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 감독의 ‘오제이티(On the job training)’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오제이티(OJT)는 기업의 신입사원 교육법의 하나로, 직무를 통해 교육을 하는 과정을 뜻한다.
오제이티는 발령받을 부서에서 받기도 하지만, 다른 부서를 돌면서 받을 수도 있다. 오제이티를 다른 영화는 오제이티를 받는 입장에서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흔히 예측할 수 있는데, ‘오제이티’는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만들어졌으며, 오제이티를 받는 교육생은 사람이 아닌 더블이라는 이름의 로봇이라는 아이디어가 재미있는 작품이다.
◇ 인공지능에게 교육하기
‘오제이티’에서 인공지능 로봇인 더블에게 오제이티 교육을 한다는 것은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숙제를 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신입사원도 말을 잘 듣는 신입사원과 편한 신입사원이 있고 그렇지 않은 신입사원도 있는데, 더블은 편하지만은 않은 신입사원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인공지능의 초고속 습득력은 오정태(황상경 분)에게 기회이자 위기이다. 진급에 누락돼 여자친구인 김과장(박지연 분)보다 낮은 직급인 오정태 대리에게 더블은 부하직원이자 조력자일까? 상관의 능력을 무력화하는 점령군일까?
◇ 색다른 방법으로 부각한 인공지능의 시대
지금까지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는 대부분 인간을 뛰어넘어 지배하는 위치에 있는 로봇에 인간이 대항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인공지능의 발전을 옹호하는 입장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고, 인공지능은 수단으로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제이티’의 더블은 인공지능이 사람의 통제하에 있더라도 얼마나 큰 파장과 위험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공지능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것은 의의가 있다. 막연한 거부보다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다
‘오제이티’는 인공지능과 함께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도 주목된다. 보통 임원이라고 하면 일반 직원들보다 더 많은 책임감으로 미래를 본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책임과 중요한 결정을 하기 때문에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받아들여진다.
물론 그런 임원의 본분에 충실한 사람도 당연히 있겠지만, 임원이 임시직원의 줄임말이라는 것은 단순한 언어유희가 아니다. 직원의 경우 10년, 20년을 같은 회사에 더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임원은 계약된 임기 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플랜의 계획,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결정보다는 본인의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장기적 위험은 위험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타 본부, 타 부문의 실적이 나빠야 자신의 존재가 부각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똑같지는 않지만 ‘오제이티’는 임원들의 이기적인 자기자리 챙기기를 실낱하게 꼬집고 있다. 관점과 시야에 따라 가해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도출해낸 ‘오제이티’의 아이디어는 돋보인다.
‘오제이티’는 엔딩크레딧 후 추가 영상이 펼쳐진다. 본편이 끝난 후 궁금했던 것을 해소함과 동시에 풀어준 긴장을 다시 환기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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