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폭염으로 전국이 끓어오르고 있다. 111년 만에 찾아온 더위는 모두를 지치게 하고 있다.
지긋지긋한 더위에 넌덜머리가 나 있을 때, 르노삼성에서 한 통의 메일이 날아왔다. 르노삼성의 주력 차종(SM6, QM6, QM3, 클리오) 시승회가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는 내용이었다. 2016년 9월 말부터 속칭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1박 2일 시승행사다.
시승차는 참가하는 기자들이 최대한 원하는 차종으로 정해졌고, 두 명이 한 차에 타고 시승회가 열리는 태백 오투리조트로 향했다. 나는 포춘코리아 하제헌 부장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
먼저 탄 차는 QM6 가솔린 모델이다. 지난해 시승회에서 타본 후 오랜만에 다시 만난 차다. 역시 가장 인상적인 건 뛰어난 정숙성과 부드러운 변속감. 디젤 SUV만 타던 이라면 깜짝 놀랄 정도로 조용하다. 일본 자트코의 CVT(무단변속기)와 2.0 가솔린 GDe 엔진의 조화도 훌륭하다. 그냥 무덤덤한 감각이 아니라 적당한 변속감을 살린 것도 돋보인다.
서스펜션은 디젤 모델과 다르게 세팅해 조금 더 탄탄하다. 디젤보다 가벼운 가솔린 엔진에다 서스펜션까지 탄탄해 주행감각은 훨씬 다이내믹하다.
시승차로 나온 QM6 RE 시그니처 모델은 19인치 타이어를 장착했는데, 이 모델의 인증 연비는 도심 10.3, 고속도로 12.7, 복합 11.2㎞/ℓ다. 서울 강남역 기준으로 227㎞ 거리를 달린 이번 시승에서는 11.2㎞/ℓ의 연비를 나타냈다. 공교롭게도 인증 연비와 100% 일치한다. 연비에 초점을 맞춰 테스트한 지난해 시승회에서는 18.1㎞/ℓ를 기록한 적도 있다.
QM6 가솔린 모델은 정속 주행 때 디젤 모델 부럽지 않은 좋은 연비를 보여줬고, 연비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운전해도 상당히 좋은 연비를 기록했다. 경쟁차인 현대 싼타페, 기아 쏘렌토는 2.0 가솔린 터보 엔진이어서 사양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QM6보다 연비가 떨어진다.
행사 장소에 도착한 이후에는 짐카나 경기가 열려 참가자들을 즐겁게 했다. 르노 클리오를 타고 슬라럼, 원 선회, 슬라럼으로 이어지는 짐카나 경기에서 나는 35초66의 기록으로 19명의 참가자 중 5위를 기록했다.
클리오는 국내에 1.5 디젤 모델 한 가지만 들어오지만, 유럽에서는 가솔린 고성능 모델을 비롯해 매우 다양한 엔진 라인업이 선보이고 있다. 과거 박동훈 사장은 한정판 모델로 이 고성능 차들을 들여오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도중에 하차해 이루지 못했었다. 후임인 도미닉시뇨라 사장이 고성능 모델 도입을 다시 추진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배정된 차는 QM3였다. 첫 출시 당시 엄청난 연비로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차다.
세월이 흘러 경쟁차도 많아졌지만, QM3의 연비는 여전히 돋보인다. 성인 남자 두 명이 타고 가는데 17.7~17.8㎞/ℓ의 연비를 꾸준하게 찍었다. ‘이렇게 조용했나’ 싶을 정도로 좋은 정숙성에도 새삼 놀랐다.
다만 언덕길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을 경우 변속기의 반응이 살짝 느리다는 게 흠이다. 오르막을 만나거나 급가속을 할 때는 미리 수동모드로 바꾸면 좀 더 나은 반응을 보인다.
이번 시승회는 여러 면에서 의미가 컸다. 우선 ‘김영란법’ 시행 이후, 모든 업체들이 법을 핑계로 반나절 안에 진행하던 시승회의 관행을 르노삼성이 깼다는 것이 크다. 시승회에서는 신차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시승기에 녹여내는 것이 중요한데, 불과 한 두 시간의 시승으로는 차를 알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과거에도 1박 2일의 시승회가 자주 열렸는데, 갑자기 김영란법이 발목을 잡았다. 르노삼성 측은 이번 행사에 대해 국민권익위에 질의한 결과, 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시승차로 배정된 QM6와 QM3는 앞서 몇 차례 시승을 했었지만, 장거리 시승을 통해 제품 특성을 더욱 상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QM6 가솔린의 정숙성과 부드러움, QM3의 뛰어난 연비를 인상 깊게 느낀 시승회였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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