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자동차가 올해 말부터 레벨4 수준 자율주행차의 실전 도로 테스트에 나서고, 2020년에는 일반인도 이 테스트를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는 이런 개념을 담은 자율주행 콘셉트카 심비오즈(SYMBIOZ)를 내놨다.
2030년 양산이 목표인 심비오즈는 도로에서 타던 차가 집에 돌아와 주차하면 이동성을 갖춘 모듈 형식의 다목적 룸이 되는 개념으로 설계된 차다. 전장 4700㎜, 전폭 1980㎜, 전고 1350㎜의 사이즈에 E세그먼트에 준하는 실내공간을 갖췄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집과 자동차의 연결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이번 모터쇼에는 거주 공간 모형과 심비오즈의 인테리어에 유사한 재질을 사용했다. 또한 차체 윗부분은 거주공간처럼 충분한 빛이 들어오도록 설계했다. 심비오즈의 사물 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접속하면 자동차에서도 집안의 에너지, 조명, 멀티미디어, 편리기능을 조정하는 게 가능하다.
심비오즈 콘셉트카는 3가지 AD 모드(자율주행모드)가 있다. 업그레이드된 르노 멀티 센스 3.0 시스템은 후각(다른 향기), 청각(음향 모드 선택), 시각(조명 환경 범위-클래식 모드는 화이트, 다이내믹 모드는 앰버, AD 모드는 골드)적으로 다양한 감각을 제공한다.
이와 관련, 토팡 로랑(Taupin Laurent) 르노 자율주행기술 총괄연구원은 모터쇼 현장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나눴다. 그는 2001년에 르노에 입사해 섀시 시뮬레이션 총괄을 담당했으며,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르노삼성자동차중앙연구소에서 섀시개발팀장을 역임했다. 이어 본사로 들어가 섀시부문연구관리 총괄, EOLAB프로젝트 총괄,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개발 총괄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자율주행연구 총괄을 맡고 있다.
토팡 로랑 연구원은 “르노삼성 중앙연구소에서 근무할 당시 상당한 교통 체증을 경험하면서 버튼만 눌러도 차가 자율적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르노의 자율주행 레벨4, 즉 마인드 오프(Mind-off) 기술을 설명하기에 앞서 자율주행의 기술 수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SAE 국제표준에서 정의한 5개 단계 중에서 자율주행 레벨2의 경우 운전자가 차량의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을 밟을 필요는 없지만 도로를 항상 주시해야 한다. 현재 ADAS 기술은 대부분 레벨 2의 기술로 보아야 한다”면서 “레벨3수준이 되면 스티어링 휠과 페달 조작은 물론 운전자가 도로를 항상 주시할 필요는 없지만, 주의를 요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운전자가 바로 운전대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차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주시가 역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율주행 레벨4로 가면 운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레벨4는 운전자의 핸들 조작이 필요 없는 것은 물론이고 안전을 비롯한 도로 상의 모든 상황을 자동차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즉, 르노의 ‘마인드 오프’라는 것은 운전자가 개입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 레벨이 되면 운전자는 운행 중에 차량에 신경을 쓸 필요 없이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일을 하는 등 운전과 관련 없는 활동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된다.
승인된 고속도로나 중앙분리대가 있는 2차선 도로에서 4단계 자율주행자동차는 앞선 차량의 속도에 맞춰 자동차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코너링 중에도 차선을 유지한다. 다른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차선을 변경할 수 있으며 교통 정체 중에는 저속으로 주행할 수 있다. 르노 자율주행 기능은 ‘이지 드라이브(Easy Drive)’ 라는 이름으로 점진적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토팡 로랑 연구원은 “도로 상의 모든 상황을 자동차가 혼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물체 및 주변 환경 감지(센싱), 정보처리(프로세싱) 등에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며, 이는 철도나 항공 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아주 높은 수준의 기술”이라면서 “르노는 레벨4에 가능한 빨리 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2020년부터 레벨4 자율주행 차량 10대를 이용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고속도로에서 테스트 운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르노는 2020년에 테스트를 시작하면 일반인들이 자율주행 차량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난이도를 점점 더 높여 가며 어떠한 도로에서도 마인드 오프를 도입할 수 있도록 테스트 주행 거리도 점점 늘려갈 계획이다. 또한 테스트를 통해 실제 출시 차량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도 늘려간다는 목표다. 르노 측은 테스트 차량이지만 실제 판매되는 차량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는 한국 엔지니어도 참가하고 있다.
실제 레벨4 차량을 판매하는 시점은 규제 상황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법규상에는 레벨2까지만 허용하기 때문인데, 르노 측은 2023년이면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팡 로랑 연구원은 “인공지능, 안전성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다양한 분야의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자동차 브랜드가 독자적으로 기술 개발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자율 주행 기술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개발 비용을 나눈다는 측면에서도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카셰어링 사업에 본격 나서는 것에 대한 대비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도 카셰어링 비즈니스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조인트 벤처라는 건 얼마나 이를 빨리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프랑크푸르트=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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