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슬기 감독의 ‘미아’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백화점 미아보호소에서 일하는 명진(한송희 분)에게 아버지 영철(최용현 분)이 갑자기 찾아온다.
주인공이 미아보호소에서 근무하고 영화의 제목도 ‘미아’이기 때문에 어린아이를 찾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도 별을 헤매는 여행자라는 표현처럼 거창하게 비유하지 않더라도, 세상에는 갈 길을 잃은 많은 어른 미아들이 있다는 것을 감독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 아이 미아, 어른 미아
‘미아’에서 명진은 아직 직장생활을 오래 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다. 미아는 집이나 길을 잃고 헤매는 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미숙한 아이, 미완성의 아이, 아직 사회에 적응하지 않은 아이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미아보호소에서 일하는 명진은 직장에서의 미아, 서울이라는 공간에서의 미아, 세상에서의 미아라고 볼 수도 있다. 아버지를 만나러 나간 광화문 광장에서의 명진은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마치 길을 잃은 어른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아의 개념을 확대해 해석하면, ‘미아’에는 3명의 미아가 존재한다. 백화점 내 방송으로 등장하는 1층 미아보호소의 채은(김수안 분), 미아보호소에 근무하는 또 다른 미아 명진, 그리고 명진의 아버지 영철 또한 미아라고 볼 수 있다.
영철은 여름옷을 겨울에도 입고 다닌다. 부유하지 않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여름에 집에서 나온 채 아직 집에 들어가지 못한 것 같은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제도권으로부터의 미아, 세상의 혜택으로부터의 미아, 그리고 들어갈 집이 없는 미아이다.
◇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명진, 주변이 편해야 직장에서도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다
‘미아’에서 회사 팀장(양유정 분)의 입장에서 볼 때는,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명진이 답답할 수 있다. ‘미아’에서 어른들도 세상의 미아일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직장에 적응 못하는 명진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학생의 경우 표정이 어둡거나 성격이 밝지 못 할 경우 집안에 우환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면은 직장인에게도 동일하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의 주변에 어려움이 많을 경우 직장 생활, 인간관계는 위축될 수 있다.
어른은 어른이라는 이유로 이런 주변 배경에 대해 배려와 이해를 받지 못한다. 어른들도 세상의 미아가 될 수 있고, 일반적인 어른들도 단체 생활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미아’는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명진의 독백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남기는 것을 잊지 않는다. 다 잘 될 것이라고! 영화가 주는 울림을 느꼈다면, 명진의 독백이 주는 말의 힘을 믿어 보자.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 2024 rpm9.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