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위대한 여정의 시작, 제네시스 GV70

발행일자 | 2020.12.17 08:00
[시승기] 위대한 여정의 시작, 제네시스 GV70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독립시킨 건 2015년 말이다. 기자는 그해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방문해 제네시스 EQ900(나인헌드레드)의 동승 체험을 했었다.

뉘크부르크링 서킷은 남쪽에 있는 5.148㎞ 길이의 그랑프리 서킷과 북쪽에 있는 20.832㎞ 길이의 노르트슐라이페로 나뉜다. 기자가 체험한 곳은 노르트슐라이페로, 1927년 완공된 곳이다. 고저차이가 300m에 이르고 급경사가 반복되며, 1976년 F1 레이서 니키 라우다가 경기 도중 전복사고를 당할 정도로 코스가 험난하다. 가혹한 주행 탓에 매일 타이어와 디스크, 패드를 교환해야 하고, 엔진오일도 이틀에 한번 꼴로 바꾼다. 안전상의 이유로 동승체험을 했지만,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얼마나 강하게 단련시키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 후 현대차는 제네시스 G70, GV80, G80를 성공적으로 론칭시키면서 빠르게 럭셔리 브랜드 시장에 안착시켰다. 특히 한국에서는 내로라하는 독일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시장의 평가도 좋았고 판매도 괜찮았다.

[시승기] 위대한 여정의 시작, 제네시스 GV70

최근 내놓은 GV70은 이런 흐름을 더욱 가속시켜줄 기대주다. 특히 유럽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독일 브랜드들의 본거지에서 본격적인 승부가 기대되고 있다.

GV70의 실물은 사진보다 훨씬 잘생겼다. GV80의 경우 헤드램프를 각지게 세운 모습에서 권위가 느껴진다면, GV70은 뒤로 누운 헤드램프에서 날렵하고 세련된 이미지가 느껴진다. GV80의 뒷모습은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반면에 GV70은 볼록하고 둥글게 다듬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차체를 최대한 커보이게 할 때 쓰는 기법이다. 포르쉐 마칸이 살짝 떠오르기도 하는데, 테일램프 위쪽에 선을 하나 넣으면 덜 심심해 보일 것 같다.

실내는 눈을 씻고 봐도 흠 잡을 게 없다. GV80보다 차체가 작아서 뒷좌석이 좁을 줄 알았는데, 키 177㎝인 내가 타기에는 아주 넉넉하다. 게다가 뒷좌석 등받이를 넉넉하게 눕힐 수 있어서 체감 공간은 더 넓다.

[시승기] 위대한 여정의 시작, 제네시스 GV70

다만 트렁크는 깊이가 얕아서 많은 짐을 넣기는 힘들다. 대신 안쪽으로 길이가 긴 타입이라 골프백을 두 개 정도 넣기에는 괜찮다.

대시보드는 GV80보다 훨씬 단순하면서도 예쁘다. 끝을 둥글게 다듬은 센터페시아 조작부는 다른 어떤 차도 닮지 않았고, 터치 방식과 물리적 버튼을 혼합해 조작성이 아주 좋다.

일반 모델의 스티어링 휠은 G80이나 GV80의 것과 같다. 스포티한 겉모습과 더 잘 어울리는 건 스포츠 패키지 스티어링 휠이다. 내 생각에는 GV70의 스티어링 휠은 스포츠 패키지의 3 스포크 타입으로 통일하는 게 차체 이미지와 어울려 보인다.

[시승기] 위대한 여정의 시작, 제네시스 GV70

시승 모델은 3.5 가솔린 터보 AWD다.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380마력을 내는 모델이다. 강력한 엔진을 달았지만, 공차중량이 1995㎏에 이르기 때문에 저속에서는 살짝 무거운 느낌도 든다. 대신 1300rpm부터 발휘되는 최대토크가 ‘맹수’ 같은 본능을 살려내고, 변속감각도 매끄럽게 이어진다.

서스펜션은 조금 단단한 편이다. 앞서 나온 GV80이나 G80보다 피칭(차체가 위 아래로 흔들리는 현상)이 줄었고, 꽤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다만 리어 서스펜션은 자잘한 노면의 충격을 시시콜콜하게 탑승자에게 전달한다. 컴포트 모드는 살짝 말랑하고, 스포츠 모드는 뒤쪽이 살짝 튀는 타입이다. 따라서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조절 범위를 살짝 넓힌다면 더 완벽해지겠다.

타이어는 255/40R21 사이즈이고, 승차감 위주의 고성능 타이어인 미쉐린 프라이머시 투어 A/S 제품을 달았다. 기본형에는 브리지스톤의 235/60R18 사이즈가 장착된다. 최근 국산 타이어 브랜드의 고성능 제품도 퀄리티가 좋기 때문에 선택 품목에 국산 타이어를 넣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승기] 위대한 여정의 시작, 제네시스 GV70

소음은 아주 잘 잡았다. 엔진 소음뿐 아니라 차창 쪽에서 나는 윈드 노이즈, 하체에서 올라오는 로드 노이즈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음량을 크게 세팅하면 꽤 스포티한 사운드가 들려오는데, 엔진음과 액티브 엔진 사운드가 합성돼 특이한 느낌을 준다. 향후 고성능 버전을 추가한다면 벨로스터 N처럼 순수한 배기 사운드를 키우는 것도 괜찮겠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12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로 다양한 정보를 또렷하게 전달한다. 블루투스 음악이 나올 때는 곡 타이틀 이미지까지 표시돼 눈을 이리저리 돌릴 필요가 없다.

3.5 AWD 모델의 인증 연비는 도심 7.3㎞/ℓ, 고속도로 9.9㎞/ℓ다. 고속 주행 위주의 이번 시승에서는 5.2㎞/ℓ를 기록했는데, 정속 주행 때는 좀 더 좋은 연비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시승기] 위대한 여정의 시작, 제네시스 GV70

GV70의 가격은 4880만원부터 시작한다. 내가 탄 시승차는 가솔린 3.5 터보 AWD에 21인치 미쉐린 휠&타이어(120만원),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2(300만원), 파퓰러 패키지2(720만원)가 합쳐졌고 가격은 7350만원이다. 인터넷에서 보면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여론이 있는데, 이 정도 성능의 수입차는 1억원 정도는 줘야 살 수 있으니 가격 경쟁력은 있는 편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뽑아본 견적은 2.5 가솔린 터보(4880만원)에 2WD, 유광 화이트, 스포츠 패키지(400만원), 21인치 다크 스퍼터링 휠(120만원),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2(230만원), 파퓰러 패키지(헤드업 디스플레이+하이테크 패키지+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1, 420만원), 파노라마 선루프(140만원), 렉시콘 사운드 패키지(130만원)를 모두 더해 6320만원이 나왔다. 옵션 내용과 퀄리티를 볼 때 이 역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GV70은 16일부터 사전 계약에 들어갔고, 내년 1월부터 고객에게 인도된다. 앞서 큰 호응을 얻었던 G80과 GV80 이상으로 높은 인기가 예상된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앞으로 또 보여줄 신모델이 기대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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