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내성적인 보스’ 제4화의 제목은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이다. 은환기(연우진 분)는 은둔의 극소심한 리더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격렬한 춤을 추고, 혼자 하는 스쿼트는 수준급이다.
‘내성적인 보스’ 제4화는 은환기의 변신을 보여주기 전, 은환기의 다른 면모를 미리 알려준다. 과정에 대한 공감과 함께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가능성과 개연성을 부여한 것인데, 이런 섬세함은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따라가는 재미를 높인다.
◇ 등장인물 간의 밀당, 드라마와 시청자의 밀당
‘내성적인 보스’에서 은환기(연우진 분)와 시청자들은 은환기의 캐릭터에 대해 알고 다른 등장인물들, 특히 사내 벤처 사일런트 몬스터 팀원을 비롯한 회사 사람들은 은환기가 내성적이고 극소심하다는 것을 모른다. 오히려 은둔의 갑질 리더로 오해하고 있다.
‘내성적인 보스’처럼 드라마는 이렇게 시청자와 등장인물 사이에 알고 있는 진도의 차이를 잘 활용하면 쏠쏠한 재미와 참여의식을 부여하게 되고, 시청자들의 몰입과 감정이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드라마는 등장인물 간에 갈등과 밀당만 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와 시청자들 간에도 밀당을 한다. 암시와 복선을 통해 반전을 어떻게 줄 것인가에 대한 과정 속에 제1차적인 밀당을 하기도 하고, 서로 아는 것에 대한 진도의 차이를 이용해 때론 시청자들을 같은 편에 서서 밀당하게 만드는 제2차적인 밀당을 하기도 한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드라마 속 숨은 내용을 알아내는 과정에서의 호기심과 궁금함뿐만 아니라, 특정 등장인물과 시청자들만 알고 있다는 연대의식도 드라마에 밀착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인데, ‘내성적인 보스’는 초반부터 이런 면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 은둔의 리더는 은둔의 키다리 아저씨였다
로운이 자신을 망가뜨리기 위해 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환기는, 그 과정 속에서 로운이 상처받을 것이라는 것을 걱정한다. 로운에게 숨어서 꽃을 전달했던 환기의 모습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행동으로만 보였는데, 그 또한 로운을 위한 마음이었다는 것이 제4화에서 드러났다.
은둔의 리더는 은둔의 키다리 아저씨였다. 키다리 아저씨의 특징은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주는 것인데, 환기는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도 따뜻한 마음으로도 키다리 아저씨의 면모를 보여줬다.
술을 많이 마신 직원들을 각각 택시에 태워 보내면서 차 번호 사진을 찍어두는 모습은 그가 가진 까칠한 섬세함이 배려심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제4화에도 환기 캐릭터가 그대로 유지됐으면 어쩌면 피로감을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왜 사람을 뒤에서 몰래 지켜볼까? 앞에서는 왜 안 볼까? 못 보는 것일까? 혹시 무서운 걸까?’ 로운이 환기를 보며 떠오른 생각은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는 면도 있다. 로운 또한 만취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전개는 앞으로 캐릭터 변신과 진행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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