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감독 정재용) 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60)

발행일자 | 2017.02.17 11:55

정재용 감독의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이 작품은 남자의 자존심과 허세, 특히 술자리에서 이성과 같이 있을 때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술 마실 때 같이 자리에서 보는 사람이 창피해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 사람이 얼마나 속상하고 창피할지에 대해 영화는 관심을 갖는다. 인간 본성의 과시욕에 이성과 같이 있는 술자리, 술을 마신 취기와 용기가 모두 어우러져 마치 자신이 폭탄주가 된 것 같이 객기를 부려본 적이 있는 남자는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이 딱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술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의 자존심과 허세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에서 요즘 발기부전으로 고민하는 홍근(정한설 분)은 동문 모임에도 나가지 않는다. 남녀관계도 아닌데 발기부전과 인간관계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생각하는 관객도 있겠지만, 자신감 부족은 자존감 저하로 이어져 사람을 위축되도록 만들 수 있다.

남자의 자존심을 정력과 돈이라고 하면 저급한 표현이자 편협한 생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인데, 실제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술 마시면서 자리에서 남자들이 말하는 허세의 대부분이 정력과 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은 관객들의 공감을 처음부터 얻으면서 진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칭찬해 주는 것 같지만 공격하는 형, 남자들의 은근한 경쟁의식

홍근의 선배 현철(임영우 분)은 여자 후배들(박현지, 이소영, 김경윤 분) 앞에서 홍근을 칭찬하는데, 잘 들어보면 칭찬이 아니라 은근한 디스이다. 이게 칭찬인지 비난인지 잘 모르겠는 이야기는, 여자들의 대화에서뿐만 아니라 남자들의 대화에서도 꽤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은 보여주고 있다.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에서 칭찬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드는 말은 우연일까, 아니면 의도된 것일까? 실제 우리 삶에서도 보면 순수한 마음으로 칭찬하는데 칭찬을 받는 사람이 욕먹게 만드는 사람이 있고, 처음부터 이렇게 하면 욕먹을 것이라고 알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영화를 보면 현철이 홍근을 의도적으로 디스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내가 현철이라고 감정이입해 보면 의도적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크고 작은 상처를 주변 사람들에게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상처를 받기만 하지 주지는 않는다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가해한 것은 인지조차 못하면서 자신이 상처받은 것은 매우 크게 여기기 때문일 수도 있다.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누군가는 키득키득 웃으며 보겠지만, 누군가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일 영화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은 관객들의 성향에 따라서 무척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영화이다. 누군가는 키득키득 웃으며 보겠지만, 누군가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픽션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홍근은 정말 속상하고 창피했겠다고 느껴진다.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을 장편 영화로 확장한다면 같은 내용이 길게 이어져 임팩트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인데, 단편 영화 시리즈 또는 웹드라마로 만든다면 각각의 에피소드가 쏠쏠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은 홍근의 시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데, 선배 현철의 시야, 그리고 여자 후배들 각각의 시야로 재조명된 이야기를 펼친다면, 더 많은 관객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재용 감독의 머릿속에는 이런 시나리오들이 이미 들어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에서 단편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장면이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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