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내성적인 보스’(1-1) 세상의 극소심한 사람들 중에서

발행일자 | 2017.01.17 14:01

송현욱 연출, 주화미 극본의 tvN 월화드라마 ‘내성적인 보스’가 첫 방송을 시작했다. 베일에 싸인 유령으로 불리는 극도로 내성적인 보스 은환기(연우진 분)와 초강력 친화력의 신입사원 채로운(박혜수 분)이 펼치는 소통 로맨스로, 강렬한 인상을 주며 첫 방송을 시작했다.

◇ 홍보 계획 프레젠테이션 자체가 하나의 쇼이자 광고처럼 시작

‘내성적인 보스’는 초대형 오페라 홍보 경쟁 프레젠테이션의 리허설과 시연으로 시작했다. 홍보 계획 프레젠테이션 자체가 하나의 쇼이자 광고처럼 연출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내성적인 보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내성적인 보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드라마, 연작 시리즈 영화의 첫 시작은 크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전제적인 이야기 전개를 위해 배경 서사를 깔고 시작하거나,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 강렬하고 자극적으로 어필한다.

‘내성적인 보스’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처음부터 시선을 끌어 관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도인데 일단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드라마에 대한 관련기사는 방송이 시작되면서부터 방송 시간 내내 계속 게재되는데, 첫 회 방송이 끝나기 전에 화제가 될만한 기사를 포털에 장식하는 효과를 이뤘다.

‘내성적인 보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내성적인 보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오페라의 유령’ 콘셉트 차용해 오페라와 뮤지컬을 교차하며 화려한 미장센을 만들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오페라의 유령’은 제목과는 다르게 뮤지컬로 더욱 유명하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뮤지컬보다는 오페라가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친숙한 분야이기 때문에 판타지를 형성하기에 도움이 됐고, 채로운이 ‘오페라의 유령’의 단역 배우 출신이라는 점도 연결고리를 하나 더 추가했다.

‘내성적인 보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내성적인 보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첫 방송에서 그 자체가 한 편의 광고 같은 프레젠테이션은 오페라 홍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뮤지컬 무대 같은 흐름을 보여줬는데, 두세 가지를 엮어 화려하게 시작한 ‘내성적인 보스’는 언제든 화려한 미장센을 펼칠 수 있는 근거와 분위기를 첫 방송부터 만들었다.

◇ 은환기, 내성적인 보스 캐릭터 효율적 어필

홍보회사 브레인의 대표 은환기는 마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처럼 등장하고 행동한다.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 콤플렉스가 외모라면, ‘내성적인 보스’의 은환기 콤플렉스는 극소심, 극내성적인 면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 콘셉트 차용해 은환기의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빠른 시간 내에 전달한 점은 주목된다.

‘내성적인 보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내성적인 보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내성적인 보스’는 빠른 전개와 화려한 미장센으로 시청자들의 시선 끌기에 일단 성공했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보스를 확실히 캐릭터라이징 했다. 친구이자 공동대표인 강우일(윤박 분)과 보스 은환기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대비해 은환기를 각인했다.

비서 김교리(전효성 분)가 대하는 행동 또한 은환기의 캐릭터를 도드라지게 만든다. 은환기는 연필을 직접 칼로 깎아 사용하는데, 이런 보스가 펼칠 로맨스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내성적인 보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내성적인 보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재벌은 아니어도 이 세상에는 극소심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강남역, 홍대 인근, 명동, 대학로 등의 거리에서는 민망해서 걷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 내게 말 걸어올까 봐 두렵다.

자신이 그렇지 않고 가까운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없다면, 설마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외국어를 못하는 사람이 외국에 처음 나가거나 외국인을 처음 만났을 때 ‘내성적인 보스’의 은환기 이상으로 소심해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내성적인 보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내성적인 보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재벌이라는 것만 빼면 은환기는 현실에 존재하는 실질적인 캐릭터이다. 물론 일반적인 다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보스라는 판타지를 넣어 ‘내성적인 보스’에서 소심 캐릭터를 드라마적으로 완성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렇지만 은환기 캐릭터에 대한 개연성 인정 여부는 각각의 시청자 관점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

첫 방송에서 보스는 실제로 중요한 아이디어를 내고 결정하는 것은 직접 했다. 상투적인 기존의 마케팅 방법이 아닌 실질적인 보스의 마케팅 방법은 돋보였는데, 비현실적인 캐릭터의 무척 현실적인 마케팅 방법이기에 더욱 그렇다.

‘내성적인 보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내성적인 보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보스는 이론이 아닌 실질적인 눈높이에 맞춘다는 것을 보여줬다. 보스가 이런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이유와 개연성은 무척 소심한 캐릭터로 설정됐기 때문이고, 자연스럽게 객관적인 시야를 유지해 눈높이를 맞추게 된 것이다.

보스 은환기는 조언자를 만날 용기와 겸손, 노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모습을 정확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화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인데, 보통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변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가 쏠쏠한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스가 꽃을 전달한다는 것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노력이면서도 실제 마음이 움직일 것이라는, 미래에는 본심의 행동이 재연될 것이라는 암시일 수도 있다. 헤어숍은 민망해서 가지 못하지만 동생 은이수(공승연 분)에게는 머리 손질을 맡기는 보스의 모습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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