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구글과 차세대 스마트카 개발에서 협력한다. 무인자동차 등 스마트카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 구글과 자동차 부품·솔루션 사업을 확대 중인 LG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관측이다. 글로벌 IT업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대표기업이 새로운 자동차 개발에서 손잡은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달 초 구글에 전기차용 급속충전기 4대를 공급했다. 국내 업체가 구글에 자동차 관련 기자재를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은 미국 전역에 있는 400여개 사옥에 전기차용 충전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LG가 공급한 급속충전기는 여기에 사용되며 향후 개발될 무인자동차 개발 적용 여부도 테스트 받는다.
구글은 스마트폰과 TV에서 오랜 협력자인 LG전자를 통해 관련 기술을 자문했고 LG전자는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소싱해 구글에 공급했다. LG전자는 또 급속충전기를 구글에 추가 공급하기 위해 UL 인증 확보에도 착수했다.
LG전자는 구글과 차세대 자동차 분야 협력을 위한 회의도 수차례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LG 관계자는 “구글은 운용체계(OS)와 소프트웨어 부문을, LG전자는 하드웨어와 엔지니어링에서 차세대 자동차 개발 협력을 진행한다”며 “각사 역할과 범위 등의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구글이 구글 맵스(Google Maps),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센서처리 등 무인 운행소프트웨어 기술을 주도하고 LG전자는 자동차 전장부품과 엔지니어링 등의 하드웨어 기술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LG 관계자는 “조만간 구글에서 무인차 개발 관련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LG 이외 어떤 회사가 파트너로 참여하는 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글은 차세대 스마트카 사업에 관심이 많다. 스마트폰과 TV 등에서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여러 파트너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들은 구글의 영토 확장에 부정적 인식이 많다. 이 때문에 기존 자동차 생태계에서는 구글이 견제를 받는 구조다. 여기에 구글이 추진하는 자동차는 기존 차와 다른 새로운 컨셉트를 지향한다. 이 때문에 IT에서 오랜 협력관계면서 자동차 부품사업을 새로 추진하는 LG전자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LG전자는 기존 자동차 제조사를 대상으로 부품 공급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구글과의 기술협력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LG는 구글과의 협력을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시키는 데도 관심이 높다. LG그룹은 LG전자(차 부품, 엔지니어링) 이외에 LG화학, LG이노텍, LG CNS, LG하이스시 등이 모두 자동차 부품·솔루션 부문을 신성장 사업으로 밀고 있다. 업계에서 `LG가 엔진과 완성차 이외 모든 자동차 산업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차세대 카는 완성형이 아니라 아직까지는 큰 틀에서 기술을 확보해 나가는 단계로 보인다”며 “LG가 단순한 부품공급 업체가 아니라 공동 개발의 핵심 파트너로 위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구글은 도요타 하이브리드 전기차인 `프리우스`를 기반으로 2012년 무인차 주행 테스트를 시작해 최근 48만㎞ 무사고 주행에 성공했다. 2018년까지 완성된 형태의 무인차 시스템까지 선보인다는 계획으로 여러 요소기술 개발과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종석 기자·박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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