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시대를 확인하는 드라마, 이정표를 정해놓은 메시지

발행일자 | 2016.12.11 02:09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제1회에서 밑그림을 그리고 제2회부터 그려진 밑그림 위에 화려한 색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1회의 역동적인 이야기를 제2회부터 하나하나 채우면서 발전시키고 있다. 첫 회부터 집중하게 만든 저력은, 즐거운 몰입감으로 계속 이어진다.

제2회의 제목은 ‘아드레날린 과다분비의 말로’이다. 아드레날린은 부신수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교감신경을 자극해 심장 박동을 빠르게 만들어 몸을 흥분상태로 도입시킨다. ‘아드레날린’이라는 단어도 주목되지만, ‘과다분비’와 ‘말로’가 더욱 호기심을 자아낸다.

◇ 시대를 확인하는 드라마, 이정표를 정해놓은 메시지

‘낭만닥터 김사부’는 첫 회에 이어 시대를 강조한다. 차별의 시대, 실력보다는 연줄과 배경이 지배하는 시대. 생명에 대한 도전과 극복의 미덕이 있어야 할 병원에서조차 여전히 21세기 판 성골, 진골이 존재했다는 유연석의 내레이션은, 이 드라마가 이정표를 확실히 정해놓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외국에서 방영된다면 더빙보다 자막을 강추하게 되는, 배우들의 멋진 목소리

이 드라마는 배우들의 행동 연기도 일품이지만, 주연급의 목소리가 주는 매력을 빼놓을 수가 없다. 외국에서 방영된다면 더빙보다는 자막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받는 목소리의 감동이 그대로 전달되기를 바란다.

한석규 목소리는 이전의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빛났지만, 호기심을 자아내는 김사부 캐릭터에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된다. 뛰어나고 빠른 수술 실력을 갖춘 카리스마를 표현하기도 하며, 냉철하면서도 냉소적이고 이성적이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표현한다.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김사부 캐릭터는 판타지를 주는데, 그는 목소리만으로도 강렬함을 전달한다. 얼굴을 보이기 전 목소리만 먼저 나와도 무언가 해결되거나 새로운 일이 발생할 것 같은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유연석 목소리 또한 멋있다. 유연석은 내레이션을 통해 연기의 대사와는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유연석의 내레이션 목소리는 시청자들을 동조하게 만든다. 관조적으로 듣게 되는게 아니라, 감정이입하게 되는데 이는 목소리와 내용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서현진의 목소리는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을 넘나든다. 연기와 어우러진 목소리는 윤서정의 캐릭터를 카리스마 있는 걸크러쉬 캐릭터로 만들기도 하고, 달달한 로맨스를 맞이한 사랑스러운 연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또한, 괴롭고 힘들어 지친 모습도 소리로 잘 전달한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역시 임원희다. 돌담병원 행정실장 장기태 역을 맡은 임원희는, 착하지만 우유부단하고 유혹에 약한 면이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난다. 드라마에서 그의 등장, 특히 그의 목소리의 등장은 긴장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한다.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시간과 공간을 이동해, 확장된 이야기를 집중시키는 전환법

첫 회에는 이야기를 빠른 속도로 확장했다. 블록버스터급 이야기로 시간과 장소가 확장되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런데, 제2회로 가면서 드라마의 주 무대인 정선의 돌담병원으로 위치를 변경하면서 초점을 집중시킨 방법은 주목된다.

확장됐던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이동해 개연성과 명분이 부여됐다. 서현진과 유연석은 시차를 두고 이동해 다시 만나도록 만든 점도 유의미하게 받아들여진다. 우연성과 필연성을 동시에 주어, 시청자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그 뒤에 이어질 이야기의 방향을 자유롭게 만들어줬다는 점이 돋보인다.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중요한 것은 이것 또한 빠른 속도로 진행돼,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시청자들이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로만 공유하고 이야기의 장소와 스케일을 변환시켰다는 것이다. 집중과 몰입도가 유지되거나 약간 더 커진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아이디어는 작가나 감독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한 번에 세팅됐을 수도 있지만, 수많은 고민 속에서 답을 찾았을 수도 있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동한다고, 병원 크기가 작아진다고, 속도와 역동성을 없애지는 않는다는 점도 주목된다. 드라마에서 정선에는 돌담병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카지노도 있다. 밋밋함에 머물지 않는 역동성이 흥미롭다.

◇ 제작진과 동주와의 밀당, 제작진과 시청자들과의 밀당

제2회에서는 동주가 의사를 그만두고 싶게 만들면서, 다시 의사가 돼야 하는 이유 또한 부여한다. 작가와 감독은 유연석과 밀당을 함과 동시에 시청자들과도 밀당을 하고 있는 것이다.

되돌이켜 보면 제작진과 어린 동주와의 밀당은 첫 회부터 나왔다. 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으라는, 니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조언으로 어린 동주가 반항아에 머물지 않고 의사가 되고 싶게 만들었다.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의사를 그만두고 싶게 만들었다가, 다시 의사가 되고 싶게 만든 것은 차별의 시대에 차별에 굴복하게 만들었다가, 다시 차별을 딛고 일어서라고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시청자들 또한 제작진의 밀당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절박한 상황을 만들어 환자의 인권과 의사로서의 윤리강령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만든다. 그냥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무언가를 계속 던져 준다. 어디로, 어디까지, 얼마만큼 우리를 끌고 갈까? 제작진이 정해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정표에 최종적으로 무엇이 쓰여 있을지 궁금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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