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깨비’를 기다리는 시간부터 집중하게 만드는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 본방사수를 준비하고 있으면, TV 화면에는 시작 시각까지의 시간이 초 단위로 표현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첫 장면부터 시청자들이 놓치지 않고 ‘도깨비’와 함께 할 수 있도록 한 tvN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배려이다.
‘도깨비’ 제3회는 하이라이트로 시작했다. 하이라이트 시간에는 ‘[도깨비] 본 방송 잠시 후 8시 6분부터 시작됩니다.’라는 자막이 표시된다. 드라마도 마찬가지지만 첫 장면은 무척 중요하다. 첫 장면은 많은 것을 대표적으로 담고 있으며, 같은 작품이라도 관객이 첫 장면에 몰입한 경우 끝까지 재미있을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도깨비’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그냥 지난 회차를 짧게 편집해 큰 스토리만 알려주는데 그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이라이트 영상인데 영화 예고편 같은 느낌을 주고,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는 것처럼 강렬하고 인상적이기도 하다.
하이라이트 영상은 1주일을 기다린 시청자들에게 이전 회차의 이야기를 통해 단시간 내에 설렘의 강도를 높여주며, 이전 회차의 암시와 복선을 복습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전 회차를 놓친 시청자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본연의 기능은 당연히 수행한다.
◇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도깨비와 저승사자, 경계를 나누는 독특한 응징법
‘도깨비’ 제3회는 납치돼 위험에 빠진 지은탁(김고은 분)을 구하러 나타난 도깨비(공유 분)과 저승사자(이동욱 분)의 강렬한 등장으로 시작한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으면서 그 경계에서 역할을 하는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괴한을 응징할 때도 경계를 나누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지은탁을 납치한 차를 멈추게 해 그 안에 있는 지은탁을 꺼내 구출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경우인데, 실제로는 달리는 차를 정면에서 두 동강이 나도록 갈라놓는다.
지은탁이 있던 차의 오른쪽과 괴한들이 있던 차의 왼쪽을 분리해, 김고은과 괴한들의 경계를 나눈다. 악을 응징하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을 구출하는 일반적인 히어로들과는 달리, 이 드라마의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경계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참신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시퀀스는 관객의 성향에 따라서 무척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드라마에서 지은탁은 어쩜 이럴 수 있냐고 따지기도 한다. 차가 둘로 갈라지는 시퀀스에서는, 노래 ‘타임 투 세이 굿 바이(Time to say good bye)’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슬로모션으로 표현됐다. 응징은 하되 지나친 혐오감을 시청자들에게 주지 않으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담긴 시간이었다.
◇ 도깨비가 인간과 하는 연애의 밀당, 이렇게 심쿵해도 되는가?
제2회까지는 공유 앞에서 발랄했던 김고은은 부쩍 성숙해진 모습을 선보인다. 이런 모습에서 김고은이 진짜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물론 드라마 속에서. 공유와 김고은은 서로에 대한 사소한 챙김을 기억하며 회상한다. 공유는 자신이 책을 즐겨 읽는다는 것을 김고은에게 어필하려고 한다.
김고은이 공유에게 하는 불평은 연애 중 토라진 애인의 투정으로 들린다. 공유와 김고은의 밀당은 일반적인 애인이었다면 그냥 알콩달콩 하게 여겨졌을 것인데, 도깨비와 인간의 밀당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더욱 재미있다.
뭐든 예상을 벗어나는 김고은이 공유에게 이동욱이 잘생겼다고 하니 공유는 삐친다. 인간들에게 마법적인 순간을 만들어주는 공유가 김고은에게는 마법을 부리지 못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사랑에 빠지면, 아니 사랑의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면 바보가 되는 것은 인간이나 도깨비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김고은은 공유와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한다. 작은 말에 인간보다 더 큰 마음의 상처를 받는 도깨비와 저승사자의 모습은, 이 드라마의 완급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긴장과 이완의 반복은 드라마를 더욱 재미있게 만든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끔씩 전달하는 것도 완급조절에 긍정적이다.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여백으로 채운 고백을 하는 공유와 김고은의 모습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기보다는 무척 달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전생에 남매였던 왕비(김소현 분)를 그린 그림을 보고 흐느껴 우는 과거의 공유와, 눈물이 맺힌 현재의 공유는 여심을 흔든다. 감정이입한 시청자는 공유가 날 위해 울어준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번 회차에도 계속되는 공유와 이동욱의 티격태격한 밀당이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승사자도 기수가 있고, 신고식을 한다는 설정, 드라마에 활기를 불어넣는 육성재가 공유, 이동욱보다도 전지전능해 뵈기도 하는 점은 흥미를 높여준다.
이동욱과 써니 역의 유인나의 만남은 다음 회차에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궁금해지게 만든다. 공유와 김고은의 마지막 장면은 제4회에 대한 노골적인 스포일러인지, 아님 반전을 염두에 둔 포석인지, 더 센 것이 있기에 이 정도는 보여줘도 되는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짝수 회차 시청 후에는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즐거운 고통을 겪게 되는데, 금요일 시청 후에는 하루만 기다리면 된다는 점은 시청자들에게는 많은 위안을 줄 것이다. 얼마나 더 재미있어질까? ‘도깨비’ 제4회가 기다려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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