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도깨비’(7-1) 시청자들은 다 알고 본인만 모르는 이야기

발행일자 | 2016.12.24 01:28

이응복 연출, 김은숙 극본의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는 시청자들은 모두 알고 있는데 주인공 본인만 모르는 이야기를 만들어 놓고 있다. 단 한 명이 아니다. 김고은(지은탁 역), 공유(도깨비 김신 역), 유인나(써니 역).

주인공만 모르고 시청자들은 다 아는 이야기에 대해서 제4회 리뷰 때도 언급됐었다. ‘도깨비’는 회를 거듭하면서 이런 구도를 확대시키고, 확대된 이야기의 일부를 주인공이 알게 한다. 반복해 활용하면서도 지루하거나 피로하게 만들지 않는 설정이 돋보인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시청자들에게 숨겨진 것을 푸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에게 살짝씩만 알려주는 이런 방법은 시청자들을 애타게 만든다. 왜 저것을 모르냐고 이 드라마를 시청한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본지는 제7회 리뷰를 2회에 걸쳐 독자들과 공유한다.

◇ 시청자도 공유도 이동욱도 모두 알고, 김고은만 모르는 이야기

검을 빼면 공유가 죽는다는 것을 시청자도 알고, 공유도 알고, 이동욱(저승사자 역)도 다 아는데, 김고은만 모른다. 시청자들은 안타까움을 가지고 공유에 감정이입하게 된다. 공유는 이런 사실을 김고은에게 알려줄지 말지를 고민하는데, 시청자들의 마음도 같을 것이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이런 안타까움은, 김고은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연이어 이어지는 질문과 서로 대비된다. 숨겼던 마음을 드러내면서 반전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 드러내 놓고 시청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방법이 흥미롭다.

900년을 넘게 살았어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공유의 마음을 김고은은 모른다. ‘도깨비’는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인물의 연결고리는 숨기고 있지만, 현재 인물의 감정은 노골적으로 다 드러내고 있다. 감정이 다 드러나는데 오히려 호기심이 생긴다는 점은 놀랍게 여겨진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시청자들은 다 아는데, 공유만 모르는 김고은의 마음

시청자들은 다 아는데 공유만 김고은의 마음을 모른다. 이는 공유가 김고은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공유가 나의 마음을 모르는 것처럼 시청자들이 느끼게 만든다. 이번 회에서도 공유는 김고은의 마음을 여전히 모르는 것처럼 강조하면서, 반전을 주기 시작한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김고은의 마음을 공유가 알아채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김고은에 대한 공유의 마음이 생겨서 움직이는 것이다. 질투의 화신이 된 공유의 모습을 보며, 다른 사람의 운명은 알아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모르는 도깨비의 해학이 전달된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공유는 김고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어떤 의미인지를 모른다. 이런 예리한 설정은 ‘도깨비’가 심리학적인 측면에 볼 때도 꽤 의미 있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던져준다.

◇ 시청자들은 다 아는데, 유인나만 모르는 이동욱의 마음과 행동

유인나 앞에 직접 나타나지는 않으면서 멀리서 바라보는 이동욱의 눈망울은 촉촉해진다. 자신이 저승사자이기 때문에 유인나와 직접 몸이 접촉하는 것을 피하는 배려심은, 유인나에게는 튕김 또는 거절로 느껴질 수도 있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이동욱의 직선적인 표현이 진심이라는 것, 그의 표현과 행동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청자는 모두 알고 유인나만 모른다. 시청자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걸 왜 모르냐고, 나라면 바로 알 수 있다고.

시청자들이 다 알게 만든다는 것, 특히 감정에 대해 전부 다 알게 만든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드라마의 호기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런데, ‘도깨비’에서 감정을 오픈함으로써 시청자들을 더욱 밀접하게 끌어당기는 마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무척 놀랍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우연히 열광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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