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민 감독의 ‘ㄲㅜㅁ’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이 작품은 의미와 메시지를 무척 함축해 표현했다. 지나간 장면에 집착해 잠시 타이밍을 놓칠 경우 엔딩크레딧과 만날 수도 있는 짦은 작품이다.
최근에는 단편영화도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이야기를 알려주는 경향이 있는데, ‘ㄲㅜㅁ’은 일부러 불친절해 보이지는 않지만 모든 관객들과 같은 진도를 나가야겠다는 선택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작품이다.
◇ 영화 제목이 ‘꿈’이 아닌 ‘ㄲㅜㅁ’인 까닭과 의미는 무엇일까?
영화의 제목을 길게 늘여 표기된 이유는 무엇일까? 시각적인 첫 느낌은 길게 늘어선 꿈이 떠오르기도 하고, 힘을 잃고 바닥에 축 처져있는 꿈이 상상되기도 한다. 분해 후 재조합해 진정한 꿈을 찾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수도 있다.
감독은 영화 제목에서 꿈은 한 자 한 자 나눠 길게 늘어뜨리고, 영화의 등장인물들에는 영화 속 별다른 이름을 부여하지 않았다. 한 쪽에 더 많은 의미를 주고, 다른 쪽에는 기존의 의미도 제거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 지저귀는 새소리, 시계 알람 소리
꿈이라고 하면 흔히 시각적인 것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ㄲㅜㅁ’에서 꿈은 시각보다는 청각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시계 알람 소리는 지금이 꿈의 세계인지, 현실의 세계인지, 경계에 와 있는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여자(이유하 분)와 남자(방주환 분)는 행동으로 서로 연결되기보다는 말로 상대방 탓을 한다. 남자는 불평과 불만을 말로 표현하고, 여자는 그냥 행동으로 반응하지 않고 칼로 음식 써는 소리로 답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들은, ‘ㄲㅜㅁ’에서 청각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여겨지게 만든다.
◇ 흑백 영상과 칼라 영상의 교차 편집
그렇다고, ‘ㄲㅜㅁ’이 영상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흑백 영상과 칼라 영상을 모두 사용한다. 어두운 밤의 경우 흑백 영상으로 표현된 것인지, 칼라 영상인데 밤이기에 어두운 것인지 호기심이 생긴다.
빨간 딸기에 불을 붙여 붉게 물든 딸기를 활활 타오르게 만드는 시각적 역동성도 ‘ㄲㅜㅁ’은 보여준다. 무척 간단한 시선보다는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를 대입해 보면 ‘ㄲㅜㅁ’은 해석의 다양성을 겸비했기에 더욱 재미있게 느껴질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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