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1) 빠른 전개와 몰입감, 그리고 감정의 격발

발행일자 | 2016.12.11 01:35

유인식, 박수진 연출, 강은경 극본의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가 중간까지 달려왔다. 총 20부작의 이 드라마는 현재 제10회까지 방송됐고, 제11회 방송을 앞두고 있다.

지방의 초라한 돌담 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괴짜 천재 의사 김사부(한석규 분)와 열정이 넘치는 젊은 의사 강동주(유연석 분), 윤서정(서현진 분)이 펼치는 진짜 닥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지는 ‘낭만닥터 김사부’의 어떤 매력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는지 제1회 방송부터 살펴보면서 종방까지 함께 할 예정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응급실에서의 우선 진료는 먼저 온 순서, 응급한 순서가 아니다?

불의(不義)의 시대, 불평등(不平等)의 시대, 불만(不滿)과 불신(不信)으로 가득 찬 시대. ‘낭만닥터 김사부’ 제1회는 시대에 대한 이야기로 먼저 꺼낸다. 달달함만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전문분야의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드라마는 명백하게 밝힌다. 이 시대에 대한 정의는 이 드라마가 어떻게 이 정의를 바꿔갈지 기대하게 만든다.

응급실 시퀀스는 시작부터 강렬하다. 응급실로 실려 온 공사장 붕괴사고 환자들에 서정이 집중하면서, 누가 더 급한 환자인지 동주와 서정 사이에 마찰이 생긴다. 이는 인상적인 시작을 위한 과장된 설정일까? 아니면 현실 그대로일까?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응급실에 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비슷한 경험이 있을 수도 있다. 응급실은 응급한 순서대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아프다는 이야기를 강하게 어필하지 않으면 치료를 바로 해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온 순서보다 위급한 순서가 우선적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이 합리적으로 전문성을 갖춘 의사의 판단이 가장 정확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의사의 판단도 외상의 정도가 눈에 직접적으로 처참하게 보일 때와 환자가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에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는 이런 디테일한 면을 첫 회 초반부터 집중해서 다룬다. 불의, 불평등, 불만, 불신의 시대를 추상적으로 연결하지 않고, 정말 와 닿게 끌고 갈 것이라고 선언하는 듯하다.

◇ 빠른 전개와 몰입감, 그리고 감정의 격발

‘낭만닥터 김사부’는 첫 회에서 어린 시절 동주가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를 보여준다. 보통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드라마의 경우 제3회, 제4회까지도 이야기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할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낭만닥터 김사부’는 주인공의 어린 시절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없다.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으라는, 니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조언만 어린 동주에게 남기고 시간은 점핑한다. 시간의 점핑 전후가 모두 응급실로 이어져 시청자의 감정선을 유지하면서도, 첫 회부터 몇 번의 반전을 발생한다. 빠른 전개, 몰입감, 그리고 감정의 격발까지 영화보다 빠른 속도감은 이 드라마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게 된다.

동주가 병원에서 진상 손님(진상 환자)을 접하는 시간에는 코믹한 장면으로 전환된다. 언제든 편하게 웃게 만들 수 있는 드라마의 묘미다. 완급조절을 통해 지루할 틈 없이 시청자를 붙잡는 방법이 돋보인다.

◇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을 무릅쓰고, 오로지 생명을 살리는 것이 최우선인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

서현진의 몰입한 얼굴에서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또 오해영’에서의 오해영의 여운을 서현진은 ‘낭만닥터 김사부’ 첫 회에서부터 없애 버린다. 서현진이 아니었으면 오해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 했을 것이라는 평가는, 서현진이 아니면 윤서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로 바뀔 것 같다.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입술을 부르르 떠는 서현진은 위급한 순간에서 명쾌한 결단을 하는데, 첫 회부터 시청자를 뭉클하게, 눈물 나게 만든다. 골든타임을 계속 놓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볼 때, 골든타임에서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을 무릅쓰고 배팅하는, 정의감에 불타는 서현진의 모습에 유연석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반하게 된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회에서, 윤서정은 이 시대의 영웅이다. 서현진, 유연석, 한석규. 이들이 드라마 속에서 영웅이 될지, 우리의 친구가 될지 지켜보는 기대감이 생긴다.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는 동주와 서정을 통해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회차의 제목이 ‘Chapter1.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법’인데, 스스로 잘난 사람으로 생각하는 병원의 인턴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된다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서사의 전개를 위한 밑그림을 서서히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초반부터 확 벌려놓은 이 작품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해진다. 첫 회에서 보여준 완급조절과 반전의 예리함이 무뎌지지 않고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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