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감독의 ‘허도령’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에 따라 죽고 싶을 만큼 괴롭고, 죽음을 결심한 순간 생긴 살고 싶은 강한 욕구는 나의 삶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위기의 순간에 누군가 나타나 나를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도움을 받기 전과 받은 후 인간은 초심을 잃고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허도령’은 보여주고 있다.
◇ 죽음의 문턱에서 생긴 살고 싶은 강한 욕구
영상으로 메시지까지 남기며 자살을 시도한 김프로(이현배 분)는, 죽기 직전에 다시 살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낀다. 이번 영화제에 이런 내용을 포함한 영화가 다수 있다.
영화는 시대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누구나 죽고 싶은 마음이 한 번쯤은 생길 정도로 삶이 힘들어졌다는 것이고, 죽기로 마음을 먹었더라도 삶을 마무리하려는 순간에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생긴다는 것이다.
결국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갈등하는 것이고, 갈등한다는 것은 죽음까지 생각하더라도 살고 싶은 욕구 또한 강하다는 것이다. 갈등하지 않는다면 경계에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해학을 주는 도깨비, 등장만으로도 호기심과 집중력을 주는 도깨비
도깨비는 사람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도와주기도 하며, 때론 사람들에게 당하기도 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친근함을 주는 존재였다. 최근에는 드라마의 영향으로 도깨비에 대한 친근함과 관심이 사람들 사이에 높아져 있고, ‘허도령’에서 도깨비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호기심과 집중력을 증가한다.
탈을 쓴 허도령(송부건 분)은 메밀묵과 막걸리만 챙겨주면 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도깨비로 보인다. 그런데, 본인은 스스로를 허도령이라고 부르라고 한다. 도령은 총각을 높여 부르는 말로, ‘허도령’에서의 허도령은 도깨비를 더욱 친숙하게 느끼게 만든다.
◇ 하루를 되돌릴 수 있다면? 우리나라 관객들이 좋아하는 시간 이동과 판타지
‘허도령’은 우리나라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좋아하는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어떤 소원을 원하느냐는 허도령의 질문에 주인공은 하루를 되돌리기를 바란다. 시간 이동의 판타지 중에서도 직접적인 의지가 반영된 타임 리프를 포함하고 있으며, 원하는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는 판타지도 들어있다.
재미있게 즐기면서도 교훈을 담고 있고, 영화가 끝난 것 같은 아쉬운 순간에 아직 남아있는 이야기를 ‘허도령’은 더 들려준다. 큰 웃음뿐만 아니라 깨알같이 작은 웃음이 해학적으로 펼쳐진다는 점도 주목된다.
하루를 되돌릴 수 있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지나간 하루가 오늘을 바꿀 수 있다면, 매일 오는 오늘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아닐까? 과거로 타임 리프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원하는 미래로 타임 리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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