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홍어’(감독 연제광) 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58)

발행일자 | 2017.02.16 18:23

연제광 감독의 ‘홍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홍어’는 이정민(서은수 분), 우대리(우상기 분), 현전무(현봉식 분)의 캐릭터와 배우의 연기를 위주로 살펴보기로 한다.

작품을 볼 때 전체적인 스토리 위주로 관람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러 차례 재관람할 경우 카메라와 똑같은 시야로 영화를 보거나, 배우의 동선 위주로만 관람하거나, 배경음악을 의도적으로 듣지 않거나 다른 음악을 상상하며 음악의 영향을 위주로 보는 등 자신이 특정 분야의 담당자라고 생각하고 관람하는 것도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다.

‘홍어’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홍어’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불편한 존재이지만 절대악은 아닌, 현실적인 거래처 상관 현전무 역의 현봉식

‘홍어’에서 현전무는 거래처의 상관으로 갑의 위치에 있다. 편하지 않은 거래처의 상관임이 분명한데, 현봉식은 그냥 털털하고 구수한 아저씨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비치고 있다.

영화적 캐릭터를 더욱 염두에 뒀다면 현전무는 피도 눈물도 없이 매서운 사람이거나, 상대방이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며 갑질을 하는 사람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런데, ‘홍어’에서 현봉식은 불편한 존재이지만 절대악은 아닌, 실제 거래처 상관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홍어’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홍어’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현전무는 회식 자리의 음식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면서도 자신의 의지대로 이뤄지도록 강요한다. 그냥 볼 때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실제로 같이 있을 때는 매우 불편한 존재이다. 반대로 보면, 절대 편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극한의 공포와 위협을 주는 존재는 아니다.

현전무를 극한의 공포와 위협을 주는 존재로 만들려면 영화 속에서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했을 것이고, 덜 현실적인 이야기가 됐을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하는데도 시간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영화 상영 시간과 캐릭터 설정의 관계를 맞물려 볼 때, 현전무 캐릭터는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홍어’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홍어’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내 편이라고 완전히 믿고 따르다가는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지만, 멀리해야 할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닌 우대리 역의 우상기

우대리는 신입사원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만, 그러다가도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으면, 갑의 위치에 있는 거래처 현전무의 편에 바로 설 수 있는 전형적인 직장인이다.

내 편이라고 완전히 믿고 따르다가는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고, 그렇다고 멀리해야 할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일정한 거리를 둔 채로 지내면 우대리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전무의 입장에서 우대리는 무척 괜찮은 사람이고, 정민의 입장에서는 헛갈리게 만드는 사람이다.

‘홍어’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홍어’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우상기가 소화한 우대리는 신입사원의 입장에서 볼 때는 배우고 싶은 상관이지만, 믿고 따르다가는 한 번씩 크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상관이다. 자신의 이익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어진 직장문화에서 우대리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내가 날 생각할 땐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겠지만, 남들이 볼 때는 나도 우대리일 수 있다.

◇ 상황 속의 어색함을 표현하면서도 그 어색함이 연기의 어색함으로 비치지는 않도록 해야 하는, 이정민 역의 서은수

‘홍어’에서 우대리와 현전무는 배우의 성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는데. 이정민과 서은수는 성부터 다르다. 배우 자체의 이미지보다 역할 자체의 이미지에 더욱 집중하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의도일 수도 있다고 사료된다.

‘홍어’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홍어’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서은수가 맡은 정민은 어색한 상황을 소화하고 극복해야 하는 인물이다. 상황 속에서 어색함을 제대로 표현하면서도, 그 어색함이 연기의 어색함으로 비치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어찌해야 할 줄 모르겠는 불안을 표현하는 서은수의 표정은 인상적이다. 서은수는 소주를 마실 때 눈을 감은 채 술잔의 술을 입안에 넣으며 수동적으로 억지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입안의 술을 목뒤로 넘길 때는 고개를 빠르게 뒤로 젖혔다가 돌아오는 반전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반전의 모습은 실제 회식 자리에서도 큰 호응을 받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서은수가 보여준 디테일에 고개를 끄덕이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연속된 동작에서 두 가지 다른 면모를 이어서 보여주는 디테일은 밋밋하게 보일 수도 있는 정민 캐릭터를 살아있게 만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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