터 구글카를 개발하는데 영입되면서 기념비적인 대회로 기억되고 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이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팀의 리더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바로 버지니아 공대에서 로봇을 연구하는 데니스 홍 교수다. 그는 학부 학생을 이끌고 `빅터 탱고`라는 팀으로 첫 출전해 3위를 차지하면서 상금 50만달러를 받았다.

2014년이나 혹은 2016년 어느 날 우리나라 어느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책을 보고 있는 차를 발견하더라도 그리 놀랄 필요는 없다. 아마도 그것은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자율주행차일 가능성이 높다. 외국에선 이미 이 같은 일이 있었다. 구글은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조한 `구글카`로 올 3월까지 50만마일(약 80만㎞) 주행 기록을 남겼다. 주로 정밀한 도로 데이터가 확보된 미국 서부지역 고속도로와 시내도로를 달렸다.

▲ 201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디터 제체 다임러 회장이 자율주행차인 메르세데스-벤츠 S 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를 소개하고 있다.
<▲ 201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디터 제체 다임러 회장이 자율주행차인 메르세데스-벤츠 S 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다임러는 메르세데스-벤츠 `S 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가 독일에서 100㎞ 시범주행을 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GM, 아우디, 도요타, 볼보, 폴크스바겐, 보쉬, 콘티넨탈, TRW 등 사실상 모든 자동차 관련 대기업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현대기아차가 비밀리에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대차와 산업부가 격년으로 자율주행 경진대회를 개최해 기술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 자율주행기술 투자를 크게 늘릴 예정이다.

기술적으로 자율주행차는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자율주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차량이 `센싱 및 인식-판단-제어` 3단계를 잘 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방에 사람이 나타난다면 자동차가 이것을 사람으로 인식하고 정지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후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야 한다. 여기서 어려운 것이 1단계인 센싱과 2단계인 판단이다. 자율주행차는 마치 사람이 주위를 살피는 것처럼 각종 장애물이나 차량, 차선, 신호등, 도로표지판 등을 인식하기 위해 초음파와 레이더, 카메라, GPS 등 다양한 센서를 활용한다. 말할 것도 없이 정확한 센서 기술없이 자율주행차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보다 정확한 외부 정보 파악을 위해 최근에는 카메라와 레이더, 레이더와 초음파를 함께 사용하는 등 `센서 퓨전` 기술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센서 원천기술이 매우 취약해 적극적인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다. 2단계인 `판단`은 결국 소프트웨어가 해내야 하는데, 우리나라가 열세인 대표 분야다. 결국 센서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경쟁력이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를 만들어 내더라도 이 차가 도로를 실제로 달리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사고 시 책임소재를 가리는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하고 보험이나 도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무엇보다 자율주행차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수용하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승환의 노래 `사랑하나요`에 이런 가사가 있다. `언제부터 사랑이었는지 알아채는 요령 없나요? 그 어떤 맘이 변해서 사랑하게 되는지 나만 훔쳐보고 싶은데.` 어떤 중요한 일이란 항상 일어나고 한참 후에야 깨닫게 되는 법이다. 혁신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을 할 수 있다. 만약 기술 혁신이 일어나는 과정을 훔쳐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지금 자동차 산업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된다. 많은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율주행차가 눈앞에 나타나고서도 한참 후에야 2010년대가 자동차 산업에서 진정한 혁신이 일어난 시기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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