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자동차 산업 정책 놓고 부처간 갈등①

발행일자 | 2013.11.06 13:32

자동차 정책 교통정리 필요

자동차 산업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자동차가 가진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자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지만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싹도 틔워보기 전에 질식할 위기에 처했다. 산업을 육성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기 위해 중복되는 정부 부처 역할과 정책을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  (전자신문 인포그래픽=김은경 기자)
<▲  (전자신문 인포그래픽=김은경 기자)>

◇튜닝산업 육성, 시작부터 `삐걱`

우리나라 자동차 튜닝산업 규모는 연간 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미국(35조원)은 물론이고 독일(23조원), 일본(14조원)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걸음마 수준이다. 이는 자동차 개조를 불법 행위로 보고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편 탓이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도 된다. 음성화된 튜닝산업을 제대로 키우면 2020년 4조원대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자동차 산업의 저변 확대와 부품 업체 육성이라는 부수적 효과도 크다.

이 같은 인식 하에 정부는 튜닝산업을 적극 육성하기로 하고 관련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임무를 맡겼다. 두 부처는 지난 5월 무역투자활성화회의에서 튜닝산업을 공동 육성키로 하는 등 협력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내 갈등과 반목을 거듭했다.

국토부가 8월 1일 `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종합대책`을 독자적으로 발표하면서 두 부처 간 갈등이 표면화됐다. 그 이전까지 진행됐던 사전 협의가 백지화된 셈이다. 이에 산업부는 9월 11일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KATIA) 설립인가를 먼저 내주며 맞불을 놨다. 국토부 역시 지난달 24일 한국자동차튜닝협회(KATO) 설립을 허가하며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국토부가 산업부의 협회설립 인가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양측 대립은 평행선을 달렸다. 지난주 기획재정부가 조정에 나서 협회 활동이 겹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면서 두 부처 갈등이 봉합 양상을 보였지만 약속이 잘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

튜닝산업을 둘러싼 국토부와 산업부의 갈등은 `규제와 육성`이라는 해묵은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규제 부처와 육성 부처 중 어느 곳에서 산업을 담당해야 하느냐는 문제다. 국토부는 자동차관리법상 구조·장치 변경이 고유 영역임을 내세워 튜닝산업을 국토부가 관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산업부는 튜닝부품 기술 개발과 산업기반 조성, 투자 활성화 등이 산업부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고유의 역할을 인정해 튜닝산업을 각자 지원하기로 했지만 정책 중복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 (전자신문 인포그래픽=김은경 기자)
<▲ (전자신문 인포그래픽=김은경 기자)>

◇튜닝은 일부일 뿐… 웨이브 주파수 등 스마트카·친환경차 시대 부처 간 중복 많아질 것

튜닝산업 육성은 자동차 산업에서 부처가 중복되며 발생하는 수많은 갈등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자동차와 IT 및 전기·전자 기술 융합이 극대화되는 스마트카 및 친환경차 시대가 열리면서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고서는 산업 육성이 힘든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웨이브 주파수다. 웨이브(WAVE:Wireless Access in Vehicular Environment) 주파수는 지능형교통시스템(ITS)에 사용되는 것으로 차와 차(V2V:Vehicle to Vehicle), 차와 도로변 인프라(V2I) 간 통신을 함으로써 돌발 상황에 대처, 교통사고를 `제로화`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차가 가진 능력만으로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완벽히 차단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와의 적극적 통신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획득,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이 기술은 최근 각광받는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에도 필수적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선 오래 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고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웨이브 주파수 관련 시장 규모는 2015년 11조원, 2018년 35조원, 2020년 5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도 2020년엔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이를 잘 인식하고 기술 개발에 나섰다. 2011년 `국가 ITS 기본계획 2020`이 수립돼 자동차통신(V2X)을 기반으로 ITS가 구축되고 있다. 문제는 ITS의 핵심인 웨이브 주파수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표준 웨이브 주파수(5.850~5.925㎓)가 방송사 이동중계방송용으로 사용되고 있어 도로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주파수를 사용하는 이동중계방송 장비는 70대 내외로, 교체 비용은 최대 2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억원의 교체 비용이 3조원대 규모의 시장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2009년 방송통신위원회(현 미래창조과학부)에 웨이브 주파수 분배를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래부가 업무를 이어받아 분배를 추진하고 있으나 해를 넘길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전기차 충전 방식 표준을 두고 산업부와 환경부가 대립하면서 전기차 산업이 성장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에선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일본의 차데모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DC콤보 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차데모 방식의 유지를 원하고, BMW 등 해외 업체들은 DC콤보 방식이 한국 표준이 되길 원한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업체도 해외 진출시에는 DC콤보 방식이 필요하니 내수용과 수출용에 따로 대응할 필요없이 이 참에 표준을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과, 외산차도 국내에 들어올 때는 한국 표준에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대립하는 셈이다.

환경부는 전기차 보급 확산을 위해 외국차들이 채택하고 있는 DC콤보 방식으로 통일을 밀고, 표준을 담당하는 산업부 기술표준원은 한국전력의 전력선통신(PLC)과 DC콤보 간 통신간섭 문제 때문에 당장 DC콤보를 받아들이기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부처 간 갈등을 예방하고 조정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컨트롤타워의 가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IT와 전기·전자 등과 결합한 융합산업으로 발전해가면서 기존에 정해놓은 정부 부처 틀로는 감당할 수 없는 사례가 빈번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부처의 한계를 넘어선 통합 지원이 있어야 미래 스마트카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자동차 기술이 스마트카를 중심으로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기존 법제도와 부처간 영역 다툼으로는 지원은커녕 성장을 방해하기만 할 뿐”이라며 “정부내 컨트롤타워 신설이나 민간 위원회 운영 등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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